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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쓰기_국내 영화

[영화 감상] 윤희에게_줄거리, 결말, 감상 후기, 리뷰, 관련 정보

by 삐와이 2020. 7. 21.

이미지 출처 : Daum영화 포스터

< 영화 정보 >

 

- 감독 : 임대형

- 개봉 : 2019.11.14

- 배우 : 김희애, 김소혜, 성유빈, 나카무라 유코

- 12세 관람가, 105분


< 영화 내용, 결말, 그리고 감상 >

 

※ 감상 중간에 영화의 주요부분, 결말에 대한 부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지양하시는 분들은 영화감상 부분을 뛰어넘고, 마지막 배경지식 부분만 읽어주세요.

 

쥰의 편지를 받고 과거 앨범을 찾아보는 윤희

  정녕 2020년 최고의 화제작 [부부의 세계]에 나온 김희애 배우가 맞는가. 이 영화 속 김희애 배우는 말그대로 20년간 스스로를 벌주며 살아온 아픔이 있는 여성 그 자체이다. 삶에 지친 표정, 넉넉치 못한 살림, 화장기 없는 외모, 이혼 후 딸과 함께 살아가는 삶, 그리고 가로등에 쪼그리고 앉아 피는 담배. 그녀는 웃지 않고, 스스로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그 모든 것에 무심하다.

 

 

  이렇게 무심하고, 어딘가 갇힌 것처럼 힘겹고 쓸쓸해보이는 윤희(김희애 배우)의 삶에 반전을 일으키는 것은 보내질 수 없었던 쥰(나카무라 유코)의 편지가 쥰의 고모의 도움으로 윤희네 집 우편함에 도착하면서부터이다. 윤희의 딸 새봄(김소혜 배우)은 우연히 엄마의 과거를 추측할 수 있는 편지를 읽게 되고, 엄마의 옛사랑을 찾아주고자 대학생이 되기 전 모녀여행을 빌미로 여행을 떠나자고 한다. 망설이던 윤희도 쥰의 편지를 읽은 뒤 돌아오면 자리가 없을거라는 직장상사의 매정한 말을 딛고 딸과 함께 쥰이 있는 그곳, 오타루로 떠난다. 그리고 이 여행에는 예상치 못한 손님 새봄의 순수한 남자친구 경수(성유빈 배우)도 함께하게 된다. 

 

  영화는 윤희의 삶을 보여주다가 갑자기 하얀 눈이 끝없이 덮여있는 일본 오타루의 고요한 마을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역시 윤희와 같이 세상 만사에 무심한 표정의 쥰. 아버지의 장례 장면 위로 쥰이 윤희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 눈이 내리듯 사르르 덮힌다.

'어린시절 한국에서 만났던 두사람, 벌써 20년이 지났고, 나는 그 때 도망쳤었고, 지금도 도망치고 있다고. 그리고 나는 지금 네 꿈을 꾸고있다고...' 

아버지의 장례를 마친 후 일상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쥰을 고모는 말없이 꼭 안아준다. 모든 일에 무심해보였던 쥰도 고모의 품안에서 생각보다 좋네. 하며 눈물을 글썽인다.

  동물병원에서 수의사로 지내고 있는 쥰은 "쥰짱은 왜 결혼 하지 않아요?"라는 그치지 않는 질문들을 몇 번이고 받아가며 마찬가지로 결혼하지 않은 채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고모와 함께 살고 있다. 동물병원을 자주 찾는 여손님이 쥰과 함께 식사를 하며 넌지시 마음을 표현하지만, 쥰은 "말해서 좋을 것 없는 이야기는 앞으로도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그녀의 마음을 거절한다. 다른 장면에서도 그렇지만, 이 장면에서 나는 얼핏 윤희의 눈빛을 볼 수 있었다. 어쩌면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모든 것들과 거리를 두겠노라는 그들의 단호한 눈빛은 편지 한통으로 끝나지 않을 진한 고통과 슬픔을 느끼게 해준다.

*

순수한 고등학생 커플 그자체였던 김소혜, 성유빈 배우. 두 배우의 풋풋한 애정표현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잔잔한 영화 속에서 관객들을 미소짓게 만든다.

  윤희 혼자 떠난 여행이었다면 여행의 끝까지 쥰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겠지만, 이번 여행에 함께한 새봄과 그녀의 남자친구는 쥰과 윤희가 다시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 서로를 마주하게 해주는 열쇠가 된다. 새봄은 "엄마는 왜 웃지 않아?",  "엄마도 이 카메라로 사진찍었어?" "엄마 결혼하기 전에 연애한적 있어?"새침한 고등학생 여자아이의 말투로 엄마의 닫힌 방문을 두드린다. 처음에 윤희는 "얘가 왜 이래..." 하고 새봄의 두드림을 튕겨내지만 어느순간 자신의 사진을 찍는 새봄을 보고 미소 짓고, 그녀와 함께 웃으며 눈싸움을 한다.

 

  새봄은 남자친구와 편지에 나와있는 주소를 찾아가 엄마의 추억의 대상을 직접 마주하고, 윤희와 쥰의 만남을 주선한다. "윤희니?" 그토록 기다리던 쥰의 목소리를 들은 윤희가 한참 뒤에 쥰을 향해 고개를 돌릴 때, 그리고 윤희의 눈가가 파르르 떨리고 눈동자가 눈물로 차오를 때 관객들은 숨죽여 그들의 만남을 지켜본다. 여행의 마지막날이 되어서야 만난 두사람, 그저 눈길을 따라 걸으며 다시 "잘지냈니?"할 뿐이었겠지만, (심지어 영화는 만남에 이르기까지 두 주인공에게 할애한 많은 시간에 반해, 만난 뒤의 그들의 모습은 오래 비춰주지 않는다.) 그 짧은 만남은 그 어떤 영화의 진한 스킨십보다 설레고 가슴이 아린다.

 

새봄의 졸업식날 카메라를 든 윤희. 여행에서 돌아온 그녀는 다시 웃을 수 있게되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윤희는 그동안의 삶을 정리하고 딸 새봄의 대학 입시에 맞춰 새출발을 준비한다. 본인을 억압해오던 친오빠, 억지 결혼에서 서로 상처만 주고 헤어진 전 남편에게도 이별을 고하고, 그녀는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을 암시한다. 그리고 그 위로 윤희의 나레이션이 깔린다.

" 쥰에게. 잘지내니? (중략)
나는 너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고 떠밀리듯 한 남자와 결혼을 해 지금은 딸을 하나 두고 있어. (중략)
지난 20년간 나는 나 스스로를 벌 주면서 살아온 것 같아.... (중략)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서로의 꿈을 꾸며 살아가는 두사람의 앞날은 어떨까. 영화는 두사람이 다시 사랑에 빠진다거나,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는다거나, 함께 살게된다는 등의 결말을 내지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 눈이 그칠까?" 희망을 좇는 쥰의 한마디, 그리고 윤희의 표정에서 다시 봄(새봄)을 맞이할 두 주인공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어떤 사랑이든 사랑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To 윤희' 로 시작한 사랑의 흔적을 쫓는 105분의 시간 속에 우리는 젊은 청춘들의 풋풋한 사랑, 그리고 가슴아픈 사랑, 모녀 간 이해에서 비롯된 사랑, 그리고 사랑이 다시 만나는 순간들을 목격한다. 윤희의 추신으로 비로소 두 주인공의 편지에 마침표가 찍히고, 이 영화는 그렇게 한국의 '러브레터'가 된다.

 


< 영화 관련 정보 >

 

- 제 24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당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에게 상당한 극찬을 받았다. 전통적인 로맨스의 주인공(남-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던 영화이다.

 

-  연기경험이 적은 I.O.I출신의 김소혜 배우도 이 작품 이전에도 TV단막극으로 연기활동을 한 적이 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호평을 받으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또한 모녀로 호흡을 맞췄던 김희애 배우와의 끈끈한 애정을 인터뷰에서 많이 드러냈다.

 

- 이 작품을 연출한 임대형 감독은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에 이어 이번 작품이 두번째 장편영화이다. 이 전 작품에서 부자간의 관계를 조명해 호평을 받았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여성과 여성 사이의 갖은 관계들을 영화에 잘 녹여냈다. 임감독은 이 영화를 '모녀의 여행기를 다루고 있는 여성 버디 무비이기도 하고, 멜로 드라마이기도 하고, 또한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다. 각 챕터마다 다양한 장르가 녹아 있어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어떠한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리 이해할 수 있는 영화일 것이다'고 자평했다.

 

- 영화의 중요한 한 축을 맡은 일본 배우 나카무라 유코는 김희애배우와 9살 차이가 나는 40대 중반의 배우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되었지만, 일본 내에서는 드라마, 영화에서 활발히 활동을 하고있는 배우라고 한다. 이 작품으로 김희애 배우를 알게되었다는 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 김희애 배우의 고등학생시절 사진을 찾아보았고, 그 사진을 핸드폰으로 계속 보면서 촬영을 준비하고 '쥰'이라는 인물에 감정이입을 했다고 한다.

 

- 영화를 보기 전부터 우연히 영화 OST를 들었다. 김혜원 음악감독이 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했는데, 영화초반에 깔리는 어딘가 쓸쓸한듯 아름다운 음악은 비오는날 카페에서, 혹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오타루의 눈쌓인 풍경을 내려다보며 듣기에 좋은 영화이다. OST만 따로 들어도 너무 아름다운 음악으로 혹시 영화를 볼 시간은 없지만, 작품의 분위기 만이라도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영화 음악만이라도 들어볼 것을 권해드리고 싶다.

 


※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여기저기서 읽고 들은 내용들을 정리한 글입니다. 포스팅에서 틀린 부분이 있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댓글을 달아주시면 기쁜 마음으로 수정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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