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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쓰기_공연

[공연 기록] 뮤지컬 캣츠(CATS) 오리지널 내한공연 후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층 관람 후기, 캣츠 배경지식)

by 삐와이 2021. 2. 23.

이미지 출처 : 캣츠 공식 홈페이지(https://www.catsmusical.co.kr/)

- 공연명 : 캣츠(CATS)

 

- 작곡 : 앤드루 로이드 웨버

- 제작 : 카메론 매킨토시

 

- 원작 : T.S 엘리엇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

- 수상정보 : 제 37회 토니상 뮤지컬 부문 최우수 작품상(1983년), 로렌스 올리비에상, 드라마 데스크상, 몰리에르 상 등 다수

 

- 유명 넘버 : 

* "Jellicle Songs for Jellicle Cats" – The Company

* "The Rum Tum Tugger" – Rum Tum Tugger and Company

* "Memory" – Grizabella

(그리자벨라의 '메모리'가 가장 유명한 곡이며 캣츠를 보지 않은 사람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곡이다.)

* "Finale: The Ad-Dressing of Cats" – Old Deuteronomy and Company


< 공연 장소/무대 정보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층 B구역

 

   국내에서는 세계 4대 뮤지컬(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캣츠) 중 하나로 알려진 캣츠. 코로나 때문에 다소 침체된 공연 업계로 많은 분들이 모르고 있지만 사실 캣츠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리지널 공연단이 내한하여 샤롯데시어터에서 공연을 진행하고 있었다. 지금은 세종문화회관에서 마지막 앙코르 공연이 한창이며 2월 28일까지 공연할 계획이라고 한다.

 

세종문화회관은 광화문역 8번,9번 출구에서 도보 5분 이내로 도착 가능한 종합예술공간으로 뮤지컬, 오페라, 연극, 음악회, 전시 등 다양한 공연/전시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우리가 공연을 본 곳은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장 큰 공연장인 대극장으로 3층에 걸쳐 총 3,022석의 객석을 갖추고 있다. 코로나 상황이다보니 좌석은 2인 연석에 한칸 띄워 앉기가 진행되고 있었고 공연장이 그리 붐비지는 않아서(주말 저녁 공연 기준 만석은 아닌 것 같았다.) 여유롭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다 2연석에 1칸 띄우기 중이었는데 일행이 홀수인 경우 일행이 모두 함께 붙어서 앉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층 B구역 시야 및 자막이 등장하는 LCD모니터 화면

 

내가 배정받은 좌석은 세종문화회관 2층 B구역으로 좌석의 시야는 위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시피 앞자리에 배정만 받는다면 딱히 가리는 곳 없이 무대 전체를 잘 볼 수 있다. 캣츠라는 공연의 특성상 무대에 오른 모든 고양이들이 제각각의 몸짓으로 고양이 연기를 하고, 무대를 넓게 사용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되려 2층 좌석에서 무대 전체를 한 눈에 보는 것도 색다른 관람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물론 2층이다보니 고양이들의 표정연기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ㅠㅠ)

 

다른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지 않아서 비교는 어렵지만 다른 리뷰어들의 후기를 읽다보면 샤롯데시어터보다 세종문화회관이 무대가 더 넓어서 연기하는 배우들도, 관객도 좀 더 편하게 연기하고 볼 수 있었다는 평이 있었다. 일반적인 공연장과 세종문화회관의 차이는 자막을 띄우는 스크린에 있는데 대형 무대 양 옆에 스크린이 있는 공연장과 달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좌석 앞에 작은 LCD모니터가 있고(유럽의 오페라극장같은 느낌이다.) 그 모니터에 자막이 뜨는데 개인적으로는 자막과 무대를 동시에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의 배경이 1년에 한번 열리는 고양이들의 밤축제(젤리클 축제)이기 때문에 어두컴컴한 뒷골목이 무대의 배경이 되고, 공연 전체에걸쳐 무대가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양이의 특성을 살려 무대장치 곳곳에 생각치 못한 곳에서 고양이들이 나오고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고 심지어 어떤 고양이는(올드 듀터러노미) 무대 밖에서 관객석을 통과해 등장하기도 한다. 코로나 상황이 아니라면 고양이들이 관객석까지 나와서 진짜 고양이처럼 관객과의 접촉을 하는데(그 좌석을 젤리클석이라고 하고 그래서 유난히 공연 캣츠의 앞좌석은 초초초스피드로 매진된다고 한다.) 지금은 코로나로 거리두기를 하는 중이라 관객과의 소통이 유난히 적었던 공연이었다.(커튼콜조차 너무너무 짧았고 딱히 관객과 배우가 소통할 기회가 없었다.)

 

이 밖에도 2부에서는 극장고양이, 기차고양이, 마술사고양이가 등장할 때, 마지막 피날레에서는 조명이나 와이어 등의 장치가 활용되고 무대도 약간의 변화가 있지만 조금 냉정하게 보자면 '와~멋지다'할 정도의 감탄을 자아내는 무대 연출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물론 스토리라인 상 멋진 연출을 할만한 여지도 별로 없긴했다.)


< 공연 후기, 줄거리 >

 

    뮤지컬 캣츠만큼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공연이 있을까. 세계 유수의 공연관련 어워즈 수상기록, 2020년 기준 역사상 가장 흥행한 뮤지컬 4위의 흥행성적이 말해주듯 분명 뮤지컬 [캣츠]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고있지만 또 반면 1-2부 전체에 걸쳐 졸음을 쫓느라 고생한 우리 신랑같은 관객도 많다. 이런 극단적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캣츠]가 다른 뮤지컬과 달리 이렇다할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T.S엘리엇의 서사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다보니 1부에서 2부 막바지까지 대부분의 시간이 고양이 캐릭터를 하나하나 소개하는데 치중하고 있고,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사건이라고는 선지자 고양이가 납치당했다 돌아오는 것과 한 때 아름다웠지만 지금은 늙고 따돌림을 당하는 고양이의 젊은 날에 대한 회고, 젤리클 고양이 선정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다 보고 난 다음에도 그래서 교훈은 '고양이는 개가 아니라는 거, 잘 대해주라는거야?' '그냥 불쌍해서 그리자벨라 선택된거야?'라고 웅성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스토리에 몰입하면서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심심한 뮤지컬이 될 수 있겠다.

 

또한 다양한 음악이 나오긴하지만 노래로 대화를 나누는 일반적인 뮤지컬과 달리 캣츠의 음악들은 대화가 아닌 독백에 가까워서 'Memory', 'Jellicle song'외에는 확 와닿는 대중적인 음악이 없다는 점도 이 뮤지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관객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겠다. (비슷한 이유로 '만약 발레는 내 취향이 아니야.' 하는 분들도 이 뮤지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 같다.) 

 

반대로 고양이지만 인간의 삶을 고스란히 녹여놓은 것 같은 개성만점의 고양이 캐릭터들.(이 중 한 캐릭터만이라도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당신은 이 뮤지컬의 열성적인 팬이 될 것이다.) 그리고 뚜렷한 스토리가 없다보니 관객들이 그 고양이 캐릭터들 간에 다양한 이야기를 상상해볼 수 있다는 점(예를들어 팬들 사이에서는 럼 텀 터거가 올드 듀터러노미의 아들이지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고양이보다 더 고양이같은 배우들의 분장, 연기, 춤은 [캣츠]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포인트이기 때문에 뮤지컬 캣츠는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스토리가 탄탄하고 좀 더 따라부르고 싶은 노래가 많은 뮤지컬이 더 취향인지라 뮤지컬 [캣츠]를 나의 최애 뮤지컬리스트에 올릴 수는 없겠지만, 코로나 시대가 아닐 때 앞쪽 좌석에서 고양이를 연기하는 배우들과 눈빛을 주고받으며 공연을 본다면 나 역시 [캣츠]의 광팬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관람 시간이었다.

제마이마를 연기한 배우 홀리 윌록(이미지 출처 : 캣츠 공식홈페이지)

 

또 한국 공연을 위해 2부의 시작을 알리는 곡 "The Moments of Happiness"/"Memory"를 한국어로 불러준 '홀리 윌록'배우의 순수한 미소와 청아한 목소리가 유난히도 오래 기억에 남았다.(제마이마가 선창을 하고 나머지 모든 고양이들이 합창으로 한국어로 노래를 불러주는데 모든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지며 공연장 전체가 감동의 분위기로 가득차는게 느껴졌다.)

 

모든 고양이가 주인공이 되는 [캣츠]의 특성상 특정 인물을 콕 찝어 주인공으로 삼기는 어렵지만 대게 캣츠에서 가장 주목받는 캐릭터는 선지자 고양이인 '올드 듀터러노미'와 'Memory'를 부르는 '그리자벨라', 그리고 제일 잘생기고 섹시한 남자 고양이로 설정된 '럼 텀 터거'이다.

 

나는 공연을 다 보고 난 뒤 제마이마를 연기한 배우가 궁금해 공식 홈페이지와 배우들의 인스타그램을 찾아보면서 주목받지 못했던 배우들과 고양이를 매칭해보았는데, 이렇게 배우들의 얼굴을 찾아보니 배역의 이름이 적혀있지 않아도 아! 이배우가 그 역할을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무대가 하나씩 새록새록 떠올라서 재미가 있었다.

(이렇게 n차 관람을 시작하며 이 뮤지컬의 팬이 되는 것인가....)

 

캣츠 관람이 처음이신 분들은 이렇게 공연 전 고양이들을 미리 알아가거나, 공연 후 배우와 캐릭터들을 매칭하며 무대를 2배, 3배로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호불호가 갈린다고 평가했지만 캣츠만의 매력포인트는 캣츠만 보여줄 수 있고, 또 오리지널 공연단의 내한기회는 날이면 날마다 있는게 아니니 다소 좌석의 여유가 있을 때 캣츠를 직접 관람하여 이 뮤지컬만의 매력이 나를 사로잡을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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