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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기_비문학

[죽음/에세이] 김완_죽은 자의 집 청소 (책 소개, 서평, 좋은 구절, 글귀)

by 삐와이 2020. 11. 3.

표지 이미지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 작품 정보, 줄거리 >

 

- 제목 : 죽은 자의 집 청소

- 작가 : 김완

- 줄거리(인터넷 교보문고 참고)

 

“누군가 홀로 죽으면 나의 일이 시작된다”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에 대하여
수많은 언론이 집중 조명한 어느 특수청소부의 에세이

누군가 홀로 죽은 집,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집, 오물이나 동물 사체로 가득한 집…. 쉽사리 볼 수도, 치울 수 없는 곳을 청소하는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 대표 김완의 특별한 죽음 이야기『죽은 자의 집 청소』. ‘특수’청소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일터엔 남다른 사연이 가득하다. 자살 직전에 분리수거를 한 사람, 자신의 세간을 청소하는 ‘비용’을 물은 뒤 자살한 사람 등. 현장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1장에는 픽션이라고 생각될 만큼 비현실적인 현실 이야기가 펼쳐지고, 2장에선 특수청소부로서 느낀 힘듦과 보람부터 직업병, 귀신에 대한 오컬트적인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에피소드로 그가 하는 일을 생생히 전한다.

이미지 출처 : 유튜브 (저는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합니다, 청소일하는 작가 김완) 중

- 작가 소개 : 김완

대학에서 시(詩)를 전공했다는 김완씨는 처음에는 출판, 트렌드 산업 분야에서 일하다가 전업 작가로 살기로 결심한다. 이후 취재차 일본에 머물며 '죽은 이가 남긴 것과 그 자리를 수습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살아간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특수청소 서비스 회사 '하드웍스'를 설립하여 일하고 있으며 일반적 청소업체가 다루지 않는 일. 죽음/인간의 극단적인 더러움이 쌓인 일들을 하게 된다.


< 짧은 감상평/리뷰 >

 

   인간은 모두 태어나고, 죽는다. 삶이 있는 곳에는 죽음이 있고, 안타깝지만 그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살면서 죽음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죽음'을 대화나 생각의 주제로 삼기에는 너무 분위기가 무거워지는 탓도 있겠지만, 미룰 수 있는만큼 최대한 미루고 싶은 생에 대한 본능적인 의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삶과 죽음은 떼어낼 수 없는 것이기에 우리는 살면서 어느 순간 죽음이 우리 삶에 너무나 가까이 와있다는 것을 불현듯 느끼게 된다. 

 

    최근 일련의 개인적인 경험은 나로 인해 그간 막연하게만 생각해오던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계기가 되었다. 얼굴도 보지못했지만 너무 사랑하는 한 존재를 영원히 잃고, 몸도 마음도 아픈 요즘. 죽음은 결코 극복 가능한 것이 아니고, 그 영원한 부재가 주는 쓸쓸함과 아픔은 마음 속 어딘가 숨어있을지언정 없어질 수는 없다는 것도 몸소 느끼고 있다. 그렇게 나는 삶과 죽음이 늘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겨우 깨닫게 되었다.

 

    아무나 다루지 않는 '죽음'을 주제로 삼고있다는 점을 제하고도 이 책의 매력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작가의 과거 이력(시를 전공하고, 작가가 되려 노력했던 시간)에서 비롯된다. 아무 생각 없이 일에만 몰두해도 숨이 막힐텐데 김완 작가는 충격적인 상황을 마주하고도 끊임없이 사색하고 사고한다. 조심스럽게 고인이 남긴 여러 흔적들로 그들의 지난 삶을 돌아보고, 그의 영혼을 위안할 수 있는 갖은 방법을 고민하는 글, 그리고 죽음을 목전에 두고 삶의 참의미를 고민하는 글들은 생각보다 유려하게 흘러 금방 읽히고, 우리네 삶을 돌아보게 한다.

 

    끝으로 이 에세이를 읽는 일이 행복한 경험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우리의 이야기, 먼 얘기가 아니고 가까운 얘기임은 분명하다. 인생이 희노애락이라고 누군가 말했던가. 진짜 '애'(슬픔)를 찾고, 삶의 퍼즐을 완성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은 괜찮은 길라잡이가 되리라 생각한다.


< 책 속의 좋은 구절들 >

※ 에세이기 때문에 기승전결의 줄거리가 없어, 중간중간 공감가는 구절들을 옮겼으니 오롯이 책 내용을 즐기고 싶으신 분들은 뒤로가기 눌러주시고, 근처 서점에서 직접 작품을 만나보시기를 바랍니다.

두려움은 언제나 내 안에서 비롯되어 내 안으로 사라집니다. 한 번도 저 바깥에 있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당신은 홀로 숨을 거두었고, 꽤 오랫동안 그대로 머물렀고, 오늘부터 나는 남겨진 흔적을 요령껏 지울 것입니다. 이제 현관문을 열고 나가 일 층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그곳에서는 장례를 막 치르고 돌아왔을 당신의 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그녀에게 어떤 말부터 꺼낼지 미리 생각해둬야 합니다.

자, 이제 전등을 끄겠습니다.


문득 내가 그녀의 시점으로 이 공간을 내려보는 듯하다. 저기에 매달렸다면 그녀가 생에서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잠시 뒤에 내가 분해하려는 바로 저 텐트의 정수리였을 것이다. 시도, 철도 모르고 찾아오는 인간의 상상이란 잔인하다. 모든 살림을 한 눈에 내려다보며 삶을 끝내려는 그녀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 착한 여인은 어쩌면 스스로에게는 착한 사람이 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을 죽인 사람이 되어 생을 마쳤다. 억울함과 비통함이 쌓이고 쌓여도 타인에게는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고, 남에겐 화살 하나 겨누지 못하고 도리어 자기 자신을 향해 과녁을 되돌려 쏘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죽일 도구마저 끝내 분리해서 버린 그 착하고 바른 심성을 왜 자기 자신에겐 돌려주지 못했을까?


가난하다고 너무 심각해지지 말자. 그대가 현자라면 언제나 심각한 사람이 손해라는 것쯤은 깨달았으리라. 어차피 지갑이 홀쭉하나 배불러 터지나 지금 웃고 있다면 그 순간만은 행복하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자기가 보고 싶고 희망하는 세계만 만나려는, 편견 가득한 청소부의 근거 없는 믿음이라고 해도 딱히 부정할 재간은 없다. 하지만 그 믿음을 마음 한켠에 고이 묻어두고 이따금 생각나면 보러 갈 작정이다. 그런 믿음이 싹도 틔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시들어버리면 나는 이 세계에서 단 하루도 온전히 버틸 자신이 없다.

홀씨 날리는 봄이 그립다.


그곳에서 당신은 안녕하신지요?

이곳에 머문 며칠 동안 염치도 없이 당신이 집에 남기고 간 모든 것을 보았고 그 흔적을 지우고자 애썼지만 사실 당신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저 우연히 같은 해에 이 나라에 태어나, 당신이 좀 더 일찍 죽었고 나는 아직 살아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서둘러 경험한 죽음을 향해 나 역시 잠시도 지체하지 못하고 한 걸음씩 다가설 뿐입니다. 우리 인간 존재는 그렇게 예외 없이 죽음을 고스란히 맞이합니다.


부탁하건대, 언젠가는 내가 당신의 자살을 막은 것을 용서해주면 좋겠다. 나는 그 순간 살아야 했고, 당신을 살려야만 내가 계속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아직 배에서 내리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함께 배를 타고 있다. 그것만큼은 오래도록 잊지 않을 것이다.


범죄 현장 바닥에 엎드려 선혈이 굳어 생긴 붉고 거무튀튀한 막을 긁어내자면 '돈처럼 인간의 감정을 송두리째 뒤집고, 흔들고, 들끓게 하는 것도 없구나'하는 생각이 새삼스레 든다. 어쩌면 돈이란 전산 상에서는 숫자에 불과하고, 현실 생활에선 그저 일정한 크기로 썰어놓은 얇은 종잇조각일 뿐이지만, 진실을 자백하길 강요하는 몹쓸 부적이라도 된 것처럼 그 앞에서 수많은 인간이 무릎을 꿇고 저열한 속내를 숨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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