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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기_해외 문학

[영미소설/성장소설] 트렌트 돌턴_우주를 삼킨 소년(서평, 줄거리, 결말, 책소개, 작가소개, 좋은구절)

by 삐와이 2021. 2. 7.

 

 

< 작품 정보, 줄거리 >

 

- 제목 : 우주를 삼킨 소년(Boy Swallows Universe)

- 작가 : 트렌트 돌턴

- 출판사 : 다산책방

- 출간일 : 2021년 1월 22일

 

- 줄거리(인터넷 교보문고 줄거리 소개 참고)


브리즈번 교외 마을에서 살고 있는 열두 살 소년 엘리 벨. 그의 곁에는 아주 ‘특별한’ 가족이 있다. 매일 술을 마시며 책만 읽는 아빠, 변호사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마약에 빠진 엄마, 말을 잃고선 허공에다 알 수 없는 암호 같은 메시지를 남기는 형, 엄마를 마약에 빠지게 한 장본인이자 마약에서 빠져나오게 한 구원자 새아빠, 전설의 탈옥왕이자 베이비시터 이웃 할아버지까지. 엘리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만, 범상치 않은 성장 환경은 마음과 다르게 방해만 될 뿐이다. 특히 브리즈번의 전설적인 마약 판매자인 타이터스 브로즈는 엘리의 삶을 점점 더 바닥으로 치닫게 한다. 그럼에도 엘리는 희망을 잃지 않으며 ‘좋은 사람’이 되길 포기하지 않는다. 매 순간 ‘특별한’ 가족과 어른들이 그의 곁을 지켰기 때문. 그들은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엘리에게 사랑을 전하고, 덕분에 엘리는 어둠 속에서도 밝은 빛을 찾아내며 점차 성장해나간다.


- 작가소개 : 트렌트 돌턴(Trent Dalton)

 

트렌트 돌턴은 현재 [The Weekend Australian Magazine]의 전속작가로 계약 중인 작가이지만 그의 본업은 저널리스트였다. [The Courier-Mail]의 전 편집인이었고, 워클리상, 케네디상 등에서 우수 기자상을 수상한 이력까지 있다.

 

작가 본인을 연상시키는 소년이 주인공인 [우주를 삼킨 소년]으로 호주 내에서만 5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그해 오스트레일리아 출판상(ABIA)에서 4부문에 걸쳐 수상하며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 작품은 현재 전세계 34개국에서 출판되었고 롤링스톤, 가디언, 뉴욕타임스 등의 유명 매체에서도 극찬을 받고 있다.

 


추천대상

- 마약, 범죄, 가난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맑은 눈으로 들여다보게해주는 어린 화자가 주인공인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

- 떡밥 회수, 소설의 전체 아귀가 마지막에 딱 들어맞는 극적인 전개가 인상적인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

- 소설 [자기 앞의 생]/[아몬드], 영화 [문라이트]/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을 즐겁게 본 분들

 

한줄평 : 다 읽는데 어려움을 느낀 사람은 있어도 다 읽고나서 별로였어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소설. 당신은 좋은 사람인가요? 이 세상은 좋은 세상인가요? 좋은 날이 오긴 오나요? 세상에 이런 질문을 던지며 어린시절을 보내본 독자들에게 보내는 엘리 벨의 힘찬 성장기.


< 감상평/리뷰 >

※ 작품의 줄거리,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온전히 즐기고 싶으신 분들은 책을 먼저 읽어주세요 ! 

책을 다 읽고 독후감을 기록하려고 노트북을 켜는데 솔새는 아니어도 새 그림이 떡하니 떠서 놀랬더랬다 ㅎㅎ

[우주를 삼킨 소년]은 바람직하다고 분류될 수는 없는 성장 환경에서도 바로 설 수 있게 되는 소년 엘리 벨의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이다. 어린 화자가 주인공인 많은 소설들이 그러하듯 이 작품도 소년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하고 명확한 일들이 독자들에게는 모호하고 제한적으로 전달되게 된다. 이 소설은 소년 화자가 지니는 이 필연적인 한계를 엘리의 주변인물들을 통해 더 가중시켜버린다.

 

이렇게 뒤죽박죽으로 이어지는 여러 갈래의 이야기들과 600페이지가 넘는 긴 스토리가 어떤 독자들에게는 버거울 수 있으나 분명히 말하건데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즈음에는 우리도 엘리 벨과 함께 성장한 듯 흐릿하던 초점이 맞춰지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 책의 두께감에 덮을까말까를 망설이는 독자가 있다면 끝까지 읽어 소년이 만들어내는 퍼즐을 완성시켜보길 바란다.


열살이 조금 넘은 나이의 어린 엘리는 친아빠와 떨어져 마약에 중독된 엄마와 그녀의 애인 라일아저씨과 함께 살아간다. 그럴듯한 어른들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대신 엘리의 곁을 지키고 엘리의 정신을 성장시키는 사람은 지역에서 악명높은 범죄자 슬림할아버지와 말을 하지 않는 형 어거스트이다.

 

슬림할아버지는 택시운전사를 살인한 혐의로 감옥에 갇힌 뒤 아무도 탈출하지 못했던 독방에서 탈옥한 경험으로 더 유명해진 범죄자이다. 형량을 살고 나온 뒤 라일의 부탁을 받아 엘리와 그의 형을 돌봐주는 일을 간간히 하고 있다. 슬림 할아버지는 아무도 말걸어주지 않는 독방 감옥에서 수십년의 시간을 오롯한 정신으로 버틸 수 있었던 방법, 그리고 그가 겪었던 가감없는 현실(감옥에서 벌어지는 범죄자들간의 폭력, 욕설을 포함해 성적인 이야기까지)들을 엘리에게 들려주며 여느 베이비시터들과 다르게 엘리에게 진짜 세상을 알려준다. 얼핏 들어서는 이런 베이비시터 밑에서라면 엘리가 제2의 살인자로 클 것만 같지만 엘리는 슬림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선과 악(엘리는 만나는 어른들에게 종종 당신은 좋은 사람인가요?를 묻는다.)에 대한 본인의 기준을 정립해가고, 범죄자에게도 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편견없는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슬림 할아버지로 인해 감옥에서 아무에게도 편지를 받을 수 없는 범죄자에게 자신의 일상을 매우 자세히 적어내려간 편지를 쓰며 펜팔친구가 되어주기도 하고 범죄자들이 왜 범죄에 빠지게 되었는지를 다루는 범죄전문 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된다.)

 

엘리의 형 어거스트는 자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아버지와의 자동차 사고를 겪은 뒤에는 의식적으로 말을 하지 않고 공중에 글씨를 쓰는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이어가는 소년이다. 엘리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어거스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엘리만큼은 형과 눈빛으로 허공에 글씨를 쓰면서 의사소통을 하는데 능숙하다. 이야기 초반에는 엘리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글들을 허공에 써내려가며('너의 마지막은 죽은 솔새', '케이틀린 스파이스' 등) 엘리조차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만 엘리는 형을 신뢰하고 그와의 대화를 즐긴다.


세상에 호기심이 많고 절망적인 환경 속에서도 생에 의지가 넘치는 소년 엘리는 엄마와 라일아저씨가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고, 라일아저씨가 지역의 자선가, 장애인들을 위한 의수족 기기를 만드는 CEO로 위장한 마약조직의 두목 타이터스 브로즈 밑에서 일하는 삶을 면밀히 지켜본다. 라일은 친구 테디와 함께 타이터스 밑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마약을 파는 일을 하고 있었으나, 타이터스 몰래 값이 더 오를때를 대비해 마약의 일부를 빼돌리고 있었는데 친구의 테디의 배신으로(테디는 엘리의 엄마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들이닥친 타이터스에게 붙잡혀간다. 이 사건으로 라일은 행방불명되고, 엄마는 마약판매의 공동 주범으로 몰려 감옥살이를 하게 되고, 소년 엘리는 손가락 하나를 절단당하고 형과 함께 술에 절어사는 아버지 곁으로 다시 보내진다.

 

엘리는 비록 마약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언젠가는 이 생활을 청산하고 엄마와 엘리, 어거스트와 함께 다른 곳으로 이주해살겠다는 라일 아저씨의 말에 희망적인 미래를 품고있었으나 이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키워온 빛나는 그림, 가족이라 생각했던 보금자리를 잃어버리고 생각만 해오던 삶에서 행동하는 삶으로 단계를 옮겨가게 된다. 

 

그는 몰래 병원을 빠져나와 혼자 기차를 타고 그가 선망해오던 범죄전문 기자 케이틀린 스파이스를 찾아가기도 하고(타이터스 브로즈에 대해 말하려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아버지와 형이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 모든 건 마음가짐에 달렸다는 슬림할아버지의 독방살이에서 교훈을 얻어 감옥에 들어가는 식료품 트럭을 얻어타고 크리스마스 때 감옥에 잠입해 엄마를 만나러 가기도 한다. 그리고 알코올 중독에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혀 책만 읽는 아빠를 세상으로 끌어내기도 한다. 어른들의 시선에서는 이렇다할 성과를 남기지 못하는 것 같았던 그의 발걸음들은 결국 엄마, 아빠, 형, 그리고 그 자신이 한 집에서 살게 하고, 지역신문 [쿠리어 메일]에서 보조의 보조 기자로 일할 기회를 만들어낸다.(이 과정에서 어린 시절 펜팔친구였던, 출소한 범죄자 알렉스의 도움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소년은 끊임없이 자신을 가둬오던, 결코 뛰어넘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지역의 거물 타이터스의 치부를 드러내며 범죄부 기자로의 꿈을 완벽히 이뤄내고 피해자 소년/ 참을 수 밖에 없었던 소년에게 당당히 일어선 '엘리 벨'로 성장해내고야 만다.(이 과정은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것 보다는 많은 분들이 직접 읽으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간단히 기록합니다.)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자기 앞의 생] 등 소년이 화자로 등장해 차갑고 냉정한 현실을 비교적 덤덤한 시선으로 묘사해내는 훌륭한 작품들은 많다. 이 작품 [우주를 삼킨 소년]도 그 작품들과 비슷한 결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 엘리는 자기 앞에 놓인 우주/세계를 자신만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한번 부딪혀보는데 그치지 않고(대게 소년들의 시도는 불발로 끝나기 마련이다.) 끝까지 삼켜내는 아이라는 데서 차별점이 있다.

 

독자들은 책 속 어른들이 그렇듯 엘리가 벌이는 온갖 일들을 '에휴, 쟤가 왜저러지. 저런 환경에서 자라니까 저렇게 엉뚱해지나보다. 저게 다 무슨 소용이야?'라고 바라보지만 결국 엘리가 행한 엉뚱한 행동, 혼자만의 영웅적인 시도들은 너무나 견고해서 어른들조차 쉽게 무너뜨릴 수 없었던 지역 사회의 악랄한 살인/범죄조직을 무너뜨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다소 극적이고, 또 중간중간 엘리의 삶의 여정이 너무나 모호하게 그려지긴하지만 우리네 삶이 사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왜 이 길을 걷고 있는지,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니 어느 순간 도달해있는 바로 이곳. 바로 그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자, 곧 아이들의 성장의 순간인 것이다. 모두가 이미 정해진 사회적 틀 안에서 순응하며 살아가는 그 때 자기만의 선악의 기준, 삶의 방향성을 세우고 걸어가던 소년 엘리는 결국 우주를 삼켜내고 자기가 세우고 싶은 세계를 세워내는 데 성공했다.

 

슬림할아버지가 그랬듯, 엘리가 그랬듯, 당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일지 모르겠다. 모든 것은 타이밍의 문제이니 하루하루의 그 선택들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 앞에 놓인 우주를 삼켜내 나의 우주로 우리를 데려다 주는 그 순간을 기다려보자. :D 


< 책 속 구절 >

 

"엿 같지 않냐?" 대런이 묻는다.

"뭐가?"

"어릴 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나쁜 놈일 때."

"난 그런 사람 없는데."

대런이 어깨를 으쓱한다. "두고 봐. 엄마가 불법적인 장사에 손대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았을때가 기억나네. 이날라에 살 때 경찰들이 우리 집 문을 부수고 들어왔어. 온 집 안을 뒤집어엎었지. 나는 일곱 살이었는데 바지에 똥을 쌌어. 진짜, 실제로 바지에 똥을 쌌다니까."

- 86~87p


"호수에 떨어지는 물방울이라는 게 뭐야?"
아저씨가 묻는다.

내 인생에 관한 가설일 뿐이다.

(중략)

"엄마가 어렸을 때 엄마의 아버지가 떠나버린 사건, 그런 게 바로 호수에 떨어지는 물방울이에요. 그 일 때문에 엄마 인생에 물결이 일기 시작했으니까요."

-174p


저기, 영웅에 대해서 생각해봤는데요, 아저씨. 아저씨에게는 혹시 영웅이 있나요? 아저씨를 구해준 사람이나 안전하게 지켜준 사람요. 어떻게 하면 영웅이 될까요? 루크 스카이워커는 처음부터 영웅이 될 생각은 아니었잖아요. 그냥 오비완을 찾고 싶었던 거지. 그러다가 안전지대를 벗어나기로 결심했죠. 자기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한거에요. 그러니까 그냥 그렇게 하면 영웅이 되나 봐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고, 밖으로 나가 싸우는 거죠.

- 235~6p


"그날 병원에서 네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에 대해 물었지, 엘리. 나도 그 생각을 해봤다. 아주 많이. 그저 선택의 문제라고, 그때 말해줬어야 하는데. 네 과거도 엄마도, 아빠도, 네 출신도 상관없어. 그저 선택일 뿐이야.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되는 건 말이다. 그게 다야."

-351p


나는 엄마에게 환하게 웃어준다. 봐요 엄마. 봐요. 라일 아저씨에, 슬림 할아버지에, 철창신세가 된 엄마까지, 그 난리를 다 겪고 나서도 나는 예전과 똑같아요. 아무것도 안 변했어요, 엄마. 아무것도 날 바꾸지 못해요. 아무것도 엄마를 바꾸지 못해요. 예전보다 더 엄마를 사랑해요. 엄마는 내가 엄마를 엄마보다 덜 사랑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더 많이 사랑해요. 엄마를 사랑해요. 보세요. 내 얼굴을 보면 알잖아요.

-387p


"그냥 좀.....말해주면 안 돼요?"

"뭘?"

"그냥 좀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안 돼요? 띄엄띄엄 듣는 건 이제 넌더리 나요. 어른들은 맨날 단편적인 얘기만 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꼭꼭 숨겨두죠. 더 크면 말해줄 거라더니 이제 나도 컸는데 엄마는 오히려 더 애매한 얘기만 하잖아요. 앞뒤가 안 맞아요. 그냥 다 깨진 유지 조각 같은 헛소리지, 제대로 된 이야기는 없어요. 시작, 중간, 끝은 있어도 진짜 이야기는 없다고요. 엄마랑 아빠는 나한테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어요."

- 491p


"내가 항상 그렇게 사는 건 아니지만, 사람은 말이야, 모름지기 쉬운 일보다는 옳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해. "

(중략)

"엄마한테 우리가 필요해요, 아빠"

(중략)

"안돼, 엘리"

(중략)

"어떤 좋은 사람이 나한테 해준 말이 있는데, 뭔지 알아요, 아빠?"

"뭐라고 했는데?"

"사람은 모름지기 쉬운 일보다는 옳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지."

- 522~526p


그래요, 할아버지. 난 아빠에게 달 웅덩이에 대해 묻지 않았어요. 나와 형과 엄마가 안 좋은 과거를 잊어야 이런 행복이 가능하죠. 우리는 스스로를 속이고 있지만, 원래 누군가를 용서하려면 선의의 작은 거짓말은 필요하잖아요?

어쩌면 그날 밤 아빠는 우리를 그 댐으로 처박을 의도가 없었을지도 몰라요. 아니면 일부러 그랬을지도 모르고요. 어쩌면 할아버지는 그 택시 기사를 죽이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아니면 죽였을지도 모르고요. 

(중략)

누구나 가끔은 나쁜 사람이 되고 가끔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순전히 타이밍의 문제죠.

- 54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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