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단편소설] 이랑_오리 이름 정하기(작가소개, 줄거리, 좋은 구절, 북리뷰)

 

오리 이름 정하기 표지 (이미지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 작품 정보 >

 

- 제목 : 오리 이름 정하기 - 이랑 이야기책

- 작가소개 : 이랑

 

이랑 작가님 (사진 출처 : 채널예스)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랑작가. 그녀의 이름은 외자인 '랑'이며 본명이다.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하고 현재 음악가, 영화감독, 작가, 준이치 엄마 등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2011년 대단한 단편영화제에 [변해야 한다]를 출품하여 단편영화계에 데뷔하고 같은 해 싱글 앨범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내면서 음악가로서도 이름을 알렸다.

 

책은 주로 에세이를 냈고 이번 소설 [오리 이름 정하기]는 그녀의 첫 단편소설집이다. 그녀가 이 전에 출판한 작품으로는 [이랑 네컷 만화],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가 있다.

 

작품으로도 파격적이고 참신한 생각을 이어가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도 그녀의 트윗, 발언은 이슈가 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포크 노래 부분에 수상한 뒤 즉석에서 트로피를 50만원(그녀의 한달치 방세였다고 한다.)에 팔아넘긴 사례가 있고, 평소 트위터에서도 가감 없이 '한남'등의 표현을 써서 눈총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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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꼽은 BEST 단편 줄거리, 결말 >

 

※ 이 책은 이랑 작가의 단편 모음집입니다. 총 12편의 단편 중 기억에 남는 단편 세가지의 줄거리와 결말을 소개하려 합니다. 책을 온전히 즐기고 싶은 분들은 책을 먼저 읽어주세요 :)

 

책 [오리 이름 정하기] 단편 소개

 

1) 하나, 둘, 셋

 

어느날 잠에서 깬 여자는 '식인바이러스'가 발생했다는 긴급재난문자를 받고 함께 살고있는 일본인 남자친구를 깨운다. 둘은 사태를 파악하고, 남아있는 식량을 체크하고 최대한 집 안에서 버틸 계획을 세운다. 음식을 만들어 먹고, 수도가 끊기기 전 함께 샤워를 하던 그들. 결국은 언젠가 식량도 떨어지고 전기나 수도도 끊기지 않을까 걱정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문득 여자는 이 모든 걱정과 고민은 다 살고 싶어하니까, 사람으로 있으려하니까 발생하는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남자에게 이 모든 일은 사람이 더 이상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지구가 역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결국 그렇게 될거라면 대세에 지금 편승하자고 설득한다. 남자와 여자는 함께 키우는 고양이는 어떻게 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고양이가 원하는게 뭔지는 알수 없으니 고양이의 사료를 충분히 준비해두고, 나갈 수 있게 문틈을 살짝 열어둔 뒤 함께 손을 잡고 집 밖으로 나간다. 하나, 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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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똥손 좀비

 

용훈은 보조출연으로 생계를 유지해가는 남자다. 어느날 좀비 영화 보조출연장에 지하철 자살사건으로 늦게 되고 그는 허둥지둥 남아있는 섀도우를 사용해 어설프게 좀비분장을 한다. 허술한 분장 탓에 보조출연자 중 가장 뒷열에 서서 찰나의 순간밖에 영화에 나오지 못했지만 그의 영상은 네티즌들에게 포착되어 하루아침에 그는 '똥손 좀비'라는 키워드로 반짝스타가 된다.

 

똥손 좀비로 화제가 되자 영화사, 그와 친분이 있던 진기와 기획사 모두 이 기회를 살려 함께 예능, 광고, 영화 등에 출연해 최대한 돈을 벌려고 하지만 용훈은 갑자기 찾아온 행운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그는 오히려 보조출연도 중요하다며 기획사 몰래 독립영화 오디션장을 기웃거리지만 그의 소속사는 계약위반을 들먹이며 그를 예능 촬영으로 몰아넣는다.

 

그렇게 생활밀착 예능 촬영 중 그는 그날 지하철 자살을 한 남자의 엄마와 아빠라며 찾아온 노부부를 만나게 되는데, 그 노부부의 아들 역시 배우가 되겠다고 간간히 보조출연을 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남자였다고 말하고 용훈은 그 소식에 방송 촬영 중인 것도 잊고 오열한다. 하지만 그 노부부도 방송사의 연출에 의해 연기한 노년의 연기자일 뿐이었고 용훈은 허탈해하며 다시 지하철에 오른다. 그리고 '똥손 좀비다!'라고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을 향해 알은 채를 한다. 그날 지하철에서 죽은 남자는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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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따 오세요

 

정현은 다세대 주택 202호에 사는 여성이다. 택배 기사의 실수로 그녀의 택배는 203호에 사는 남자에게 잘못 배송되어 그녀는 203호 앞에서 택배를 돌려달라고 외치지만 203호 남자는 무섭게 '이따 오세요'라는 말만 할 뿐이다. 사실 그 택배는 콘돔 5박스였고 그녀는 '이따 오라'는 203호 남자의 말에 초조하기만 하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그녀의 집에서 간간히 둘은 사랑을 나눈다. 찾으면 없는 콘돔을 싸게 많이 구비해두자는 남자친구의 주장에 둘은 비용을 반씩 부담하여 콘돔박스를 주문했던 것이다. 정현은 203호 남자가 박스를 뜯어본 것일까. 언제오라는 뜻이었을까 등을 고민하다 4시간 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가방에 식칼을 넣어 203호 남자의 집에 방문한다.

 

목청껏 남자를 불러도 대답이 없자 정현은 열린 문틈으로 203호 남자의 집에 들어가는데, 그 순간 남자가 한 여자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와 성급히 몸을 숨긴다. 남자는 집에 오자마자 급하게 여자에게 스킨십을 하며 섹스를 하려 한다. 여자는 남자에게 콘돔은 준비했냐고 묻고 콘돔이 많다는 남자의 대답에 뜯긴 택배 박스 안의 수많은 콘돔을 확인하던 여자는 '우리가 쓰던게 아니다. 나는 라텍스 알러지가 있는걸 모르냐'며 관계를 거부하고 집 밖으로 나간다. 203호 남자는 급하게 그녀를 쫓아나간다.

 

정현은 이제라도 남은 콘돔박스를 들고 나갈 것인가를 두고 한동안 고민하다 가져간 식칼로 세탁기 호스 두개를 잘라 가지고 나온다. '정.의.구.현'의 명목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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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의 구절들, 감상, 추천평 >

 

만약에 온 세상 인구의 99퍼센트가 좀비가 되어버렸다면, 빨리 좀비가 돼서 편하게 아무 걱정 없이 으어어 하면서 돌아다니는게 낫지 않아? 계속 사람으로 있으려고 하니까 힘든거 아니야? (중략)

우리도 대세의 흐름에 편승해버리는 거야. 어쩌면 이제 사람이 더 이상 악영향을 끼칠 수 없도록 지구가 역습을 하는 걸수도 있어. 그럴땐 순순히 사라져주는 것도 괜찮지. - 1. 하나, 둘, 셋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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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앞으로 가세요. 저는 거꾸로 가도 괜찮다고요. 보출이 얼마나 중요한지 형도 아시잖아요. 영화에 주인공만 나오면 그게 어디 진짜 같나요? 뒤에서 작은 역할들이 움직여줘야 진짜가 되죠. 저는 그게 진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용훈이 부들부들 떨며 열변을 토하자 실장이 폭소를 터뜨렸다.

"용훈이 이 새끼 알고 보니까 아주 고상한 새끼네. 안 그래?" - 3. 똥손 좀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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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주인공의 딜도가 10년이 지나도 고장 나지 않기를 바랐다. 시오는 주인공이 느낄 10년 치 오르가슴을 상상하며 빠르게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다.
- 5. 섹스와 코미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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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면서 사랑의 표현을 주고받기 위해 뭘 하면 좋을까요. 몸에 뭔가를 삽입하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하고 싶어요. 귓구멍이나 콧구멍....또 어디가 있을까요. 이것도 이상하긴 하네요. 왜 이렇게 구멍을 찾는건지... (중략)

만약 인간을 만든 게 성경에 쓰인 대로 하느님이라면 그는 어느 쪽일까요? (중략)

그런 창조법을 '크리에이티브'하다고 생각해야 할까요? 제게 이 모든 창조를 심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면, 저는 하느님의 창조 과제에 F를 주고 싶네요.

그러니까 하느님, 당신의 능력을 다시 보여주세요.

가능하면 다음 주까지 보여주시면 좋겠어요. 저는 주말에도 출근을 하니까 주일에 보내주셔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 6.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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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모든 부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럼 어떤 질문들이 당연함에 대한 의문이 될까. 간단하게는 '왜 사람은 하루에 3끼를 먹어야하는지.', '왜 학교를 다녀야 하는지.', '왜 직장을 구해야하는지.', '왜 집을 사야하는지.' 등이 있을 수 있겠다.

좀 더 고상하게 질문을 던져보면 '사람은 왜 살려고 하는걸까', '사람은 왜 다른 사람과 소통하려 할까' 등의 사회적인 질문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고상한 질문들, 고차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나 책을 만나면 박수를 치며 호평을 남긴다. 

 

여기 이 책은 아무도 뒤집어보려 하지 않고, 의문을 제기하려 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과감하게 물음표를 던진다.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세상에서 왜 굳이 살려고 해?'라던지, '왜 사랑을 섹스로 표현해야 해?', '우리를 창조한 신은 정말 선하고 공정할까?' 같은 생각들은 우리 사회에서 공론화하기에는 너무 음지에 있어 왔거나, 혹은 공개적으로 언급하면 불손하다고 여겨져서 뒤집기는 커녕 주목받지도 못했다.

 

중간 중간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는 '이런 생각은 너무 과하지 않냐.'고 지적할 수도 있겠으나 내 입장은 'Why not?'이다. 인간이 우주인을 상상하고, 복제 인간을 상상하고, 인공지능이 세상을 뒤집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괜찮고 신이라는 창조주를 직장상사에 대입시켜보거나, 섹스와 관련된 의문을 글로 쓰는게 안될 건 무엇인가. '이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거야', '이 책은 이런 결말을 맞이하겠지' 등의 추론이 가능한 이야기 더미 속에서 이렇게 뒤가 예측이 안되는 작품들을 12편이나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만약 이랑 작가의 발칙함을 눈감아 줄 수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은 앉은 자리에서 다 읽게 될 것이다. 읽다가 '이건 좀....'싶은 부분이 있다면 쿨하게 스스로에게 반문해보는 건 어떨까. 'Why not?'하고.

 

참신하고 독특한 발상이 돋보이는 이야기를 찾으시는 분들, 가볍게 피식피식 웃으며 즐길 책을 찾고 계신 분들, 이랑작가의 작품을 사랑하던 분들께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 이 책과는 다른 결이지만, 당당한 여성이 중심이 되는 소설을 찾는 분들에게는 아래의 작품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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