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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기_해외 문학

[영미/가족소설] 제임스 굴드-본_댄싱 대디(서평, 줄거리, 결말, 작가소개, 좋은 구절)

by 삐와이 2021. 2. 15.

댄싱대디 표지 (이미지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 작품 정보, 줄거리 >

 

- 제목 : 댄싱 대디(Dancing daddy)

- 작가 : 제임스 굴드-본(James Gould-bourn)

- 출판사 : 하빌리스

- 출간일 : 2021년 1월 20일

 

- 줄거리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현실의 벽에 부딪힌 아빠와 아들,

슬픔을 극복하고 행복을 되찾기 위한 유쾌한 춤의 여정이 시작된다.

 

사랑하는 아내이자 엄마 리즈를 교통사고로 잃고 아들 윌은 1년 넘게 말을 하지 않고, 아빠 대니는 밀린 집세에 직장까지 잃고만다. 대니는 쉽게 돈을 버는 듯해보이는 거리 공연자들을 보고는 거리의 춤추는 판다가 되기로 결심하는데...

 

- 작가 소개 : 제임스 굴드-본(James Gould-bourn)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각본가이자 소설가로 파버 아카데미에서 작가 과정을 수료했다. 이 작품 [댄싱 대디]는 작가의 처녀작이며, 2020년 영국의 가장 성공적인 데뷔 소설로 소개되고 있다. 이 작품을 쓰기 전 작가는 웹 사이트 지루한 판다(Bored Panda)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한 이력이 있고, 아프리카와 중동의 지뢰 제거 NGO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 [댄싱 대디]는 영국의 주요 언론의 찬사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라임픽처스와 TV시리즈 제작까지 확정되면서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든다.

 

추천대상

- 금방 읽어내려갈 수 있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찾고 있는 분들

- '가족'이 중심이 되는 따뜻한 이야기를 찾고있는 분들

- 다 읽고나면 잔잔한 미소가 띄워지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찾고 있는 분들

 

한줄평 : 아빠와 아들이 죽은 아내, 엄마를 통해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게되는 동화같은 이야기(동화같아서 결말이 예측가능하다는 점이 이 스토리의 한계지만, 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기도 하다.)


< 줄거리/결말/리뷰 >

※ 책의 내용, 줄거리, 결말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온전히 즐기고 싶으신 분들은 먼저 작품을 감상하고 리뷰를 읽어주세요 :D

 

윌과 대니는 어느날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상실의 아픔을 가진 채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들 윌은 엄마의 죽음 이후 그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고, 특별한 기술없이 공사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대니는 직장에서해고되고 밀린 월세를 내지 않으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거라는 집주인의 협박까지 받게 된다.

 

아빠와 아들이라는 호칭이 무색할 정도로 가족으로서 그 어떤 교류도 없던 부자 사이는 뜻밖에도 돈을 벌기 위한 대니의 엉뚱하고도 무모한 결정을 통해 진짜 가족의 모습을 갖추어 간다. 대니는 실직 후 신세를 한탄하다가 공원에서 거리 공연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돈을 버는 모습을 보며 특별한 자격이 없어도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거리 공연을 해보기로 결심한다.(사실 결심할 시점에서 대니가 할 수 있는 건 서있는 것 뿐이어서 '공연'이 아니라 그냥 공원에 나가기로 결심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신상을 감추기 위해 근처 코스튬 가게에서 냄새나는 판다의 인형을 사쓰고는 공원으로 나선다.

 

첫날에는 얼마 안되는 동전마저 어린이들에게 갈취당하고, 정강이를 걷어차이는 등의 굴욕을 겪지만 죽은 아내가 사랑했던 춤을 추기로 결심하고,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스트립클럽의 폴댄서 크리스탈의 도움을 받으면서 대니는 어느덧 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도 하고 스스로도 거리 공연을 즐기는 퍼포먼서로 성장하게 된다.


그의 일터가 된 공원은 암흑같은 현실에 놓인 대니에게 또 하나의 희망의 빛줄기를 보내준다.

판다 탈을 쓰고 있던 중 아들 윌이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그를 구하게 된 것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던 윌은 판다 탈을 쓰고 있는 그에게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네고, 그날 이후 간간히 공원을 찾아 그와 대화를 하게 된다.(아들에게 직장을 잃고 춤추는 판다가 되었다는 사실을 밝히지 못한 탓에 대니는 스케치북에 글씨를 써서 윌과 소통한다.) 판다의 정체를 몰랐던 윌은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그에게 털어놓고 그렇게 아들의 진심을 알게된 대니는 윌이 엄마 리즈와 함께 갔던 곳으로 여행을 떠나 리즈와의 추억을 공유하고, 윌의 방을 다시 꾸며주면서 아들의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모든게 순조롭게 풀려가는 것 같던 그 때 딱 한가지 대니의 마음을 짓누르는 것은 밀린 월세를 내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수입이었다. 윌은 상금을 걸고 진행되는 거리 공연쇼에 참가 신청을 해서 상금으로 밀린 월세를 갚을 계획을 세운다.(사실 참가 신청은 또 다른 거리 공연자 팀이 대니 몰래 했다.) 그리고 수입의 일부를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크리스탈에게 특별 과외를 받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들에게 정체가 탄로나면서 작은 갈등을 겪지만(아빠는 친구라고 하고서는 왜 내게 거짓말을 한거죠?) 곧 아빠의 진심을 알게된 아들과 화해를 하고 엄마의 재능을 물려받은 아들, 크리스탈과 함께 판다 탈을 쓰고 거리공연 무대에 오르면서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무대를 마무리하게 된다.

 

기대와 달리 판다들의 댄스는 2위를 하며 상금을 타지는 못하지만 대니의 우크라이나 출신의 친구 이반의 도움으로 집주인의 협박을 물리칠 수 있게 되었고(무력으로 협박하던 집주인을 역으로 무력으로 협박하게 된다.) 대니는 크리스탈이 일하는 스트립바에서 댄서로 일하게 되면서(춤을 사랑하는 아들 윌은 그런 아빠를 전혀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안정적인 수입을 벌며 생활고의 압박에서 벗어난다. 대니와 윌이 리즈의 묘지 앞에서 그런 일상을 대화로 전하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파스텔 톤으로 앙증맞게 그려진 책의 표지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었던 [댄싱 대디].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를 잃는 큰 사건이 아니더라도 스마트폰, 유튜브, 코로나 등 다양한 영향으로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가족이지만 가족이 아닌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사회가 된 것 같다. 

 

[댄싱 대디]는 딱딱하고 차가워진 우리 사회에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서로를 향한 관심'이 진짜 가족이 되는 제1단계라는 사실을 윌과 대니의 이야기로 알려주고 있다. '아빠는 그냥 아빠에요'라는 윌의 말을 듣고 가슴 한켠에 찌릿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누나는 그냥 누나야', '너는 그냥 너일 뿐이야' 등 자신에게 맞는 단어를 넣어서 다시 읽어보자) 대니의 고군분투기를 읽으며 일상/가족관계에 따뜻함 한스푼을 더해보는 게 어떨까.

 

거리공연대회에서 1등상을 수상하지 못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반전없고 예측가능한 이야기, 가족영화의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을 따라간다는 점이 아쉽긴하지만 또 그만큼 쉽게 읽히는 이야기라서 편안한 독서를 추구하는 독자들에게는 더할나위없는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책 속 구절 >

동화같은 표지가 인상적인 책 [댄싱 대디]

"윌이 말하는 걸 수도 있다."

"나한테는 안 해"

"그게 아니야. 말 안 하지만 말 하는 거다. 무슨 뜻인지 알겠어?"

"아니, 진짜 모르겠는데" 대니가 말했다.

"들어 봐." 이반은 시멘트 반죽에 삽을 꽂고 삽자루에 기대었다. "이바나는 화나면 소리 지르고 나 멍청이라 한다. 그런데 진짜 화나면 며칠 동안 말 안 한다. 쥐 죽은 듯 조용히. 하지만 사실은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거다. 알겠어?"

"뭐라고 말하는 건데?"

이반은 어깨를 으쓱했다. "오븐에 내 머리 집어넣고 싶다거나."

-22p


"난 지금 여기 서서 돌에 대고 말하고 있어. 당신이 지금 내 말을 듣고 있지 않은 거 알아. 당신은 여기 없으니까. 여기 있을 리가 없지. 햇살이 비치지 않잖아. 그러니까 내가 지금 돌에 대고 말하고 있다는 거지. 당신은 지금 생일 기념으로 놀러 나갔으니까. 재미있게 놀아. 지금 어디서 뭘 하든 웃고 있어야 해. 춤추고 있으면 좋겠다. 들어올 때 나 깨우지 말고 조용히 들어와. 알겠지?"

대니는 손가락을 입에 대었다가 묘비로 가져갔다.

"사랑해. 리즈, 생일 축하해."


"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어서 이 일을 하는게 아닙니다. 즐거우니까 하는 거지. 돈으로 움직이는 용병 부대 같은 게 아니죠. 무슨 문제가 있어서 길로 나온 게 아니라고요. 물론 당신은 빼고요. 기분 나쁘게 듣진 마세요." 팀이 미소 지었다.


"윌,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 때, 역시나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 그 일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기도 한단다. 무슨 말인지 알겠니? 내가 너무 횡설수설하고 있나?"


'그냥 조용히 있고 싶어서 말을 안 하게 된거니?' 대니가 적었다.

(중략)

"계속 무시하면 다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않으면 문제가 그냥 없어지거나 할 줄 알았어요." 

(중략)

"머릿 속으로만 생각하면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정말 이상한 말이지만요."


“바보 같은 얘기해 드릴까요?” 윌이 말했다. 대니가 해 보라고 손짓했다.

“제가 엄마 얘길 하고 싶은 사람이 바로 엄마라는 거예요. 엄마가 없어서 힘든 얘기를 엄마에게 털어놓고 싶어요. 항상 엄마에게 말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졌거든요.”

- p220~221


'아빠는 날 잘 몰라요.' '모르는 사람' '아빠는 엄마를 잊고 싶은지도 모르죠' '아빠는 엄마 얘기도 거의 안해요' 저마다 다른 이유로 마음 아프게 하는 말들이었다. 여러 번 동그라미 친 단어도 있었다. '아빠는 그냥 아빠예요'라는 말에서 '그냥'이라는 단어가 자꾸만 마음 쓰였다.

-224p


“네 인생은 망가졌는데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돌아가서 화나지? 너무 억울해서 다른 사람들의 인생도 망가뜨리고 싶을 거야. 넌 너무 불행한데 남들만 행복한 건 억울하니까. 아무도 네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을 거야. 그래,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하지만 난 이해해.”

윌이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난 네 마음 이해해. 얼마나 아픈지 알아. 하지만 남들을 괴롭힌다고 아픔이 줄어드는 건 아니야. 고통은 사라지지 않아.”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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