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고, 쓰기_국내 문학

[인문교양/에세이] 다니엘 튜더_고독한 이방인의 산책(서평, 독서감상, 책소개, 작가소개, 좋은구절)

by 삐와이 2021. 1. 25.

 

 

< 작품 정보, 줄거리 >

 

- 제목 : 고독한 이방인의 산책

- 작가 : 다니엘 튜더

- 출판사 : 문학동네

- 출간일 : 2021년 2월 1일

 

- 줄거리(교보문고 줄거리 소개 참고)

“이제 우리 모두 각자의 외로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때다.”

환대는 사라지고 외로움은 감춰야 하는 시대
‘외로움 장관’이 있는 영국에서 온 도시 산책자가 말하는
함께하는 고독, 진정한 나로 살아갈 자유

서울살이 11년차 영국인, 어디로든 갈 수 있지만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경계인의 디아스포라.
그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고 껴안은 숨가쁜 도시의 고독…

 

- 작가소개

TV프로그램 등으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방송인으로도 잘 알려진 다니엘 튜더는 옥스퍼드대학에서 정치학·경제학·철학(PPE)을 공부한 수재이다. 대학생때 한국을 찾았다가 사회인으로 활동하기 전 1년만 더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보겠다고 결심한 것이 어느덧 11년차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그는 영어 강사, 금융맨, 외신기자,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고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실 자문을 맡기도 했다.

글쓰기로는 “한국 맥주 맛없다”는 기사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고, 저서 『조선자본주의공화국』(제임스 피어슨 공저),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을 썼다.

 

추천대상

- 바쁘게 살아가는 사회에서 쉼표를 찾고 싶은 분들

-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대한민국 사회의 현주소를 알고 싶은 분들

- '외로움', '고독', '단절', '공허감'을 느끼는 모든 현대인들

- 방송인으로서의 다니엘 튜더가 아닌 작가로서, 에세이스트로서의 다니엘 튜더를 알고 싶은 분들

 

한줄평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고독한 이방인'들의 연대가 고독한 마음의 냉기를 얼마나 따뜻하게 하는지 알 수 있다.

그의 글을 통해 내가 느낀 고독의 흔적, 내가 했던 고민의 발자취를 찾을 수 있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고독하지만, 동시에 오롯이 행복해질 자유를 가진 위대한 개인이다.


< 짧은 감상평/리뷰 >

 

나는 어떤 글을 읽든 그 글 속에서 내 자신을 발견해내려는 집착이 있다.(하다 못해 뉴스를 봐도 아 맞아 나도 저런 경험이 있었지 라던지, 헐...나한테 저런 일이 일어났더라면 등을 제일 먼저 생각하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타고났다.)그중에서도 특히 에세이는 내게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 어떻게든 작가의 생각을 비집고 들어가 그 안에서 내 모습을 발견해내고야 마는 것이다. 이번 책은 그런 의미에서 내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에세이였다.

 

작가는 우연한 기회에 한국에서 시간을 보낸 뒤 11년째 '한국'에서 살고있는 '영국'인이며, 사업가/저널리스트 등 단 하나의 직업으로 규정짓기에는 너무 다양한 일을 하면서 살고있는 프리랜서 직업인이다. 틀에 박힌 삶을 살지 않는 그의 삶은 필연적으로 바쁨과 외로움이 따라다니게 된다. 그리고 작가는 그 외로움에 초점을 맞춰 이 책을 써내려갔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쭉 같은 나라에서 살고있는 한국인이며(1년쯤 해외에서 살았고, 고향에서 약 4-5시간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긴하지만 다니엘에 비하면 이건 한발짝 떨어진 곳에서 살고있는거나 마찬가지다.) 세상에서 가장 고루한 직업 중 하나를 직업으로 삼고 매일 비슷한 업무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니엘의 생각에서 나의 고민을 발견했고, 다니엘의 외로움에서 나의 한숨을 발견했다.

 

인생은 정반합의 논리에 의해 앞으로 나아간다고 했던가.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 안에서 오른쪽으로 튀어나가려는 나 자신과 왼쪽으로 튀어나가려는 나 자신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이끄는대로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학창시절에는 부모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또 막상 차가운 사회에 노출된 뒤로는 몸을 오들오들 떨며 누군가 우리를 보듬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 역시 고등학생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간절히 바라다 대학 진학 후 10년간 자취를 하며 따뜻한 집을 늘 그리워했다. 그 와중에 내가 아는, 나를 아는 사람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시베리아로 1년간 유학을 떠나기도 했다. 러시아가 좋아서, 그와 관련된 공부나 일을 하고 싶어서 유학을 갔건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후에는 러시아와 전혀 관련없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다.(그 와중에 모험적이고, 새로운 일이 넘치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갈망은 또 늘 가지고 있다.)

성인이 된 후 내 삶은 '안전한 삶'과 '모험'의 사이 어딘가를 계속 오가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줄을 타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공중에 매달려 줄타기를 한다고 생각해보자.줄타기에 집중할 때는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그 줄 위에서 쉬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면 어떨까. 문득 이 줄 위에는 나뿐이구나 하는 생각에 외롭고 또 때로는 무섭지 않을까.

 

다니엘 튜더의 [고독한 이방인]의 산책은 어느순간 줄타기에 지치고, 외로운 우리들에게 자신의 줄타기 삶을 소개하며 작은 위로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그렇다고 나는 이 책이 자기계발 서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저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우리 모두 줄타기 삶을 살고 있구나'를 느끼고, 그의 고독에 내 고독을 덧입혀 보는 것. 그것으로도 충분히 허공에 붕 뜬 삶이 주는 공허함과 외로움과 공포감은 조금은 덜어진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성적이고 반짝이는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순간 내가 가는 길 앞에 놓인 안개가 조금은 걷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어짜피 인생에 완벽한 해답은 없으니 당신의 줄타기를 응원하는 누군가와 잠시 수다를 떨면서 오늘은 어느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볼까고민하며 남은 생도 힘차게 살아보는건 어떨까. 


< 책 속 구절 >

 

개인으로 존재하고픈 욕망의 핵심은 단지 집단성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게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위계적인 문화와 무례한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다. 회사생활뿐만이 아니다. 집, 학교,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인 질문을 받지 않은 자유, 청하지 않은 조언을 듣지 않을 자유, 진로 결정과 옷 입는 스타일과 외모와 사귀는 사람(또는 그런 사람의 부재) 기타 등등을 조사받고 비판받지 않은 자유, 그리고 혼자 있을 자유, 양심을 존중받을 자유를 원한다.

- p31 [점심은 혼자 먹겠습니다] 中


내가 지금까지 내린 결정 중 현명했던 것들은 "도대체 왜 그걸 하고 싶어?"라는 질문을 받고서도 끝내 그러기로 결심한 것들임을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단연코 가장 잘한 일인 한국으로의 이주도 그 중 하나이리라. 삶이란 결국 긍정적으로, 그리고 조금은 대담하게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 60p [긍정적으로, 조금은 대담하게]

 

고독한 이방인의 산책 [머스터베이션] 중

하지만 슬프게도 오늘날 우리 세계는 머스터베이션을 조장한다.

성공한 인생의 전형적 이미지가 전통 매체부터 소셜 미디어까지 잔뜩 도배돼 있다. 이는 우리도 돈을 많이 벌거나 예쁘고 잘생긴 얼굴에 완벽한 몸배를 갖추거나 등등 어떤 특별한 것을 달성해야 할 것 같은 강박감을 준다.

보통의 범주를 넘어서는 평균치 이상의 아웃라이어들이 평범한 성취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반대로 뭔가를 시도하다 실패한 사람들의 공감할 만한, 긍정적인 이야기들은 좀처럼 소개되지 않는다.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실패가 눈앞에 보이는 실제 세계가 아닌 텔레비전, 온라인 같은 매체에서 시간을 많이 보낼수록 그 덫에 걸려들기 쉽다.

- 65p [머스터베이션] 中


그러나 적어도 마음 속으로는 '다르다'는 것과 '특별하다'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았다. 눈송이는 정말로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렇다고 눈송이 하나를 골라서 다른 눈송이보다 더 큰 관심을 줄 수도 없는 일이고 어차피 금방 녹아버릴 것이다.

이건 잔인한 말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넌 특별하고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하는 현대 서구문화가 더 잔인하다.

(중략)

자존심(self-respect)은 자기자비(self-compassion)또는 자기애(self-love)처럼 필요한 것이지만, 자존감은 다르다.

- 80~81p [시선으로부터의 자유] 中

 

기자 친구 하나가 해준 얘기다. 

"지위를 택할 수도 있고 행복을 택할 수도 있지만 둘 다 택할 수는 없어요."

우리 누구나 장점을 갖췄지만 기막힌 단점도 많다. 게다가 삶 자체가 본질적으로 부조리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결함이 있는 두 사람의 성교를 통해 생겨난 결함 있는 산출물로서, 무척 중요해 보이지만 다른 시대가 장소의 관찰자가 본다면 무의미하고 사소할 온갖 부침을 헤치고 살다가 결국 죽는다. 눈 깜짝할 사이 스치고 지나가는 아름다움과 기쁨의 순간들처럼 이런 사실도 받아들일 때 더 행복할 수 있다.

- 87p [시선으로부터의 자유] 中


운도, 기꺼이 지원해준 사회의 도움도 부정하는 게 요사이 경향 같다.

"운이 좋았던 게 아니라 내가 내 운을 만들었다. 내가 한 거다. 다른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내가 혼자 한 거다." 이런 식이다.

(중략)

나는 만인 덕분에 나다. 내 안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나지만 그 '나'를 내가 다닌 학교와, 내가 알고 지내왔으며 나를 독려해준 사람들과, 영국 사회 전반으로부터 떼어놓을 순 없다. 

(중략)

내가 거둔 어떤 성공이든 그게 전적으로 나의 노력과 재능 덕이라 생각한다면 그건 허튼소리다.

- 100~101p [아빠와 나] 中


의학은 사람의 수명을 몇 년씩 연장할 수 있을 만큼 발달했으나 그 시간을 가치 있게 살도록 만들지는 못했다. 

(중략)

우리는 고작 할머니의 죽음을 지연시키느라 굴욕과 고통을 연장시키며 결국 할머니에게 천 개의 작은 죽음을 강요했다.

- 150p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中


바보는 삶이 본질적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똑똑한 사람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무의미하는 걸 알면서도 나름의 방식대로 살며 즐긴다. 무의미하게 진정하고 무의미하게 즐거운 삶은 사는 것이 내게는 가장 이상적이다.

- 164p [의미 없음의 자유] 中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