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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기_비문학

[인문교양/에세이] 이훈보_그늘의 인간( 책 소개, 좋은 구절, 서평, 글귀)

by 삐와이 2021. 1. 3.

 

그늘의 인간 표지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 작품 정보, 줄거리 >

 

- 제목 : 그늘의 인간

- 작가 : 이훈보

- 출판사 : 바른북스

- 출간일 : 2020년 12월 3일

 

- 줄거리(인터넷 교보문고 참고)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는 삶의 모든 질문

우리는 사는 동안 다양한 질문을 만나게 되고 모든 질문은 일상의 당신에게 엉켜 든다. 수많은 고민이 달려들어 당신의 삶을 잠식해 버리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 아닐까?
《그늘의 인간》은 당신이 혼자 하는 대화를 통해 경험하는 순간의 쓸쓸함을 덜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한 권으로 삶의 모든 질문들을 정리한다'는 불가능하다 싶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목차부터 사고방식까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순서를 다듬은 책. 개인부터 사회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낮은 계단을 오르듯 버겁지 않게 읽을 수 있다.


- 작가 소개

이훈보 작가는 독립 잡지인 월간 이리를 99호까지 발행한 이력이 있는 커피 로스터이다. 2014~15년까지는 음악계에서 종사하기도 했고, 작가도 스스로를 취미음악가 라고 칭하기도 한다. 현재는 카페에서 일하며 글을 쓰고 있다.

작가의 첫 작품인 [그늘의 인간]은 텀블벅 펀딩을 통해 출판되었다. 작가는 '가능하면 삶의 모든 질문을 한권의 책에 담아보겠다'는 각오로 이 책을 편찬했고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거대한 이야기를 써보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 책 속의 좋은 구절들, 그리고 짧은 나의 에세이 >

 

※ 에세이기 때문에 기승전결의 줄거리는 없지만, 중간중간 공감가는 구절들을 옮겼으니 오롯이 책 내용을 즐기고 싶으신 분들은 뒤로가기 눌러주시고, 근처 서점에서 직접 작품을 만나보시기를 바랍니다.

 

이 책의 작가는 자신의 책을 '인문학책'이라고 소개한다. 그에 걸맞게 책의 첫 챕터도 '인문학이란 무엇일까?'이다. 작가는 인문학을 '시간과의 투쟁기' 즉, 인간이 보낸 시간들에 대한 기록이라 정의하고 장작 470페이지 동안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인간사에 대해 기술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인문학책이 된다.

 

'가능하면 삶의 모든 질문을 한 권의 책이 담아보겠다'는 작가의 포부에 걸맞게 [그늘의 인간]은 백여가지 질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기록한 책이다. 때로는 한두페이지로 그 답이 내려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열페이지에 가깝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그 생각은 다음 챕터로 유기적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이 책에는 외워야할 내용도 밑줄을 그어가며 공부해야할 내용도 없지만, 적어도 매 챕터마다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자연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어제나 오늘이나 별반 차이가 없지만 2020년 12월 31일이 의미가 있고, 2021년 1월 1일이 의미가 있는 것은 인간이 거기에 부여한 시간이라는 의미에 있다. 즉, 생각하지 않고 질문을 던지지 않고 재정의 하지 않은 세상의 모든 것은 내게 무의미하다. [그늘의 인간]은 우리에게 회색빛이었던 세상을 각자의 색으로 물들여 주면서 존재의 의미를 다한다. 스스로를 평범하다 칭한 작가가 자신만의 색으로 인문학을 재정의하고, 자신의 세계를 물들여가는 것을 따라가며 우리도 우리의 삶의 재정의하고 색칠해보는 것은 어떨까. 

 

때로는 작가와 생각이 닿아 고개를 끄덕이고, 때로는 갸웃거리기도 하겠지만. 적어도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는 세상에 대해 더 말해보고 싶다는 내 안의 욕구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Q.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일까?

 

비교는 판단의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삶에서 비교만큼 당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그냥 살아있어서 사는 것이다. 생존에 꼭 필요한 평범한 순간들을 불필요하게 불행하게 만들지 말자. p27

 

Q. 돈에 대하여

 

나는 그것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는지, 단순한 반발이었는지 모르지만 '돈'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쉽게는 '시간'같은 대답을 찾기도 했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관통할 만큼 정확한 답은 아니었다. 그런 답은 그저 운치만 있고 쓸모가 없는 한 두루뭉술한 대답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답을 찾지 못한 나는 '결국 돈이 많은 것을 대체한다.'는 결론 앞에서 참담한 좌절을 느껴야 했다. p60

 

Q. 말의 속성

 

핵심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기본적으로 폭력적이란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농담을 섞어 이해를 돕자면 '귀에 때려 박는 랩'이라는 표현도 있을 수 있고. '입을 통해 나가는 음파의 진동을 고막이 받아서 음성신호로 해석하는 진동 어택!'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중략)

아무도 말하는 사람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p114

 

Q. 나이가 들면 정말 시간이 빨리 갈까?

 

가만 보니 어린 시절에는 많은 것을 기다렸던 것 같다. 엄마가 오기를 기다리고 저녁밥을 기다리고 만화 영화를 기다리고 (중략)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다. (중략) 나는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물 흐르듯 흐르는 시간을 보낼 뿐이다. 농담 같겠지만 애초에 보내는 마음과 기다리는 마음이 같을 리가 없지 않나. p133

→ 처음에 작가는 어른이 되는건 그냥 되는 것이다. 라는 입장을 견지하다가 이렇게 시간과 나이에 대한 파트에 들어서 어른이 됨의 쓸쓸함을 적절하게 정리해준다. '기다림이 없는 세상'이라는 작가의 표현에 뿌옇게 안개낀 어른으로서의 내 삶이 정의내려진 기분이어서 조금은 씁쓸하고 또 조금은 허를 찔린 듯한 기분이었다. 어른이 된 우리는 권태와 허무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다. 무엇을 기다리고, 기대하며 살 것인가. 이는 새해를 맞은 우리에게 매일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숙제이다.

 

Q. 낙수효과의 허구

 

흘러넘치는 이미지는 그저 단순히 글자의 이미지이지 실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익의 분배는 지극히 고의적인 사건이 된다. 그리고 컵에서 물이 넘친다 하더라도 물이 마치 비가 내리듯 고르게 여기저기로 뻗어 나갈 일은 없다. (중략)

그리고 더 생각해 보면, 우리가 컵을 아무 곳에나 놓는 일이 있던가? 테이블의 정해진 위치에 컵은 놓이기 때문에 정말- 어쩔 수 없이 넘치는 혹은 일부러 조금 넘는 그 물조차 관리를 받는 형태가 될수밖에 없다. p279

커피 한잔, 그리고 챕터 한장. 괜찮았던 그의 생각들을 살짝씩 접어가며 책을 읽어내려갔다.

Q. 신뢰에는 가격을 매길 수 있을까?(다시 쓰는 자본주의 9)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설정이 되는 만큼 세금으로 임금을 지불하는 모든 사람은 최저임금에 기반해 임금을 구축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중략)

8590원이 최저임금인 사회의 경우 범죄자가 일으킨 사기의 금액 1억이라면 485명에게 24시간 동안 피해를 입힌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중략)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최저임금제는 새롭게 인식되고 재정립될 수 있다. p317

→ 정치/사회 파트에 들어가면 작가의 이야기에 백프로 공감할 수 없어도 적어도 흥미롭고 새로운 시선이라는 점에서는 대부분 동의할 것 같다. 최저임금에 대한 작가의 이런 관점은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관점이기에 신선했다. 앞으로 뉴스에 나오는 범죄소식을 보면 이렇게 환산해볼 것 같기도 하다.

 

Q. 진보와 보수, 보수와 진보(다시 쓰는 자본주의12)

 

누구에게나 양면 동전이 있고 언젠가는 자신의 동전도 지나치게 치우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상처를 조금은 줄이는 형태의 대화를 해야 한다. (중략)

보수와 진보의 문제는 복잡한 것 같지만 실은 쉬운 이야기이다. 한 줄로 정리하고 넘어가겠따.

"보수는 처지고 진보는 자세다."

우리 안의 이 양면을 잊어서는 안 된다. p327

 

Q. 모두의 열 걸음

 

사람들은 왜 그런 지연을 만드는 것일까. 국가의 구성원들이 참정권을 갖는 것이 좋은 것임을 알면 모두가 갖는 방향으로 한 번에 가면 되는데, 대체 어디를 그렇게 두리번거리는 것일까. (중략)

이것을 단순 남녀차별이라고 정리하고 넘어가기보다 인간의 본성, 사고 확장의 지연 또는 정치적 의사 진행의 더딤에 대한 사례라고 생각하면 어떤가. p351

→ 사회학적 관점에서 '진보/개혁'에 늘 '지연'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일들도 모든게 당연해보이지만 훗날 큰 변화의 물줄기 안에서 '지연'이라고 지적될 일들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차별이 아니라 지연의 관점에서 이 사건들을 해석하는 작가의 시선이 독특했다.

 

Q. 빛나는 각개 전투를 위해

 

하나의 광고판을 크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광고를 다양한 곳에 비치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중략)잔물결이 모여 큰 파도가 되는 것이다.(중략)정말 간단하니 혹시 언젠가 1인 시위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날이 있다면 부담 없이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당신의 행동이 누군가를 움직일 것이다. p369

→ 평범하게만 보이던 작가의 평범한 민주시민으로서의 행동(투표 독려를 위해 1인시위를 했다.)이 이 파트에 이르르면 처음으로 나온다. 그러면서 이 작가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평범한 민주시민의 행동이 평범함을 부정하는 행위가 된다는 사실도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싶으면서 또 '민주시민'이라는 단어의 무게에 대해 실감하게 되는 파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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