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고, 쓰기_국내 문학

[독서 감상] 손원평_아몬드 (줄거리, 결말, 서평, 책소개)

by 삐와이 2020. 7. 26.

 

표지 이미지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 작품 정보 >

 

- 제목 : 아몬드

- 작가 : 손원평


< 줄거리,결말, 그리고 감상 >

 

※ 감상문 중간에 결말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 책의 구절을 인용한 부분이 있습니다. 책의 내용을 미리 알고 싶지 않은 분들은 감상을 건너뛰어 책의 좋은 구절들만 확인해주세요.

 

   여기 감정 표현병에 걸린 아이 둘이 있다. 날 때부터 감정을 느낄 수 없어서 위험한 상황에서도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 울고 있는 사람을 보아도 빤히 바라보기만 하는 괴물같은 아이,
그리고 어떤 감정이든 분노와 욕설로만 표현하게 된 후천적인 감정표현병에 걸린 아이.

당신은 이 아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가.


   엄마, 할멈과 함께 살아가는 아이 윤재는 선천적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다. 윤재는 일상 생활에서 남들과 달리 감정표현을 하지 않아 주위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하고, 윤재로부터 한걸음 물러서게 한다. 윤재의 엄마와 할멈은 윤재에게 남들이 웃으면 따라 웃고, 차가 오면 비켜서야 한다는 등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야 할 세상의 많은 것들을 아들에게 가르쳐주면서 사회에 스며들 수 있도록 사랑으로 보살핀다. 

 

   그러던 어느날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족 외식을 하러 나갔을 때 세상에 대한 분노로 악에 받친 남성이 무작위로 휘두른 칼에 엄마와 할멈은 큰 상처를 입게 되고, 그날 밤 윤재는 할멈을 잃고 엄마는 중환자실에서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진다. 물론 이 사건을 목도하고도 윤재는 사건의 진행상황만 파악할 뿐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윤재는 그날 이후 몇번이고 이 사건을 곱씹으며, 그가 대체 왜 그랬을까. 왜 사람들은 두고 보기만 한걸까 생각하지만, 답을 찾을 수 없다.


    윤재는 윗집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엄마 친구분의 도움으로 학교를 다니며, 엄마가 운영하던 중고책방을 운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어느날, 윤재를 찾아온 어느 교수의 부탁으로 교수의 죽어가는 아내를 만나 오래 전 잃어버렸던 아들인 척 작별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윤재의 앞에는 진짜 교수 부부의 잃어버린 아들, 곤이가 나타난다.

13년 전 놀이동산에서 잃어버린 뒤 고아원에 보내진 뒤 제대로 가르침을 받지 못하며 살아온 곤이는 어렵게 찾게된 생부가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아들로 인정해주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우리 부부의 아들답지 않다는 이유로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윤재에게 엄마와 마지막 인사를 할 기회마저 빼앗겨버린 곤이는 학교에서는 윤재를 괴롭히고, 집에서는 갖가지 폭력적인 행위로 아버지를 곤란하게 하며 살아간다.

 

   할멈을 죽게한 어느 남성의 칼날처럼 사회에 적대적이기만 했던 곤이가 윤재를 향한 빗장을 풀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윤재가 곤이를 그 어떤 감정도 가지지 않고 대했기 때문이다. 곤이와 윤재의 이상한 우정은 방과 후 윤재의 중고서점에서 기묘하게 이어진다.
그리고 소설의 결말부에 이르러서는
곤이와 윤재는 서로를 위해 기꺼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주먹과 칼날 앞에 몸을 던진다. 그들의 감정표현병에 걸렸기 때문일까. 그 순간 그들은 주먹도 칼날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


   '감정'이라는 단어는 신기하게도 따뜻하고 열정적인 느낌을 준다. 우리가 누군가를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소개를 받으면 그 사람은 잘 웃고 잘 울고 잘 화내기도 하는 삶을 다채롭게 살아가는 사람을 떠올리게 될것이다. 그렇다면 '감정이 풍부한 세상'은 어떨까. 그 세상도 다채롭고 아름답고 긍정적일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감정으로 가득한 세상을 윤재의 시선으로 바라볼 기회를 얻는다.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감정이 있다면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고, 도와주고, '아들을 아들로', '친구를 친구로' 감싸안아 줄 것 같은데, 이 세상은 그렇지 않다. 세상으로부터 상처입은 윤재와 곤이를 진심으로 감쌀 수 있었던 사람은 감정표현이 서툰 서로 밖에는 없었다.

  이런 결말부에 이르러 보통 사람의 범주에 속하는 나는 윤재와 곤이에게 진심으로 미안함을 느꼈다. 보통 사람의 범주 안에 숨어서 안보이는 척, 모르는 척 잊어버렸던 수많은 사건들이 기억 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매일매일 아이들이 태어난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축복받아 마땅한 아이들이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군가는 사회의 낙오자가 되고 누군가는 군림하고 명령하면서도 속이 비틀린 사람이 된다.
드물지만 주어진 조건을 딛고 감동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도, 괴물로 만드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다.
이 소설로 인해 상처 입은 사람들, 특히 아직도 가능성이 닫혀 있지 않은 아이들에게 내미는 손길이 많아지면 좋겠다.
거창한 바람이지만 그래도 바라 본다. 아이들은 사랑을 갈구하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사랑을 주는 존재들이다. 당신도 한때 그랬을 것이다.

- 2017년 봄, 손원평

   책을 덮기 전 작가의 말을 읽으며 나는 비로소 내 안의 아몬드를 찾을 수 있었다. 너무 딱딱하게 굳어버린 세상에 대한 편견, 나만의 뒤틀린 감정의 덩어리가 만들어낸 나의 아몬드를 입안에 넣고 오도독오도독 깨물어버리는 상상을 해본다. 그리고 오늘은 좀 더 세상을 뒤틀림없이 보겠노라 다짐한다.

세상에 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다.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을뿐이다.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책의 구절들>

 

"할멈, 왜 사람들이 나보고 이상하대?" 어린 내가 물었다.

"네가 특별해서 그러나 보다. 사람들은 원래 남과 다른 걸 배기질 못하거든."

그런 나를 할머니는 '예쁜 괴물'이라고 불렀다.


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다.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나에겐 아몬드가 있다.
당신에게도 있다.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거나
가장 저주하는 누군가도 그것을 가졌다.
아무도 그것을 느낄 수는 없다.
그저 그것이 있음을 알고 있을 뿐이다.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너 진짜 로봇이냐."

"의사들이 그렇대. 타고났대."

"타고나? 그 말이 제일 재수 없는 말이야." 곤이가 말했다.

 


사실 어떤 이야기가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당신도 나도 누구도, 영원히 알수없는 일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