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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쓰기_국내 영화

[드라마/로맨스영화] 더테이블_영화소개, 줄거리, 결말(스포), 감상평

by 삐와이 2020. 8. 5.

 

이미지 출처 : Daum영화

 

< 영화 정보 >

 

- 감독 : 김종관

- 배우 : 정유미,정준원, 정은채,전성우, 한예리,김혜옥, 임수정,연우진

- 개봉 : 2017.08.24

- 12세관람가, 70분


< 영화 내용, 결말 그리고 감상 >

 

※ 영화의 주요 부분, 결말에 대한 부분이 적혀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지양하시는 분들은 뒤로가기 해주세요.

 

  혼자 간 카페, 어쩌다 바로 옆 테이블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가 단편적으로 들리면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경험. 다들 한번쯤은 있지 않을까? 이 영화는 독특하게도 한 카페 안 테이블을 다녀간 4차례 만남들을 짧게 보여준다. 그 만남 속 8명의 사람들이 어떤 인물인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둘은 어떤 사이였을지에 대한 어떠한 사전 지식도 받지 못한 채 관객은 마치 테이블 옆자리 손님이 된 것 마냥. 아니, 테이블 그 자체가 된 것 마냥 영화를 보게 된다.


 

테이블의 첫손님은 헤어진 연인사이였던 유진과 창석. "나 너랑 사겼다고 하면 아무도 안믿잖아. 그래서 말인데...사진 한 번 찍어도 되? 그냥...추억으로."

 

  오전, 가게 문이 열리고 사장은 테이블을 정리하고 테이블 가운데 예쁜 꽃을 꽂은 물병을 하나 올려둔다. 그리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꽁꽁가린 유진이 첫손님으로 테이블에 앉는다. 그런 유진 앞에 마주앉게 되는 남자는 직장인으로 보이는 창석. 대화로 미루어보면 둘은 '전'연인사이였고, 유진은 창석과 연애 이후 스타 배우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 너 많이 변했다. "

창석의 멘트를 전 후로 둘 사이를 오갔던 오묘한 시선, 수줍은 분위기는 반전된다.

전 연인의 성형 여부, 증권가 찌라시의 진실여부를 캐묻는 창석을 앞에 두고 유진은 발끈하며 또 실망한다.

물론 창석은 그런 유진의 기분을 헤아리지도, 헤아릴 의사도 없다.

카페 밖에서 직장동료들과 눈마주치며 우쭐해 하는 창석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유진은 테이블에서 일어난다.

 "아쉽네."

헤어진 두 연인은 다른 온도로 같은 멘트를 내뱉고. 테이블에는 남겨진 맥주와 에스프레소 잔만이 남는다.


 

 

오후 두시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경진과 민호가 테이블의 두번째 손님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라기엔 모두가 너무 가벼운 옷차림인데 경진은 '어찌됐건 새해들어 처음보는거니까.' 하며 민호에게 어색하게 인사를 건넨다. 두 사람의 시선은 마주칠 듯 마주치지 않고 바닥을 보거나, 창 밖을 보거나, 커피잔을 보거나, 허공 어딘가에서 머무른다. 어색하게 이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를 따라가다보면 우리는 민호가 오랜 여행을 다녀왔고, 여행을 가기 전 경진과 하룻밤을 보냈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된다.

  "경진씨 아직 저 잘 모르시잖아요"

민호가 무심코 건낸 말에 경진은 불쾌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어떻게 한 번도 연락이 없을 수 있냐는 경진의 말에 민호는 생각날 때마다 사모은 소소한 선물들을 꺼내며 분위기를 전환한다. 가게에서 일어나 창 밖으로 나란히 걷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둘의 인연이 이번이 끝이 아닐 것임을 짐작하게 된다.


 

조곤조곤 대화하는 은희와 숙자. 차분한 대화 속 두사람의 마음은 진심과 거짓을 오간다.

 

 "안적으셔도 되겠어요?"

상견례, 결혼식까지 해서 몇 번. 남의 얘기하듯 엄마는 캐나다에, 오빠는 산부인과 의사에요. 등등을 조곤조곤 읊는 은희.

처음 두사람의 대화 톤을 따라가는게 어려운 이유는 둘의 관계가 관객의 예상을 뒤엎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가짜 가족 연기로 경력이 있는 것 같은 숙자. 그런 가짜 가족으로 그간 금전적 이익을 본 것 같은 은희. 둘은 이번에도 결혼을 앞두고 가짜 모녀 연기를 하기 위해 테이블 앞에 앉았다.

"부모님이 시골분이셔? 땅부자이신가부다. 아니야? 남자가 그럼 자수성가 스타일이구나"

"진짜 사랑같은 거에요. 좋아요. 아직까지는." 

거짓된 삶이 계속되며 진짜 사랑에도 진짜 부모, 진짜 친구를 부를 수 없게 되었다는 은희의 고백에 숙자는 존대말을 그치고 그녀의 죽은 딸과 대화하듯 말을 낮춘다. '우리 은희, 느리지만 착하고 성실한 아이에요. 잘 부탁드려요.' 숙자는 진심으로 은희의 가짜 가족연기에 응하며 진짜 결혼을 응원한다.

'이제 우리 일어날까요?' 거짓으로 시작한 두 사람의 뒷모습이 유난히 따뜻하다.


 

"다시는 연락 안 할거야." 혜경과 운철의 대화는 카페 안과 밖에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어둠이 내린 카페 안.

카페 사장은 카운터에서 조용히 책장을 넘기고 있고, 카페 한켠에는 공부하는 학생이 벽에 기대 졸고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은 운철의 시선은 테이블 밖 담배를 피고있는 혜경의 뒷모습에서 멈춘다.

"잘 지냈어?" "응. 운철씨는?"

"왜 마음가는 길이랑 사람가는 길이 다를까."

테이블을 찾은 그 어떤 손님들보다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두 사람. 혜경은 올 가을 부자집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고, 운철은 혜경을 잡을 수 없다. 결혼 이후, 그게 싫으면 결혼 전까지라도 바람 피자는 혜경의 말에 운철은 한숨을 쉬고, 고개를 가로 젓는다.

'들어가자.' 일어난 두 사람을 따라 카메라는 처음으로 오랫시간 카페 밖에 머무른다. 

"차까지 데려다 줄게." "안돼. 이거 그 사람 차야. 블랙박스 찍혀. 나 이제 다시는 연락 안 할거야." "...그래."

마지막까지 혜경을 잡을 수 없었던 운철. 카페 안에서 은희의 제안에 고개를 가로젓던 운철은 혜경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 한숨쉬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두사람이 떠난 뒤 남은 홍차와 커피는 치워지고, 테이블 위 놓인 꽃은 운철에 의해 찢겨져 형체를 잃어버렸다.

가게 주인은 테이블을 한 번 닦고 여덟 사람의 온기와 한숨과 시선과 말이 오간 테이블 위 불이 꺼진다.


그 흔한 스킨십 한 번 나오지 않는 영화인데 놀랍게도 이 영화의 분류는 멜로/로맨스 영화이다.

여덟 사람의 네 번의 만남은 빈 공간이 많아 관객의 상상, 해석에 맡겨지는 부분도 그만큼 많다. 그 속에서 우리는 멜로를 보기도하고, 미련, 실망, 애잔함, 공감 등 다양한 감정을 읽을 수 있다. 게다가 단 한마디의 대사로 그간의 대화 분위기가 반전을 맞기도 해서 이 영화의 분류는 보는 이에 따라서는 반전 영화도 보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영화든 소설이든 모든 이야기는 기승전결이 있고, 그 기승전결을 따라가면서 비로소 캐릭터를, 이야기의 주제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영화 [더 테이블]이야말로 진짜 드라마.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라는 공간은 타인과 함께하는 공간이고 그 흔한 방음벽도 없지만, 우리는 그 공간 안에서 마치 옆 테이블과 완벽히 차단되기라도 한 것처럼 스스럼없이 마주앉은 사람과 솔직하게 대화하고, 감정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꾸밈없는 드라마는 테이블 위에서 몇 편이고 장르를 오가며 다시 방영된다.

 

그리고 실제 우리 삶이 흘러가는 방식도 영화 [더 테이블]과 다름 없다.

타인에게 비춰지는 나의 모습 또한 옆 테이블에 앉은 남녀의 모습을 보는 것 만큼이나 단편적일테니...

누군가에게 나는 3년간 함께 일한 직장동료로 직장에서의 모습이 내 모습의 전부일 것이고,오늘 다녀간 나의 고객에게는 5분의 시간동안 내가 건낸 대화, 목소리가 내 모습의 전부일텐데

그 모든 조각이 모여서 나는 비로소 내가 된다.

그리고 내가 본 다양한 사람들의 조각이 모여 나의 하루도 비로소 완성된다.

 

다시는 볼 일 없을 것 같은 여덟사람의 솔직한 10분-15분 남짓한 시간을 함께하며 여러 사람의 삶을 엿보고, 두사람의 역사를 추측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시간은 짧은 단편소설 4편을 본 것 같은 독특한 경험이 되어 내게 남았다.

긴 영화를 보기에는 시간이 애매하고, 스펙타클하지 않은 잔잔한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혹은 비오는 날 어울리는 감성영화를 보고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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