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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쓰기_국내 영화

[영화 감상] 82년생 김지영 줄거리, 감상 후기, 관련 정보(배경지식)

by 삐와이 2020. 7. 17.

< 영화 정보 >

 

- 감독 : 김도영

- 배우 : 정유미, 공유

- 줄거리 (Daum영화 참고)

: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가는 1988년생 지영.

든든한 가족, 다정한 남편 대현과 사랑스러운 딸이 있지만 그녀의 삶의 어딘가는 공허함이 가득하다.그러던 어느날 지영은 문득문득 마치 다른사람이 된 것처럼 말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대현은 아내에게 쉽게 이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지영은 대현의 앞에서는 괜찮다고 웃어보이기만 한다.

 

그렇게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지영의 이야기가 당신에게 찾아온다.


<영화 감상>

 

※ 스포를 목적으로 하고 쓴 글은 아니지만, 개인의 감상 중 결말이나 주요스토리를 연상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을 수 있으니 양해바랍니다.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당신과 나의 이야기.'
이 문구는 최근 포스터에서 영화를 소개한 문구 중
가장 고개가 끄덕여졌던 문구였다.

_


영화 속 지영이는 투쟁하지 않는다.
왜곡된 시선을 받을때도 정면으로 맞서기보단 피하고, 별나다 독하다는 지적을 받기보단 그런 사람의 주변에서 약간은 동경에 찬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고, 
딱히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거나 남탓을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기존의 질서에 맞서고 투쟁하는 쪽은 박성연 배우가 연기하는 지영의 직장상사이거나, 공민정 배우가 연기하는 지영의 언니이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캐릭터의 별난 점은
이렇게 온건한 인물이 2019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손가락질 받는 캐릭터 중 하나가 되었다는 점이다.
_


일상에서 지영이를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인사치레이더라도 당신은 "고생이 많지?"라고 툭 던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신은 지영씨의 고생을 내가 알아주고 있다고 표현하고, 심지어 알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머, 배려를 가장해 당사자 앞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엄마, 아들 하나 더 낳을걸 그랬다."
"여기 상 좀 봐와라. 얘, 지영아 너도 좀 쉬어"
"괜찮아. 이참에 나도 집에서 쉬면서 책도보고 공부도 좀 하면되지"
라는 말들은 당신은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며느리로써, 아내로써, 엄마로써, 주부로써의 지영의 삶을 모른다는 것을 방증한다.

심지어 그 말들은 지영을 사랑하는, 그리고 가장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남편의 입에서도 비롯한다는 점이 영화에서 가장 정곡을 찌르는 부분이다. 

 

이 영화에서 지영을 사랑하지만, 지영이 어떤 부분에서 아픔을 느끼지는지, 어떤 힘겨움을 버텨내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결국 사회에서 지영과 같은 인물들에게 강요하고있는 질서, 당연함들이 얼마나 견고한지 보여준다.

실제로 [82년생 김지영]은 책도, 소설도 그리 평탄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한 쪽 집단에서는 '드디어 우리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컨텐츠가 나왔다.'고 숭배받았고,

다른 한 쪽 집단에서는 '과장되었다. 피해망상이다. 우리는 더하다. 82년생 김철수는 행복한줄 아느냐'며 괄시를 받고 배척되었다. 

주로 누군가 '나 힘들어.'라고 고민을 토로할 때 우리의 반응이 겉치레일지라도 '괜찮니? 그랬구나. 힘들었겠다'로 귀결됨을 생각하면, 이런 극단적으로 갈리는 반응이 나온다는 것도 [82년생 김지영]이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 시대의 일임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이해하려 하기보다 그저 '맘충'으로 몰아가는 카페에서 일반 사람들의 시선,

"걔는 유별나게 왜그런다니..." 지영의 아픔을 '정신병'으로만 생각하고 아들 걱정이 앞서는 '시어머니'의 모습과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내가 더 힘들다",

"옛날엔 더했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

"너정도면 괜찮은거지"

라고 내 얘기를 하기 급급한 이 사회의 모습이 어떻게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_

영화 속에서 지영이 이해받는 부분, 나란히 함께걷는 부분에서는 유난히 조명도 밝고 깨끗한 느낌을 준다. 

당신과 나는 지영을 모른다.
당신과 나는 대현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 속 대현이 그랬듯, 
당신은 지영의 아픔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줄 수는 있다.
나란히 서서 손잡고 걸어줄 수는 있다.

사람 '인(人)'자가 서로를 지탱해주는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 했다고 했던가.
내가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상대를 이해해줄 마음이 채 나지 않는 시대에
나의 사람들과 함께 서로를 지탱하며 걸어가고 있다는게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
_

 

모두가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우리의 삶을

피해망상정도로 남기는 것도 우리, 감싸 안아주는 일도 결국 우리.

그 갈림길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후자를 선택하기를 그래서 82년생 지영이도, 대현이도, 그들과 더불어 사는 모두가 서로에게 위로받으며 살 수 있기를 바란다.


< 그 밖의 영화 관련 몇 가지 정보들 > 

 

- 동명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작가)이 영화에 앞서 2016년 출간되었고, 2년 만에 누적 판매 100만부를 돌파해 화제를 이루었다. 특히 2~30대 여성 집단에서 강한 지지를 받았는데(2017년 교보문고, 예스24 베트스셀러 2위), 동시에 과장된 에피소드의 나열, 현실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기위해 왜곡된 통계를 사용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사실 나 역시 단시간에 여성에게 일어날 수 있는 억울하고 힘든 일이 한 인물에게 집중되었다는 점에서는 스토리라인에 약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 그런 작품이 영화화 된다고 알려졌을 때, 네티즌들의 반응도 역시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화를 막아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올만큼 반대의견도 극명했고, 각 포털사이트에서 영화 사전 평점을 매긴자료를 보면 5점이하의 극단적인 테러성 별점들도 많았다.

 

- 이런 극단적인 반대의견, 테러 등에도 주연을 맡은 정유미 배우는 인터뷰에서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읽고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을 정도의 감동을 받았고 이 이야기는 '내가 해야할 이야기'라고 밝히는 등 작품에 대한 신뢰를 표현했다.

 

- 영화 개봉 후 많은 여성들이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남겼다가 역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축구선수 안정환의 부인 '이혜원'씨가 "남편도 모르는 이야기"라고 글을 남겼다가 '안정환의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사람이 어떻게...'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비슷한 사례로는 장범준의 아내로 알려진 배우 송승아님의 SNS사건도 있다. 

 

- 그 밖에는 정유미, 공유 배우의 3번째 합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영화가 주목을 받았다. 이전에 함께한 작품은 <도가니>, <부산행>이 있으며 부부·연인으로서의 호흡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에 관심을 가지는 관객들도 많았다.


※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여기저기서 읽고 들은 내용들을 정리한 글입니다. 포스팅에서 틀린 부분이 있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댓글을 달아주시면 기쁜 마음으로 수정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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