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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기_국내 문학

[한국소설/장편소설] 강영숙_라이팅클럽(작가소개, 줄거리, 서평, 북리뷰)

by 삐와이 2020. 8. 17.

 

라이팅클럽 표지 (이미지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 작품 정보 >

 

- 제목 : 라이팅클럽

- 작가소개 : 강영숙

 

강영숙 작가(출처 : 교보문고)

 

   1967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강영숙작가는 십대시절 라이팅 클럽의 영인처럼 큰 체격으로 인해 주로 교내 운동선수로 활약했다고 한다. 열네살 서울로 이사를 와 고등학교까지 마친 뒤 바로 무역회사에서 타이피스트로 일하다가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에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한다. 

   이후 1998년 32살의 나이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8월의 식사]가 당선되어 등단하게 된다. 신춘문예 당선 이후에도 한국일보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 국내 내로라하는 문학상을 4차례가 수상한다. 강영숙 작가에 대한 주변 작가들의 평을 보면 하나같이 그녀의 문체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 평으로 미루어보면 다소 건조하고 냉정한 문체로 사회현상을 작품에 녹여내고 인물들을 속도감있게 묘사한다는 점이 강영숙작가의 특징적인 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라이팅 클럽 서평, 짧은 감상 >

 

혜화 북카페 '어쩌다 산책' 내부공간(무음카메라로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게끔 촬영했습니다.)

 

   블로그에 책과 영화를 보고 짧은 글을 끄적이는 것도 라이팅, 글쓰기라고 할 수 있을까. 약속시간 전 잠깐 시간이 떠서 혜화역 독특한 북카페 '어쩌다 서점'에 방문한 나는 서점을 한바퀴 빙~돌다가 마침내 [라이팅 클럽]을 집어들고 서점을 나왔다. 뭐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써야만 사는 이들의 이야기 공동체'라는 책의 소개 문구가 이 책이 글쓰기에 대한 소설임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하루 1그램 정도는 내 생각을 블로그에 덜어내보자는 다짐으로 티스토리에 영화, 책 관련 글을 쓴지도 오늘로 벌써 34일째이다.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남의 말을 그냥 베끼는 정도로만 글을 쓰지는 않겠다고 다짐하며 나는 짧지만 매일 내 글을 써오고 있다. 기사나 책소개 내용으로 알게 된 내용도 한 번 더 타이핑을 하며 나의 언어로 써온 경험 덕분일까. 나는 어렵지 않게 김작가와 영인의 삶에 몰입할 수 있었다.

 

   영인의 삶은 결국 '읽고 쓰는 삶'이라 할 수 있다. 지독한 가난, 원활하지 못했던 교우관계, 스쳐 지나갔던 연애들. 그 모든 것을 견딜 수 있었던 힘도 '읽고 쓰기'에서 비롯한 것이지만 그녀의 삶에서 경솔했던 선택들도 바로 그 '읽고 쓰기'에서 비롯되었다. 영인은 K의 편지에서 본인의 연애편지와는 다른, '상대에 대한 묘사'를 발견하며 그녀와의 관계를 시작한다.(영인의 편지는 내 감정 보여주기에 그쳤다면 K의 편지는 '너는 나에게 어떤 사람이다.'라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리고 영인의 첫 남자인 B도 그저 일자리알선센터에 책을 들고 서있었다는 이유 하나로 영인에게 동거의 대상으로 점찍힌다. 끝으로 연고 없는 미국에서 그녀가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미치광이 돈키호테의 호기로움이 그녀에게 힘을 주었기 때문이고, 이 덕분에 그녀는 김작가처럼 라이팅클럽을 만들어내기까지 한다.


   [라이팅 클럽]은 영인과 김작가의 삶을 보여주지만 또 동시에 읽고 쓰는 것에 목말라 있는 독자들에게는 훌륭한 글쓰기 교재이기도 하다. 영인은 첫번째 직장에서 그간 읽어오던 [노동일기]와 본인의 현실을 결합해 악독한 사장과 시골에서 올라온 저임금 노동자가 나오는 50매짜리 소설을 쓴다. 그리고 경험만으로는 글을 쓸 수 없다는 제 1원칙을 깨닫는다.

   장에 대한 애정이 표현도 못해보고 스러져야 했을 때, 김작가가 연인에게 몰두해 집에는 먹을 쌀 한톨 없어졌을 때 그녀는 뭔가 정리를 해야만 살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노동의 대가로 매일 국수만 내어주는 악덕 사장을 죽이려 달려는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두번 째 소설을 쓴다. 그 소설에는 주변인의 캐릭터가 조금씩 담겨있다. 그리고 영인은 그 소설로 J작가에게 묘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영인의 세번째 소설은 B와의 이별로 인해 탄생한다. 실연당한 여자가 헤어진 남자가 갔다고 생각되는 부산으로 가서 하루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이야기이다. 영인은 그 소설에 자갈치시장, 국제시장들을 '묘사'해넣는다. 하지만 J작가는 이번에는 묘사 뒤에는 작가의 분명한 사고 과정이 드러나야한다며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필독도서 목록을 건넨다. 

   그리고 [라이팅 클럽]이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글쓰기 비법은 큰 병치레 후 마침내 신문사 공모에 당선된 김작가를 통해 보여준다. 김작가는 평생을 읽고 썼다. 그리고 딸 영인은 그런 김작가를 보고 너무나 글이 쓰고 싶어서 죽을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뒤이어 김작가의 짧은 편지가 영인의 미국살이에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말한다.


   소설은 뭔가 개운하지 않게 끝이 나지만, 강영숙 작가가 두 여성인물을 통해 보여준 글쓰기의 세계는 끝이 없다는 점에서 이 결말이 [라이팅 클럽]의 결말인 것은 그리 어색하지 않다. 큰 체구, 타이피스트로 일하다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는 작가의 약력을 보며 이 소설이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이 담긴 소설이라는 것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마침내 작가가 된 저자가 우리에게 말하려는 건 무엇이었을까. '끊임 없이 읽고, 쓰세요. 글을 재밌게, 쓰고 싶어서 죽을 수 없게끔 되는 그 시점에 당신의 글은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고, 또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교훈과 '읽고, 쓰는 것이 내 삶의 원동력이었지요.'하는 자기고백은 아닐까. 

   어쩌면 100일 뒤, 1000일 뒤, 10000일 뒤 내 글도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품고 귀찮고 버거워도 나는 오늘도 읽고, 보고, 쓰려한다.


<직접 요약한 줄거리>

 

※ 줄거리,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구절, 결말까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스포일러 투성이이니, 작품을 온전히 즐기고 싶으신 분들은 인근 서점에서 작품을 직접 읽어주세요 :)

 

민음사 오늘의 작가총서 제 32번째 소설. '라이팅 클럽'

 

   책의 화자는 영인. 그녀가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김작가라고 불리는 친엄마가 찾아와 그녀를 데리고 서울 계동에서 함께 살기 시작한다.(그 이전까지는 김작가의 친구부부가 영인을 키워왔다.) 뒤늦게 찾아온 엄마, 모성애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여자인 이 엄마를 영인은 엄마로 칭하지 않고 '김작가'로 부른다. 김작가는 여느 엄마들과 다르게 음식장사, 옷장사 등으로 밥벌이를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작은 집의 공간 일부를 개조해 '글쓰기 교실'을 만든다. 그리고 온갖 집안일은 함께 사는 영인의 몫이 된다.

 

   그런 엄마를 둔 덕분일까. 영인은 세상을 책으로 배우고, 어린나이에 책과 다른 세상에 신물을 느끼고, 그저 빨리 성장해서 계동으로부터, 엄마로부터 독립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가 된다. 그리고 그녀의 성장은 연애를 통해, 글쓰기를 통해, 그리고 엄마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름만 글쓰기 교실이지 김작가의 글쓰기 교실은 근처 어린이들의 받아쓰기 교습소 정도로 운영된다. 대단한 경력도 없고, 정식 등단을 하지도 못했던 김작가는 어느날 이름 모를 잡지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고 되려 그 잡지를 몇십권 사오는 허술한 작가이다. 또 그녀는 영인에게는 시인입네, 작가입네 하는 아저씨들과 어울리며 책의 구절을 읊고 그러다 술에 취해 잠이드는 무책임한 엄마일 뿐이다. 영인은 그런 엄마에게, 세상에게 분노하며 시몬 베유의 [노동일기],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삼십세]같은 다소 극단적인 책에 몰두하고 글을 쓰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마침 영인과 엄마가 사는 계동에는 J작가라는 유명작가가 살고 있었고 우연히 그녀가 늘 같은 카페에서 글을 쓴다는 사실을 알게된 영인은 중요한 사건을 겪고 그 사건을 계기로 글을 쓸 때마다 그녀를 찾아가 글쓰기에 대해 중요한 원칙 몇가지를 배운다. 영인이 글을 쓰게 되는 중요한 동력 중 하나는 '분노'와 '가난'그리고 '좌절'이다. 주로 그녀가 분노와 좌절을 느끼는 대상들은 그녀의 연애대상이 된다.


   영인은 우선 또래 남성들을 통해 연애 욕구를 분출하려 하는데, 외적으로 큰 매력이 없었던 그녀가 먼저 다가가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책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또래 남자들은 그녀를 피하기만 한다. 그래서 그녀는 동성의 연애 상대를 물색한다. 그 첫번째 대상이 바로 동급생 R이다. 늘 껌을 씹고 있는 불량한 태도 때문에 면도날을 뱉어낸다는 소문이 있는 그녀에게 영인은 매일 러브레터를 전달하고 영인의 일방적인 사랑은 R은 "너 사이코지? 미친년" 한마디로 끝난다. (편지의 내용은 '너의 면도칼을 내 가슴에 넣어줘' 같은 과격한 멘트로 가득했던걸 보면 R의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런 영인에게 먼저 손을 내민 자가 있었으니 아버지가 의사인 부잣집 딸 K이다.

 

   K는 직접 영인에게 편지를 보낸다. K의 편지들은 영인이 R에게 보낸것과는 다르게 영인과 함께한 순간에 대한 묘사와 '너는 지적이고 유머있고 감동적인 존재야.'같은 영인에 대한 찬사가 들어있다. 그날 이후 K와 영인은 함께 책을 읽고 도서관을 들락거리며 연애감정을 이어가고 첫키스까지 나눈다. 하지만 둘이 동시에 대입시험에서 떨어지고, 영인이 먹고살기 위해 맥주집에서 일하게 되면서 둘의 사이는 서서히 멀어진다. 영인이 가난과 싸우는 동안 K는 아버지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게 되고, K는 영인의 무관심을 비난하며 자해를 하는 등 점점 부담스러운 존재로 남는다.

 

   다음 영인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상대는 김작가의 글쓰기 교실을 찾아온 하얀손을 가진, 본인을 인근학교 교사라고 소개한 남성이다. 그는 젊을 때 써보고 싶었던 글을 지금이라도 써보려 왔다 말하지만, 어째 글쓰기 교실에서 그는 단 한번도 글을 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영인은 일기식으로 매일 글을 쓰며 그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지만(영인의 일기장에 그의 이름은 '장'이다. 프랑스 소설의 멋진 남자주인공같은 이름을 붙인 채 영인의 상상 속 그는 점점 더 대단한 인물이 된다.) 그는 김작가와 잠깐 연애를 하다가 글쓰기 교실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싸움을 하고는 두 여자의 인생에서 사라진다. 뒤늦게 그는 교사도 뭣도 아닌 동네건달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이웃 아줌마들에 의해 밝혀진다. 하지만 그라는 존재는 영인에게 혼자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욕구와 엄마에 대한 애증을 키우게 한 대상이 된다.



영인은 그 사건 이후 더 열심히 직장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김작가가 살고 있는 계동을 떠나 직장알선센터에서 우연히 만난 책을 든 남자 B와 동거를 시작한다. B는 부모가 구해준 지하 단칸방에 전세로 살면서 사회주의 서적만 읽고 그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 영인은 세무소 매점에서 일하며 B의 생활비를 내며 어떻게든 동거생활을 이어가려하지만 곧 이런 삶에 신물을 느끼고 B를 떠나 다시 계동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영인을 맞이한 계동의 글쓰기 교실은 어느덧 동네 아줌마들의 수다장소로 변모되어 있다. 김작가는 남편, 자식 얘기 뿐인 아줌마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얘기를 써보라'고 하고 아줌마들은 고향얘기, 아들의 학교 생활얘기, 요리얘기 등을 써온다. 그런 글들은 한권의 책으로 출간되기도 한다. 하지만 영인의 눈에 그것들은 그저 시시한 쓰레기로 보일 뿐이다. 다시 계동 생활을 이어가던 영인에게 삶의 전환점은 한 번 더 찾아온다. 동네 아줌마가 미국에서 한국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찾아온 한 남자를 소개해준 것이다.

 

   영인은 몇차례 만남 끝에 그를 따라 미국으로 떠난다. 그의 집은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었고 영인을 기다리고 있는 새 삶도 그저 밤낮없이 세탁소에서 일하는 삶일 뿐이다. 영인은 남자에게(작품 속 영인은 남편을 그저 '남자'라고 표현한다.) 이야기를 하고 남자는 마치 사회복지사처럼 "돌아갈래요? 여기 남아서 다른 일을 해볼래요?"라고 말하며 영인이 그를 떠나 뉴저지에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일자리를 알선해준다. 영인은 그때부터 뉴저지 해컨색의 한인타운 안에서 네일관리사로 일하게 된다.

 

   그 시기 영인의 삶의 동력은 [돈키호테], 그리고 김작가와 계동의 글쓰기교실이라는 존재 그 자체이다. 영인은 일이 끝나면 돈키호테를 읽으며 글을 끄적인다. 그리고 김작가가 그랬듯 뉴저지에서 '라이팅 클럽'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내서 글을 써보려는 회원들과 만남을 가진다. 영인이 뭔가 다른 것을 시도해보려는 바로 그 때 한국에서 연락이 온다. 김작가가 큰 병에 걸려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영인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어느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김작가는 미친 사람처럼 병원 내 모든 사람들에게 편지를 써서 돌리다가 또 심한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주변사람들은 그녀의 죽음이 기정사실 인것처럼 사람들은 그녀의 장례를 준비한다. 하지만 한 번의 큰 발작 끝에 김작가는 되려 정상인처럼 차분해진다. 영인은 네일아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김작가와 둘이 살 집을 구해 둘은 다시 함께 책을 읽는 동거생활을 시작한다. 놀랍게도 김작가는 퇴원 후 어느 신문사에서 주관한 문예공모에 당선되고 김작가의 라이팅클럽을 거쳐갔던 사람들은 김작가의 당선을 축하하는 파티를 연다. 영인은 오랜만에 친구 R에게 전화를 건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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