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 정보 >
- 제목 : 대성당
- 작가 : 레이먼드 카버
- 직접 요약해본 줄거리
※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대성당]은 레이먼드 카버의 12편의 단편을 모은 단편소설집으로 그 중 마지막에 실린 단편 [대성당]에 대한 줄거리를 요약했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중년남성으로 곧 아내의 오랜 친구가 그의 집을 방문할 계획이다. 아내의 친구는 상처(喪妻)한 장님으로 아내와는 10년 전 일로 알게된 사이이다. 아내가 오래 만난 첫사랑과 결혼을 계획 중일 때 두 남녀는 모아둔 돈이 거의 없었다. 이에 아내는 신문의 구인광고를 통해 장님에게 글을 읽어주는 일자리를 구하게 되고, 그 때 장님 '로버트'를 처음만나게 된 것이다. 아내가 일을 그만두던 날 로버트는 그녀의 허락을 맡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 구석구석을 만졌고, 이 경험은 아내에게 특별한 기억을 남긴다.
특별한 기억이 있을 때 마다 시를 쓰는 아내는 이 경험을 시로 남기게 되고, 주인공은 이 점 때문에 장님에 대해 묘한 질투심을 느끼게 된다. 이 후 아내는 장님과 녹음테이프를 주고 받으며 오랜기간 연락을 이어간다. 녹음테이프 안에는 아내의 첫번째 결혼에서의 별거와 이혼, 그리고 지금의 주인공과의 결혼생활까지 녹음되어 있다.
주인공이 로버트에 대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와중에 마침내 로버트는 그의 집에 도착하고, 주인공은 로버트와 불편한 저녁시간을 보내며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 이 부분부터는 소설의 결말이 나옵니다. 결말을 알고 싶지 않은 분들은 여기까지만 읽고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
주인공 부부를 찾아온 로버트는 얼핏 보기에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옷차림에 수염까지 기른 중년의 신사이다. 주인공은 그가 폭넓은 사회활동을 하고 있고, 자연스럽게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놀라지만, 끝까지 로버트를 장님으로서만 대하려 한다. 아내가 먼저 잠든 사이 로버트와 주인공은 함께 TV를 시청한다. TV에서는 유럽 여러 도시의 대성당에 대한 프로그램이 상영 중이다. 로버트는 주인공에게 대성당에 대해 설명해줄 것을 요청하지만, 주인공은 '아주 높은 건물'이라는 것 외에 '대성당'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지 못한다.
로버트의 제안으로 주인공은 펜과 종이를 가져오고, 눈을 감고 종이 위에 펜으로 성당을 그린다. 그리고 로버트는 주인공의 손 위에 손을 올려 그가 그리는 그림으로 대성당을 느낀다. 로버트는 대성당에 사람도 그려넣을 것을 요청하고 주인공은 그가 시키는 대로 한다. 마침내 그림 그리기가 끝나고 로버트는 눈을 떠서 그림을 확인해 보라고 하지만, 주인공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주인공은 이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느낀다.
- 작가소개 : 레이먼드 카버
1935년생인 레이먼드 카버는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있는 영미 소설가', '미국의 안톤 체홉'으로 불리는 리얼리즘 작가이다. 국내에는 [대성당]으로 많이 알려져있고, 그의 작품 [우리가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이야기하는 것]은 아카데미시상식 수상작 영화 [버드맨]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미국의 노동자 계급 출신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으며 덕분에 정원사, 공장 잡부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한다. 돈을 벌기위해 잡지에 단편을 발표하기 시작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다가 [대성당] 발표 후 온갖 상을 휩쓸며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된다. 이후 집필활동을 이어가다가 폐암으로 1988년 사망한다.
< 대성당 서평, 짧은 감상 >
대게 단편을 읽고 나면 짧지만 강한 빛을 정면으로 마주한 느낌을 받곤 한다. 빛을 쳐다보고 난 뒤 다른 곳을 보더라도 어지럼증과 함께 검게 빛의 잔상이 남는데 단편소설을 읽을 때는 그렇게 긴 여운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 소설의 경우 특히나 그 여운이 긴 작품이었다.
아마도 그의 단편을 읽고 독자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뉠 것 같은데, 한 부류는 '이게 그렇게 대단한 소설이야?'일 것 같고, 또 한 부류는 '일상적이고 별 것 아닌 내용들로 이런 울림을 주다니....'라는 반응을 보일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소설에는 별다른 사건이랄게 발생하지 않고, 결말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교훈에 대해서도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다. 결국 해석은 관객의 몫이랄까.
그런 의미에서 레이먼드 카버에게 부와 명예를 가져다준 [대성당]은 그 특유의 모호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각자의 해석으로 울림을 준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이 소설에서 사회 속에서 단절된 개인 간의 소통, 소통을 통한 사회의 긍정적 변화가능성을 보았다.
우선 작중 화자는 아내의 장님친구 '로버트'에 대해 아내와 그 사이에 있는 강한 유대감과 장님이라는 외형적 이유로 거부감을 느낀다. 로버트의 아내 이름을 듣고 '니그로(유색인종) 아니야?'라고 반응하거나, '장님이 수염이라니.' '장님은 모두 검은 선그라스를 끼는 줄 알았다.'는 그의 생각은 장애인을 향한 일반인의 시선일 뿐만 아니라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현대인의 모습도 담겨 있다.
화자의 앞에서 로버트는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고, 식사를 하는 등 일반인과 다름 없는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화자의 편협한 시야와 타인에 대한 배려 없는 태도는 바뀌지 않는다. 화자의 삶에 대한 태도 변화는 의외로 화자와 로버트 간의 차이를 깨닫는 시점에서 찾아온다. 화자는 TV프로그램에 나오는 대성당을 로버트에게 설명하게 되는데, 사물을 눈으로 인식해 시각이 보여주는대로만 볼 뿐인 화자는 '대성당'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아주 높습니다."로 시작한 그의 설명은 '버팀도리, 고가다리, 악마조각'등 시각적 표현으로만 연장될 뿐이다.
그러다 화자는 로버트의 지휘 하에 로버트의 방식으로 사물을 이해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눈을 감고(시각-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차단하고) 마음 속에 그려진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하며 로버트와 소통하는 경험을 하게 된 화자는 비로소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짐을 깨닫는다. 작품에 미쳐 다 표현되지는 못했지만, 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로버트와 그의 아내의 사랑을 조롱했던 그와 대성당을 그림으로 받아들이게 된 그는 더 이상 동일인물이 아닐 것이다.
눈을 떠서 그가 그린 결과물을 바라보라는 로버트의 권유에도 화자는 계속 눈을 감고 내면을 들여다보고, 의식이 확장되는 경험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 경험은 화자에 의해 "정말 대단한 것"으로 표현된다. 우리는 화자가 아니기에 아직 명확히 그가 무엇을 보고 전율을 느꼈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눈을 감고 그림을 그리는 그를 바라보는 아내가 '지금 뭐하는거에요?'의아해하듯 그 경험이 그닥 대단해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우리의 눈을 통해 바라본 '대성당'에 다름 없다.
이 작품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눈을 감고 잠자리에 들 때 비로소 독자들의 마음에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 쓰일 것이다. 돌고 돌아 결국,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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