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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기_비문학

[미술/예술서적] 명화독서 (책 소개, 서평, 글귀, 책속문장)

by 삐와이 2020. 8. 2.

 

표지 이미지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 책 소개 >

 

- 제목 : 명화독서 그림으로 고전 읽기, 문학으로 인생 읽기

- 작가 : 문소영

- 소개글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던 시절의 상상력은 잃어버리고, 《마담 보바리》처럼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꿈과 현실의 괴리로 고통스러울 때, 《햄릿》처럼 내 존재가 흔들릴 때 깜깜한 밤의 별자리처럼 길을 인도해줄 명화독서법 『명화독서』. 명화 한 점을 꺼내놓고 그와 관련된 고전을 펼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책은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궁금할 때’ ‘사랑에 잠 못 이룰 때’ ‘인간과 세상의 어둠을 바라볼 때’ ‘잃어버린 상상력을 찾아서’ ‘꿈과 현실의 괴리로 고통스러울 때’ ‘일상의 아름다움과 휴머니즘을 찾아서’로 나눠 삶의 고민에 따라 함께 읽으면 좋을 작품들을 구분했다. 문학에서 영감을 받아 그려진 그림들도 다루지만, 대부분은 저자가 사회사·경제사·정치사적으로 연계시킨 그림이 등장한다. 명화를 통해 고전을 읽어내고 나면 작품의 메시지는 자연히 인생을 살아내는 방법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 작가 소개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해 석사까지 딴 저자는 어린시절 첫사랑이었던 '미술'을 쫓아 홍익대학에서 미술학 석사를 취득한 후 박사과정을 밟고있다.

현재 코리아중앙데일리-뉴욕타임스 문화부장으로 미술 기사를 주로 쓰며, 중앙일보에 고정 칼럼 ‘문소영의 컬처스토리’를 연재하고 있다.


< 책 속 문장, 그리고 짧은 감상 >

 

※ 비문학이라 기승전결의 줄거리는 없지만,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구절들을 옮기고, 그 구절에 대한 제 감상을 덧붙이려합니다. 오롯이 책 내용을 즐기고 싶으신 분들은 뒤로 가기 눌러주시고, 가까운 서점에서 직접 작품을 만나보시기를 바랍니다.

 

 

5월 레스케이프호텔 투숙 당시 살롱에서 에프터눈티를 먹을 기회가 있었다. 유럽의 문화예술 살롱을 그대로 옮긴 듯한 공간에서 나는 한켠에 놓인 책컬렉션을 발견했고, 이 책도 그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비문학 쪽으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내가 이 책을 처음 만나게 된 곳은 벨에포크 시대를 본따 만든 호텔 '레스케이프(Lescape)'를 방문했을 때 였다. 어떤 이는 촌스럽다고, 과하게 화려하다고 평하기도 하지만, 나는 오래머물지는 못할 그 곳에서의 하룻밤을 만끽했다. 마지막날 호텔을 떠나기 전 객실에 포함된 혜택 중 '르 살롱'에서 애프터눈티가 있어서 르 살롱을 들렸다가 한켠에 자리잡은 작은 책 컬렉션을 마주했다.

(투숙객 중 르살롱 혜택이 포함된 스위트투숙객이라면 투숙기간 중 대여도 가능하니 반드시 한 번쯤 이 공간을 들려보실 것을 추천한다.) 

 

   그 중 내 눈에 제일 먼저 띈 책이 바로 문소영 작가의 [명화 독서]이다. 그 장소에 놓여져있는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보였던 이 책은 표지에 그려진 책 읽는 여인의 명화가 '나 좀 읽어보겠어?' 도도하게 말을 거는 느낌이었달까. 그 자리에서 애프터눈티를 즐기며 책의 두세 꼭지를 읽고 아쉬운 마음에 바로 주문해서 나머지 부분도 읽어내려갔다.


    책은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며 다양한 명화와 그 명화에 얽힌 문화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책에는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와닿는 책이 되어버린 작품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도 등장하고,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등장하며, 반고흐의 그림, 김홍도의 풍속화까지 등장한다. 그리고 우리는 챕터마다 중심이 되는 작품에서 가지치기를 해가며 작가로부터 다양한 미술·문학작품들을 소개받는다. 

 

 

 


생각을 4등분하면 한 조각만 지혜이고 나머지 세 조각은 비겁함이다. - 51p

 

: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의 햄릿은 몇살이었을까. 고작 서른살의 젊은이는 '오늘 점심은 뭐먹지?'고민할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치다 죽음과 삶을 고민하게 된다. 그가 한 그 숱한 무거운 생각 중 단 한조각의 지혜는 무엇이었을까. 죽음을 각오한 그의 마지막 결심이었을까. 햄릿을 소개하는 파트에서 우리는 물에 빠진 오필리아의 초상 등 숱한 아름다운 작품을 소개받는다. 


병이 가져오는 비참함과 고통을 볼 때 페스트에 대해 체념한다는 것은 미친 사람이거나 눈먼 사람이거나 비겁한 사람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 67p

 

: 코로나로 인해 다시 베스트셀러란에서 상위권에 위치하게된 씁쓸한 소설 [페스트]. 병자를 그린 작품들에서 우리는 카뮈가 [페스트로] 우리에게 말하려했던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다. 고통, 절망과 신에 대한 불신, 희망과 희생. 책과 함께 명화를 읽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제 댁이 저 녀석을 대신하는구려.

세상 눈물이란 게 그 양이 일정하거든.

누구 한 사람이 울기 시작하면 어디선가 다른 한 사람이 울음을 그치거든.

웃음도 마찬가지고. 그러나 우리 시대를 욕하지 맙시다.

그 전 시대보다 불행한 것도 아니니까. 그렇다고 예찬할 것도 없고. - 80p

 

: [고도를 기다리며]는 내게 소설보다는 이인극으로 더 잘 알려져있다. 쉴틈없이 주인공들이 대화로 모호한 주제를 전달하려해서 관객들을 졸음으로 안내하기도 한다는 오명을 받고 있는 이 작품에 이런 심오한 울림이 있는줄 알고있던 사람들은 많았을까.

[고도를 기다리며]에 영감을 받고 그림을 그린 많은 작가의 작품을 같이 보며 그림 속 주인공이 광활한 대자연 앞에서 먼 곳을 바라보는 그 장면에 심취해보면, '내가 기다리는 고도는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당신은 몬터규가 아니어도 당신이잖아요...

우리가 장미가 부르는 것은 다른 이름일지라도 똑같이 향기로울 거예요.

로미오도 로미오로 불리지 않아도 그가 지닌 사랑스러운 완전함을 유지할거예요.

로미오. 당신 이름을 버리세요.

그리고 당신의 일부도 아닌 그 이름 대신 나를 온전히 가지세요. - 141p

 

: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풋사랑에 불과하다고 그래서 그들은 무모할 수 있었다고 기억하는 내게 줄리엣의 저 대사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작품의 비극성과 젊은 연인의 사랑만큼 그림으로 그리기 좋은 소재가 있을까. 이 비극적인 연인을 그린 명화는 숱하게 많다. 우리는 이 책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만남, 죽음, 그로인해 화해하는 두 집안의 모습까지 명화로 만나볼 수 있다. 당신의 것도 아닌 이름을 버리고 나를 온전히 가지라는 줄리엣의 고백을 들은 뒤 차가운 주검으로 누워있는 두 연인을 그린 그림을 바라보면 당신도 이 작품은 훌륭한 비극이 아닐 수 없구나....생각하게 될 것이다.


서구의 전통적 명제이자 문학과 예술의 테마인 '메멘토 모리'는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즉 인간은 누구나 하루하루 늙어가고 빠르든 늦든 언젠가는 죽움에 당도하기에 파운드가 지하철역에서 발견한 생기 넘치는 아름다운 얼굴들도 언젠가 시들고 스러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내가 [지하철역에서]에서 느끼는 것은 '메멘토 모리'적인 인간 생명의 찰나성보다도 모든 평범한 일상에서 순간순간 솟아오를 수 있는 아름다운의 서정과 그 아름다움의 아쉬운 찰나성이다.

(중략)

인과 화가는 그 찰나를 붙잡아 영원으로 만든다.

파운드가, 히로시게가, 반 고흐가, 휘슬러가 존재했던 것에 감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며, 특히 출근길에 이미 지친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언젠가 에즈라 파운드의 '군중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이라는 짧은 구절을 떠올린 적이 있다. 나의 어제, 오늘, 아마도 내일에도 발견된 그 흔한 일상을 박제해둔 것 같은 예술들을 만나보며 이 책의 저자가 그러했듯 나 또한 그들이 존재했음에 감사하게 된다.


  적어놓고 보니 아주 일부만 소개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코로나로 인해, 그리고 바쁜 하루하루로 인해 자주 미술관에 방문할 수는 없겠지만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삶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어보고, 리프레쉬를 얻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그리고 가벼운 교양서적, 미술서적을 찾는 분들이 있다면

이 책 한권을 사서 틈날 때마다 한 챕터씩 읽으며 작품에 대해서 궁금한 부분을 더 찾아보고, 10분 미술관 관람을 하는 기분을 느껴보기를 추천드린다. 게다가 그 10분간 당신 곁에는 훌륭한 해설도 따라다닐 것이니 더할 나위 없는 10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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