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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기_국내 문학

[한국소설/SF문학] 김초엽_지구 끝의 온실(서평, 줄거리, 작가소개, 책속 구절)

by 삐와이 2022.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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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1. 작품정보, 작가소개
2. 서평/추천대상/함께 보면 좋을 작품
3. [지구 끝의 온실] 줄거리(결말 포함)
3. [지구 끝의 온실] 책 속 구절

< 작품 정보 >

- 제목 : 지구 끝의 온실
- 작가 : 김초엽
- 출판사 : 자이언트북스
- 출간일 : 2021.08.18

- 작가소개 : 오늘날 가장 핫한 한국의 젊은 여성작가를 꼽아보라면 열손가락 안에 꼽힐 SF작가 김초엽. 포항공대 출신의 과학도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김초엽 작가는 2017년 [관내분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 가작을 수상하며 정식 등단했다. 이후 '오늘의 작가상', '젊은 작가상', '젊은 지도자상'을 수상하며 젊은 신예작가의 등장을 알렸다. 이번 작품 [지구 끝의 온실]은 플랫폼 연재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정식으로 출간된 이후로도 10만부 이상 팔리며 한국SF소설의 가능성을 열었다. 2022년 2월에는 스튜디오드래곤과 영상화 판권계약도 맺어 언젠가는 김초엽작가가 그린 세상을 영상으로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삐와이 독서노트>

 

● 서평 : 더스트의 폭발적인 증가로 지구상 대부분의 동식물이 죽어가는 지구와 그 이후 사람들의 삶을 다룬 소설 [지구 끝의 온실]. 명백한 디스토피아 세상이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재건의 역사를 쫓으며 나는 사랑하기엔 너무 벅찬 우리들이 살고있는 세상을 돌아보았다. 정의가 사라지고, 불신이 판치고, 때로는 내일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한탄하게 되는 세상. 일종의 디스토피아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무엇으로 내일을 기다려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이 오게하는 힘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이 소설은 내일을 가능하게 하는 그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길고 자세한 서평은 해피캠퍼스에서 '지구끝의 온실_디스토피아를 살아가게 하는 힘'을 검색하시면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서평 검색사이트

▼▼▼▼

 

[독후감,서평] 김초엽_지구끝의온실_디스토피아를 살아가게 하는 힘 레포트

자가증식하는 더스트의 폭발적인 증가로 지구상 대부분의 동식물이 죽어가는 지구와 그 이후 사람들의 삶을 다룬 소설 [지구 끝의 온실]. 소재만 놓고 보면 이 소설은 명백히 디스토피아 소설이

www.happycampus.com

● 추천대상

- 독특한 발상을 기반으로 한 SF소설에 관심이 있는 분들

- 더스트로 뒤덮여 폐허가 된 세상, 그리고 재건의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

- 김초엽 작가의 이전 작품들을 즐겁게 읽은 독자들

 

※ 함께 보면 좋을 작품 : 독특한 발상을 기반으로 쓰여진 한국형 SF소설에 관심이 있다면?

 

[코미디/우주소설] 김중혁_나는 농담이다( 인물 소개, 줄거리, 결말, 책속 구절)

< 작품 정보 > - 제목 : 나는 농담이다 - 작가 : 김중혁 - 출판사 : 민음사 - 출간일 : 2016.08.26 < 인물소개, 줄거리, 추천평 > ※ 책 소개에 나오는 줄거리와 인물 소개, 추천대상을 정리했습니다. 이

byby-stor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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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끝의 온실 줄거리 >

※ 책을 읽고 난 뒤 줄거리를 요약했으며 결말부분(스포일러)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무단복제를 금합니다.

 

- 프롤로그 -

 

어느날 세상은 인간에게 치명적인 더스트로 뒤덮여버리고, 몇몇 도시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보호막을 쳐서 돔시티를 형성하지만 이에 실패한 도시의 사람과 식물들은 서서히 죽음을 맞이한다. 그중에서도 일부 인류는 더스트에 어느정도 내성을 지니고 있기도 했고, 더스트 안에서도 활동할 수 있었는데 이런 인류를 사람들은 내성종이라 불렀다. 돔시티 밖의 세상은 내성종들이 삼삼오오 모여 작은 공동체를 이루거나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얻거나 빼앗아가며 살아가는 무법지대였다. 일부 과학자나 약탈자들은 내성종들을 연구해 인류를 살릴 방안을 찾으려고 했다. 에티오피아 출신 자매 아마라, 나오미 역시 여러 실험실에서 강도높은 실험을 받다가 일련의 사건으로 가까스로 실험실을 빠져나온 내성종이었다.

 

식량도, 스스로를 보호할 무기도 없는 상황에서 정처없이 떠돌던 자매는 우연히 내성종들이 모여 평화롭게 살아가는 마을 '프림 빌리지'의 이야기를 듣고 실험실에서 도망칠 때 훔쳐나온 하늘을 나는 이동수단 호버를 내주는 대신 마을의 좌표를 얻는다. 어딘가 머물곳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말고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때 두 자매는 가까스로 마을의 좌표에 가까워지고 누군가에 의해 포위당한채 정신을 잃는다.


- 모스바나 -

 

인류를 멸종 위기로 몰았던 더스트가 종식된 이후의 세계. 아영은 더스트생태연구센터에서 일하는 연구원이다. 어느날 센터에는 해월을 뒤덮은 정체모를 식물 '모스바나'를 조사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오고 아영은 더스트 시기에 유행했다는 식물 모스바나를 조사하던 중 정체 모를 푸른 빛을 보았다는 제보를 받고 이 식물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어린 시절 아영은 돔시티에 살았던 노인들에게 날선 반응을 보이는 기계학자 정도로 알려진 괴짜 할머니 '이희수'와 친분을 나눈 경험이 있었다. 이희수 할머니의 정원에는 정체모를 식물들이 심어져있었는데, 어느날 저녁 길을 잃고 우연히 할머니의 정원을 엿보다가 아영은 푸른빛을 내는 식물을 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아영은 할머니와의 친분을 통해 식물과 더스트시대에 대해 관심을 키워왔고 더스트생태연구센터에까지 입사하게 된 것이다.

 

아영은 인터넷에 모스바나의 푸른빛과 관련된 글을 올리고 에티오피아의 누군가로부터 그 푸른빛에 관련된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는 제보를 받는다. 마침 에티오피아의 학회에 참석하게된 아영은 에티오피아에서 '랑가노의 마녀들'이라고 불리는 아마라, 나오미를 만나게 된다.(두 자매 중 언니 아마라는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해있다.) 두 자매는 약초학으로 더스트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낫게해 준 공로를 일부 인정받았지만 모스바나를 둘러싼 두자매의 이야기는 비과학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지금은 거의 잊혀진 존재로 살고 있었다. 나오미는 아영의 설득에 모스바나의 기원이 되는 이야기 '프림빌리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 프림 빌리지 -

 

(프롤로그와 이어집니다.) 정체 모를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마을 안으로 들어가게 된 자매. 마을은 외부인에게 폐쇄적이었지만 어린 두 자매가 홀로 이곳을 찾아왔다는 점과 그간 자매가 당한 실험실 고문들을 듣게 된 프림 빌리지의 지도층은 자매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동식물 할 것 없이 모든 존재가 죽어가는 바깥세상과 달리 프림 빌리지는 더스트의 농도가 낮아 사람이 살 수있었고 자체적으로 식물과 곡식을 길러 자급자족이 가능한 공동체였다. 어른들은 마을을 지키고 농사를 짓고 아이들을 가르쳤으며 자매는 각자 이곳에서 역할을 부여받아 공동체의 일원으로 공동체에 만족하며 살게 된다.

 

프림빌리지가 외부와 단절된 채 자급자족하며 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마을 중앙에 있는 온실이었다. 온실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식물학자 레이첼이 살고있었는데, 그녀는 더스트로부터 입은 내상을 치료하는 해독제를 만들 줄 알았고, 그녀가 연구한 식물 종자는 마을을 지키고 마을사람들을 먹여주었다. 레이첼이 있는 온실에는 늘 불이 켜져있었고 온실 주변에는 기계공이자 마을의 리더격으로 알려진 지수가 살고 있었다. 나오미는 하루라는 소년과 함께 마을을 정찰하는 임무를 맡게되고 지수의 로봇강아지를 돌려주러 온실근처로 갔다가 지수와 특별한 친분을 이어가게 된다.


나오미, 하루 등의 프림빌리지의 어린이들의 바램과 달리 지수는 언젠가 프림빌리지도 무너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을 하고 있었고 지수의 생각처럼 프림빌리지에는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어느날 라디오 방송을 통해 마을 쪽으로 대형 더스트폭풍이 몰려온다는 소식을 알게된 지수는 레이첼이 만든 모스바나라는 덩쿨식물을 마을에 심게되고 모스바나는 더스트에 잠식당할뻔한 마을을 더스트로부터 구해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모스바나는 곧 마을의 다른 작물들의 씨를 말리며 번식을 이어가고 더스트를 물리치는 식물을 통해 돔시티와 협상을 해야한다는 무리, 모스바나가 마을을 서서히 죽일것이라는 무리들이 생기면서 마을은 분열된다.

 

마을의 균열 조짐을 느낀 지수는 몰래 나오미에게 더스트 해독제의 조제법을 알려준다. 어느날 밤 프림 빌리지에는 대규모 침공이 일어나고 혼란스러운 가운데 나오미와 아마라는 지수가 안내하는대로 호버카를 타고 식물종자들과 함께 마을을 떠난다. 지수는 너희가 가는 세상에 프림 빌리지를 재건해달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전하고 그렇게 여러대의 호버카는 불타고 있는 프림빌리지를 떠나 세계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 지구 끝의 온실 -

 

아영에 의해 나오미가 주장하는 '프림 빌리지'설은 다시 세상에 퍼진다. 멸망의 시대 더스트 저항종 식물들이 만들어진 마을, 그리고 그것을 심으며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기존에 알려진 과거의 자료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결정적으로는 아마라의 증언을 제외하면 증거가 부족했다. 아영은 과거 자신을 식물의 세계로 이끈 '이희수'가 프림빌리지의 '지수'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에 한국으로 돌아와 지수의 흔적을 찾는일에 몰두하고, 그녀가 죽기 전까지 살았던 요양원에서 그녀가 남긴 일종의 일기같은 자료를 받게 된다.

 

암호화된 자료 안에는 레이첼과 지수의 만남, 프림빌리지에서의 지수의 삶의 기록이 담겨있었다. 솔라리타 연구소에서 처음만난 지수와 레이첼. 레이첼은 신체의 상당부분을 기계로 바꾼 사이보그였고 지수는 기계를 정비하는 정비사였다. 지수는 알수 없는 유기체가 잔뜩 붙은 레이첼의 팔을 고쳐준 뒤 연구소를 떠난다. 시간이 흘러 더스트 폴이 터지고 지수는 돔시티를 지키는 로봇을 정비하는 일을 맡아 살아가고 있었다. 돔시티로 들어오려는 인간들을 없애는 로봇을 정비하다 보니 지수는 인간의 피와 살의 냄새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이렇게 살수는 없다는 생각에 지수는 호버카와 더스트 보호장비를 훔쳐 돔시티를 떠나게 된다.


이후 지수는 돔시티 밖의 몇몇 대안공동체를 찾지만 한 곳에서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시간이 지나 다시 찾아간 공동체들은 자체적인 갈등, 외부의 침략 등의 요인에 의해 무너져있었고 지수는 돔시티 밖 세상에서 희망을 찾지 못한다. 그러다 말레이시아 어딘가에서 지수는 유리 온실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오래전 우연히 만난 사이보그 연구원 레이첼을 다시 만난다. 레이첼은 더스트와 알 수 없는 식물들로 가득한 유리 온실 안에서 잠들어있었고, 지수는 레이첼이 자살을 시도했다고 생각해 그녀를 깨운 뒤 그간의 자초지종을 듣게 된다.

 

솔라리타 연구소의 실험과정에서 더스트에 세상에 퍼졌고 레이첼은 자신의 식물을 구하기위해 식물종자들을 빼돌려 이곳으로 피신했다. 지수는 더스트 안에서도 살아남는 레이첼의 식물이 세상을 구할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고, 또 레이첼이 만들 수 있다는 더스트 해독제도 필요했다. 그래서 지수는 자신이 그녀를 정비할테니 그녀는 해독제를 제공하는 일종의 계약관계를 맺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두사람의 공존은 시작되었고 우연찮게 온실과 해독제의 존재를 알게된 일부 내성종들이 그들을 찾아오면서 온실을 둘러싼 마을 공동체가 형성되게 된 것이다.


지수는 이후로도 레이첼과 오랜시간을 함께보내지만 엄청난 능력을 지니고있으면서 인류의 생존에 관심도 보이지 않고, 늘 무뚝뚝하게 자신을 대하는 레이첼에게 다소 섭섭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날 레이첼이 기계적 결함으로 블랙아웃 증상을 호소하자 그녀의 뇌의 부품을 교체하는 수술을 진행하는데 수술을 마무리하면서 조금만 레이첼이 자신에게 호감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감정제어버튼을 ON으로 바꾸고 만다. 지수의 기대와 달리 레이첼은 수술 이후로도 특별한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프림 빌리지를 둘러싼 외부의 위협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지수는 레이첼이 만들어낸 더스트 저항종을 사람들을 위해 써야한다고 주장한다. 레이첼은 아직 실험체가 미완성이라고 주장하며 사람들을 구하는 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지수는 다시 레이첼에게 실망하고 만다. 지수는 레이첼이 만든 식물들이 마을 밖에서도 살수만 있다면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레이첼은 지수의 바램과 무관하게 자신의 연구를 이어갈 뿐이다. 어느날 지수는 레이첼이 의도적으로 프림 빌리지 안에서만 식물을 키우게 조작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레이첼을 추궁한다.

 

레이첼은 어느순간부터 지수를 좋아하는 감정이생겨서 그랬다고 지수를 프림 빌리지에 붙잡아둘 방법은 이 방법뿐이었다고 말한다. 레이첼의 고백을 들은 지수는 자신이 그녀의 감정제어버튼을 조작해서 그런것 같다고 그녀에게 사실을 고백하고, 레이첼은 지수가 자신을 사람이 아닌 사이보그로만 대했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고 마을 밖에서 살수 있는 식물종자를 줄테니 식물과 함께 영원히 눈앞에서 사라지라고 말한다. 이후 프림 빌리지에는 대규모 공습이 벌어지고 두 사람은 그렇게 헤어지고 만다.


그렇게 프림빌리지를 둘러싼 모든 사건의 전모를 알게된 아영은 더스트 종식에 대한 여러 논문을 통해 과학적인 방법으로 더스트가 완전히 종식되기 이전에 이미 1차 더스트 종식이 있었고, 그 더스트 종식의 시기에 놀랍게도 전세계 곳곳에 모스바나가 심겨져있었다는 증거를 찾게 된다. (아마라, 나오미 자매처럼 프림빌리지를 떠난 사람들이 마을을 재건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이다.) 그로인해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알려져있던 프림빌리지와 모스바나의 이야기는 학계에서도 인정을 받게 된다.

 

아영은 전세계 모스바나의 흔적을 조사하는 자료를 제공한 정체모를 연구원 Rc의 정체가 레이첼임을 간파하고 그녀와 비공식적으로 만나 이희수의 기업칩을 전달한다. 레이첼은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지수에 대한 기억이 거짓일수 있을까 의문을 품으며 모스바나의 흔적들, 지수의 흔적들을 쫓으며 살아왔다고 했다. 레이첼은 아영으로부터 기억칩을 전해받은 뒤 얼마지나지 않아 완전히 스스로를 해체해 죽음을 맞이한다. 아영은 마지막으로 레이첼로부터 받은 좌표를 따라 한때 지구끝의 온실이었던 프림빌리지의 온실을 찾아가고 지금은 식물로 뒤덮혀버린 그곳을 눈에 담는다.

 

- THE END -


< 책속 구절 >

※ 페이지 표기는 자이언트북스 2021년 판본을 기준으로 합니다.

 

"더스트 시대에는 이타적인 사람들일수록 살아남기 어려웠어. 우리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후손이니까, 우리 부모나 조부모 세대 중 선량하게만 살아온 사람들은 찾기 힘들겠지. 다들 조금씩은 다른 사람의 죽음을 딛고 살아남았어." - p63


"할머니는 타운의 어른들이 위선자라고 말했지만, 어른들만 그런 건 아니에요. 아이들도 다 조금씩 비겁하거든요. 여기 아이들은 제가 내년이면 여길 떠난다는 걸 알아서 저를 더 쉽게 괴롭혀요. 도와주는 애들도 없고요. 정작 그러면서 타운 어른들에 대한 비난은 잘 거들죠. 그래서 전 사람은 누구나, 모두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위치에 따라 좋은 사람인 척할 뿐이라고요." - p76


"식물들은 아주 잘 짜인 기계 같단다. 나도 예전에는 그걸 몰랐지. 나에게 오랜 시간에 걸쳐서 그걸 알려준 녀석이 있었거든." (중략)

"제게 들려주셨던 식물 이야기가 마음에 깊이 남았나봐요. (중략)

식물들은 고유의 신비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고, 기계만큼이나 정밀하고 그러면서도 정밀함을 넘어서는 유연함이 있다고요." - p79~80


대신 죽은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려고 했다. 그들이 내게 해준 말도 기억하려고 했다. 아무것에도 마음 붙이지 말고 그냥 어디로든 도망치라고. 그러다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땐 정말로 죽는 거라고. 마지막으로 그 이름들을 속으로 중얼거렸다. 타티야나, 마오, 스테이지, 그리고....나는 고개를 저었다. 언젠가는 다 잊어버릴 이름들이었다. - p135


"그런 폐허를 걷다보면 아주 이상한 생각이 들어. 타인의 무덤을 파헤쳐서 이곳의 삶을 쌓아올리고 있다는 생각. 더스트 폴 이후로 세상은 예전보다도 더 모순으로 가득해진 것 같아." - p186


그들은 이 마을의 끝을 상상하지 않았다. 한 달 뒤의 창고 보수 일정을, 다음해 작물 재배 계획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했다.

레이첼의 온실이 마을에 희망의 감각을, 죽음과의 거리감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의 실체가 불안정한 거래에 불과할지라도 그랬다. - p299


"우리는 그냥, 그곳을 떠나서라도 프림 빌리지를 재현하려고 했을 뿐이에요. 결국은 그러지 못했지요. 그러지 못했는데..." 나오미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중략)

말하지 않아도 나오미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수많은 점들의 이름을. - p364


"이렇게 나의 삶을 끝내면, 그간의 수많은 혼란과 감정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지수에 대한 나의 감정은 유도된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일까. 유도된 것이라면 왜 수십 년이 지나도, 온실을 떠난 이후로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이 마음은 지워지지 않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화가 나서 죽을 수가 없었어요." - p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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