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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기_국내 문학

[한국/미스테리 소설] 이정명_부서진 여름(책 소개, 서평, 줄거리, 결말,책 속 구절)

by 삐와이 2021. 5. 7.

부서진 여름 표지 이미지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 작품 정보, 줄거리 >

 

- 제목 : 부서진 여름

- 작가 : 이정명

- 출판사 : 은행나무

- 출간일 : 2021년 4월 21일

 

- 작가 소개 : 이정명

경북대학교 졸업 후 신문사, 잡지사의 기자로 활동하던 작가는 드라마화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한석규, 장혁 주연의 [뿌리 깊은 나무], 문근영, 박신양 주연의 [바람의 화원]을 발표하며 인기 작가로 발돋움했다. 

 

주로 작가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해낸 역사/추리소설, 속도감 있는 묘사로 독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작가의 작품 중 [별을 스치는 바람]은 국내 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11개국에 번역, 출판되었고 2015년 영국 인디펜던트 외국서설상, 2017년 이탈리아 프레미오 셀레지오네 반카렐라 문학상의 후보/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 역시 출간 전 이미 드라마화 논의가 될 정도로 이정명 작가 특유의 심리묘사, 미궁의 사건을 풀어가는 재미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추천 대상

- 살인사건, 사랑, 복수, 죽음 등의 소재를 다룬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

- 비밀스러운 과거를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심리묘사에 초점을 맞춘 소설에 흥미를 느끼는 분들 

 

한줄평 : 모두의 비밀이 불러일으킨 치명적인 비극. 각자의 비밀이 한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과거-현재를 잇는 진실의 경계가 흔들리고 무너진다.


<'부서진 여름' 줄거리>

 

※ 이 작품은 미스테리한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로 본 줄거리에는 결말(스포일러)이 포함되어 있으니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책을 먼저 읽기를 추천드립니다.

 

성공의 절정에 선 화가 한조. 아내와 둘만의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최고가로 작품을 판 것을 축하하며 아내와 둘만의 파티를 연다. 그리고 다음날 아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와의 결혼 생활을 떠올리게 하는 한 권의 소설 [나에 관한 너의 거짓말]을 남긴 채.

(소설의 줄거리는 미성년자 성매매를 했던 화가가 아내의 희생을 등에 업고 미술계에서 성공하는 이야기이다.)

 

한조는 그의 성공과 밝은 면 뿐만 아니라 그의 흠, 어두운 과거까지 모조리 알고 있는 아내가 쓴 소설을 통해 그의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어릴 적 한조는 이산시에 해밀중고등학교의 시설관리인으로 일하는 아버지 덕에 재단 소속 작은 사택인 맬컴 주택에서 살아간다. 그의 가족은 어머니 미란, 아버지 진만, 형 수인, 그리고 한조 4명으로 이루어져있다.

 

맬컴주택은 하워드 저택 옆의 작은 저택으로 본가인 하워드 저택은 아산시의 성공한 사업가인 희재에게 팔린다. 그리하여 하워드주택에는 희재, 그의 아내 선우, 두 딸 지수,해리가 살아가게 되고 자연히 맬컴가의 가족들은 하워드가의 사람들과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집사처럼 일상을 공유하며 가까이 지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하워드가의 첫째 딸 지수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며칠 뒤 강가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경찰은 이산시의 차기 시장을 노리는 성공한 사업가 희재의 압박, 매스컴의 관심에 수사을 몰아붙이고 결국 지수가 성폭행 후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대두되자 수인과 한조의 아버지 진만이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다. 얼마 뒤 진만은 죄를 자백하고 사건이 종결되지만 

 

한조의 가족은 살인자의 가족으로 풍비박산이 나고 한조는 형 수인과 말을 맞춰 함께 공부를 하고 있었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평생을 고통받는다. 지수를 잃은 하워드가 사람들 역시 일상을 잃어버리고 만다. 희재는 선거에서 떨어져 가세가 기울고 부부는 잦은 다툼 끝에 어느날 해리만을 남겨둔 채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아버지의 자백 이후 술에 의존하다 죽음을 맞이한 어머니를 뒤로 하고 한조, 수인 형제는 서울로 거처를 옮긴다. 이후 이산시의 수재로 장래가 촉망받던 수인은 경제적 이유로 대학 진학을 포기한 뒤 사법고시에 여러번 낙방하고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으로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한조는 형의 도움으로 미대를 졸업하지만, 역시 가난에 허덕이며 변변찮은 작품을 내지도 못하고 미술학원의 강사로 겨우겨우 살아간다.

 

이런 삶에 신물을 느낀 한조는 고등학교 선생님의 도움으로 이산시의 맬컴주택으로 돌아가 폐허가 된 두 저택을 돌보며 살게 되고그곳에서 하워드 저택 앞에 나타나는 소녀 수진을 만나게 된다. 수진은 한조의 모델이 되기를 자처하고 재능은 있지만 그 재능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던 한조는 수진을 통해 그 안에 숨어있는 재능을 작품에 쏟아부을 수 있게 된다.

 

수진은 한조의 작품을 위해 누드모델이 되기를 자처하고, 한조는 그녀의 몸에 알 수 없는 자해의 흔적을 발견하고 흠칫하지만 그와 같은 어두운 과거가 있는 그녀에게 오히려 친밀감을 느낀다. 어느날 수진은 한조와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자신이 바로 '지수'의 동생 '해리'라는 사실을 밝히고,(부모의 죽음 이후 외삼촌에게 입양되며 이름을 바꿨다.) 한조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던 과거의 아픔을 해리와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끼며 해리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이 과정에서 해리의 완전한 동의 없이 그녀와 육체적 관계를 맺기도 한다.)

 

그해 여름 한조는 처음으로 만족할만한 작품 [오필리아;여름]을 완성해내지만 곧 해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한조는 남은 계절 해리를 떠올리며 4계절의 오필리아를 완성하지만 곧 해리의 부재가 주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서울로 다시 거처를 옮긴다. 이후 오필리아 4작품을 중심으로 작은 전시회를 내지만(이 전시회에서 오필리아 4작품을 파는데 성공한다.) 이후 이렇다할 작품을 남기지 못하고 다시 학원 강사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의 앞에 미술잡지 [쿤스트]의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해리가 다시 나타나고, 마치 그의 떠난 적 없는 것처럼 해리는 다시 그의 삶에 스며든다. 한조는 다시 그를 찾아온 해리와 결혼을 하고, 그녀의 내조에 힘입어 성공한 화가가 된다. (해리는 그의 정신적 지주일 뿐만 아니라, 훗날 한조의 독창적인 기법으로 꼽히는 그림의 시작도 해리의 손에서 탄생, 포장되었음이 밝혀진다.) 한조의 재능을 포기할 수 없다며 그를 대한민국 최고의 화가로 성장시켜낸 뒤 해리는 편집자 일을 그만두고 갑자기 집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바로 첫장면-조촐한 기념 파티 뒤 사라진 아내-으로 이어지고 곧 독자들은 해리의 과거 이야기로 초대 된다.

한조의 아내 해리는 언니의 죽음 뒤 가정의 불화, 불안 속에서 살아가다가 결국 부모마저 여의고 외삼촌의 집으로 입양된다. 해리는 부모님이 생각하는 것 처럼 언니가 모범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지만(지수는 부모 몰래 땡땡이를 치고, 화장을 일삼았다.) 부모님에게 그 사실을 숨기고 언니의 죽음 뒤에도 그 사실을 비밀로 안고 간다.

 

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간 범인이 맬컴아저씨(진만)이 아니라 생각한 해리는(사건 당시 해리는 언니가 강가로 뛰어가고 그 뒤를 쫓아가는 남자의 실루엣을 목격한 뒤 진만에게 그 사실을 말한 적 있다.) 당시 수사팀에서 근무하던 말단 여경을 찾아가 상황에 대해 캐묻고 진만의 진술에만 의존해 사건이 종결되었고 진만의 두 아들이 의심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언니의 스케치북에서 한조가 언니를 그린 누드화를 발견한 해리는 언니의 죽음 뒤에는 한조가 있으리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해리는 하워드저택에서 한조를 다시 만나고 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곧 언니와 자신의 가족 모두를 추락시킨 그에게 배신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그의 앞에서 자취를 감춘 뒤 예술잡지 [쿤스트]의 편집자가 되어 당당히 한조 앞에 다시 나타난다. 이후에는 그를 미술계의 거장으로 포장한 뒤 인생의 꼭대기 지점에서 추락시키겠다는 계획으로 그간의 결혼 생활을 이어간 것이다.


모든 일의 자초지종을 알게된 한조.

책의 출판 이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피해 숨어 술을 마시며 폐인처럼 지내던 한조는 자신을 찾아온 형 수인을 맞이한다.

그리고 오래전 부터 묻고싶었던 그날의 거짓알리바이에 대해 캐묻는다.

그리고 사건 당일의 타임라인을 다시 정리하며 지수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깨닫는다.

 

사건 당일 한조는 여느때처럼 지수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고 형 수인을 좋아하는 지수에게 형은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고 있음을 알린다. 지수는 한조의 말에 크게 동요하며 화실을 뛰쳐나간다. 한조는 그런 지수를 쫓아가지만 곧 그녀를 놓치고 만다.

 

사실 수인이 좋아한 상대는 바로 지수의 엄마이자, 하워드 저택의 안주인 선우. 수인은 책 속에 암호를 숨겨 선우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수인은 선우에게 거절의 의사를 표하기 위해 그를 강가의 자신의 차로 불러낸다. (지수는 선우와 자신의 엄마가 만나는 모습을 목격한 뒤 현실과 거절당한 자신의 사랑에 절망해 스스로 죽음을 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인은 선우와 한조 그리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한조와 함께 화실에서 공부했다는 거짓 알리바이를 만든 것이다.

 

한조는 결국 자신이 우발적으로 한 말 때문에 지수가 화실을 뛰쳐나감으로써 모든 일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화가로서의 그의 삶을 시작하게 한, 그리고 절반은 지수, 절반은 해리의 모습을 한 그림 [오필리아 4연작]과 함께 불에 타 죽는 것을 택하며 삶을 마친다.

(사실 오필리아 4연작을 불태우는 장면까지만 분명하게 묘사되며 한조 역시 죽음을 택하는지 여부는 애매하게 남습니다.)


< 짧은 감상평 >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작품 초반에 펼쳐지는 충격적인 사건을 본 독자들 역시 각자의 추리를 펼치며 이런 마음으로 남은 이야기를 읽어내려갔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지점에 이르러서야 이 모든 비극의 주범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모든 인물이 안고있었던 '비밀'이었음을 알고 반쯤은 허무하게, 반쯤은 서글픔에 책의 마지막 장을 덮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비밀'의 무게가 더해져 결국 인물들을 짓눌러버린 것이다.

 

새침떼기 모범생, 외부 사람들에게는 한조와 친해 한조와 연인관계라는 소문이 났던 지수의 거짓말.

언니의 방황을 알고, 언니가 남겼던 방황의 흔적들을 숨겨주었던 해리의 거짓말.

대외적 이미지 때문에 딸이 자살했을리 없다고 생각하고 딸의 방황을 애써 모른척했던 희재의 거짓말.

사건 당일 친구를 만나러 간게 아니었던 선우의 거짓말.

 

선우에 대한 잘못된 연심을 품고 있다가 사건에 휘말린 자신과 동생을 지키기 위해 거짓알리바이를 만들어낸 수인의 거짓말.

자신의 아들들, 남편 중 사건에 연루된 자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감춰야했던 미란의 거짓말.

아들을 지키기 위해 죄가 없음에도 죄를 고백한 진만의 거짓말.

그리고 거짓알리바이를 거짓이라고 밝히지못한채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간 한조의 거짓말.

 

이 밖에도 진만의 자백에는 뭔가 허술한 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건의 빠른 종결을 위해 진만을 범인으로 단정지은 경찰의 (세상을향한, 수사관으로서의 양심을 향한) 거짓말까지.

 

너무나 분명하게 '사춘기 소녀의 자살'로 끝날 수 있었던 일들은 이 많은 거짓말을 밑거름으로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바뀌고 결국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 채 비뚤어진 삶을 살아가게 만든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한 길에 불과한 사람의 속을 열길, 천길, 만길로 바꿔버리는 그 마법같고 무시무시한 힘이 바로 '사람이 만들어낸 비밀'이 아닐까.


< 책속 구절 >

 

 "도대체 내가 어떻게 되기를 원하는 거지?"

이번에도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공포가 엄습했다. 세상에 드러날 자신의 치부나 파멸 때문이 아니었다. 아내는 그토록 오래 남들에게 감추어온 그의 삶을 통째로 알았다. 그의 현재뿐 아니라 감춰진 과거도, 최고의 영광뿐 아니라 최악의 모습도, 점잖은 겉모습뿐 아니라 구역질 나는 내면까지도.

(중략)

그는 이제 안다. 부끄럽고 부도덕한 과거를 대면할 용기가 없었음을. 지금까지 미루어왔지만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것을.

-25p


그러다 어떤 말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런 상황에서 모든 남자가 하는 헛된 말, 아무 실체 없이 모든 행위가 허용될 것처럼 들리는 비겁한 말.

"난 널 사랑해. 너도 날 사랑하지?"

-181p


함께하는 동안 그는 그녀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제 그것이 착각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녀는 마주 보고 있는 순간에도 그가 아닌 허공의 어떤 점을 응시하는 듯했다. 서로를 사랑한다고 믿는 그 순간에도 그녀의 삶에서 쫓겨난 기분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결국 그는 그녀의 무엇도 이해하지 못했다. 타인의 기억을 이기는 사람은 없다. 아무도 없다. 그것은 진실을 이기는 사람이 없다는 말과 같다. 

-1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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