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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기_해외 문학

[일본소설/현대소설] 오쿠다 히데오_공중그네(작가소개, 줄거리, 서평, 증상요약)

by 삐와이 2020. 8. 15.

 

공중그네 표지 (이미지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 작품 정보 >

 

- 제목 : 공중그네

- 작가 소개 : 오쿠다 히데오

 

   1959년 일본 기후현에서 태어난 오쿠다 히데오는 40살 늦은 나이에 [우람바나의 숲]으로 데뷔하며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기획자, 잡지 편집자, 카피라이터 등의 직업을 거쳤다고 한다. 

   국내에는 [공중그네]로 대표되는 이라부 시리즈 ([인더풀], [공중그네], [면장선거])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들은 쉽고 간결한 문체, 유머러스하게 상황을 전개해나가는 매력이 있어서 가족영화, 코미디 영화에 어울린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래서 실제로 몇몇 작품들은 일본과 국내에서 영화화 되기도 했다.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를 원작으로 영화화된 김윤석 배우 주연의 [남쪽으로 튀어] (사진 출처 : Daum 영화)

 


< 직접 요약한 줄거리 >

 

※ [공중그네]는 이라부 의사와 관련된 5가지 에피소드의 집합체입니다. 챕터마다 펼쳐지는 다양한 환자들의 사연과 이라부의사의 처방을 설명하려합니다. 당연히! 스포일러가 아~주 많으니 작품을 온전히 즐기고 싶으신 분들은 인근 서점에서 작품을 직접 읽어주세요 :)

 

공중그네 환자들의 증상. 오쿠다히데오 공중그네 요약

 

 (1장) 고슴도치

   세이지는 젊은 나이에 조직에서 인정받은 중간보스이다. 어느 날 그에게 선단공포증이 발현되고, 날카로운 칼은 물론 포크나 식탁의 모서리도 못견딜 수준에 이른다. 참다 못한 세이지는 이라부를 찾아간다. 이라부는 그에게 '사실은 둥글둥글한게 끌리는게 아닐까.'라고 말하지만, 그는 본인은 여중생 따위가 아니라고 강한 척을 한다.

   주사만 놓으려는 이라부의 엉망진창인 처방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본인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못내 편안했던 세이지는 어느새 이라부에게 의지하게 된다. 어느날 세이지의 동거녀가 낸 가게의 위치상의 문제로 상대 조직의 중간보스와 담판을 지을 일이 생기고, 세이지는 이라부에게 동행을 부탁한다. 한껏 힘을 주고 나온 이라부의 도움으로 상대 조직보스가 '칼이 없으면 불안해하는 틱 증상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한 뒤 그는 마침내 편해진다.


(2장) 공중그네

   고헤이는 신일본 서커스단 출신의 정통파 연기자이다. 13미터 높이의 공중그네가 그의 묘기인데, 최근 그는 연달아 공중그네 연기에서 떨어지는 수모를 당한다. 새로 들어온 캐쳐 우치다가 본인에게 앙심을 품고 연기를 방해했다고 생각한 그는 우치다에게 주먹을 휘두르는데, 주변에서는 되려 고헤이에게 신경과라도 다니면서 쉬라고 권한다.

   울며겨자 먹기로 잠이라도 잘 자려고 이라부를 찾아온 고헤이. 그날부터 이라부는 치료는 뒷전으로 미뤄두고 고헤이의 서커스단을 들락거리며 공중그네에 도전한다. 육중한 몸무게의 이라부가 공중그네라니 모두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특유의 오픈마인드로 마침내 공중그네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고헤이는 문제는 우치다 쪽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에게 오픈하지 못하는 본인의 자세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우치다에게 사과하며 이라부가 공중그네의 특별 게스트로 무대에 서는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본다.


(3장) 장인의 가발

   다쓰로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의과대 실세인 노무라 교수의 눈에 들어 그의 딸과 결혼한다. 결혼 전에는 유쾌한 성격으로 남 앞에 나서기를 좋아했지만 인텔리 출신에 예의를 중시하는 노무라 집안에 본인을 맞춰가며 살고 있다. 그러다 그는 점점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은 강박에 시달리게 되고, 대학 동기인 이라부를 찾아간다.

   이라부는 소소한 일탈로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하라고 조언하고 다쓰로가 어릴 때부터 한번 해보고 싶었다던 표지판 낙서 장난을 함께해준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장인의 가발에 있었던지라 다쓰로의 강박증은 나아지질 않고 마침내 원인을 제거하자며 이라부는 노무라와 다쓰로가 근무하는 대학병원으로 찾아와 낮잠을 자는 노무라의 가발을 들어올리는데...

노무라 몰래 벌어진 짧은 소동 끝에 다쓰로는 체면차리지 않고 사는 삶의 자유로움을 다시 받아들이게 된다.


(4장) 3루수

   신이치는 몇년 째 주전 3루수,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베테랑 야구선수이다. 하지만 잘생긴 젊은 루키가 팀에 들어온 이래로 언론이나 팀 내 관심은 루키에게만 쏠리고 그것을 의식하면서 신이치는 송구하는 법을 잊어버리게 된다. 이렇게 야구인생을 끝낼 수 없었던 신이치는 이라부를 찾아가고 이라부의 캐치볼 상대가 되어주면서 본인의 야구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결국 근본 원인은 새로 들어온 신인 루키가 신경쓰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라부는 루키를 다치게 해버리자는 등 다소 극단적인 처방까지 해준다. 하지만 갈등 끝에신이치는 검은 유혹을 물리치고 되려 위험에 처한 루키를 구해주기까지 한다. 그리고 성적에, 남들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야구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다시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은 홀가분한 마음을 느끼게 된다.


(5장) 여류작가

   아이코는 젊은 도시남녀의 연애담을 기계처럼 써내고 또 그 작품들이 모두 연이어 히트를 한 여류작가이다. 하지만 어느날부터 그녀는 새로 쓰는 소설의 소재들이 지난번에 썼던 내용인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리며 먹은 음식을 다 토해내게 된다. 그렇게 신경과의사 이라부를 찾은 그녀. 이번에도 이라부는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리면서 자기도 잘나가는 작가가 되어보겠다며 얼토당토 않는 글쓰기를 시작한다.

   아이코는 자신의 일에 대한 절박함,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영화관련 프리랜서 편집자 사쿠라의 열정을 보고, 그리고 이라부의사로부터 삶에 일시정지를 하는 법을 배우면서 이제는 잘 팔리는 소설이 아닌 스스로 써내려 가고 싶은 걸작을 만들어보리라 다짐한다.


< 공중그네 서평, 짧은 감상 >

 

   '우리 모두 정신병 하나쯤은 달고 사는거 같아.' 직장동료와 우연히 직장 내 스트레스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만인 정신병설'로 결론을 낸 적이 있었다.

   나는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영업사원도, 운동선수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예민해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렇다면 만병의 근원은 직장생활인가. 그도 아닌 것이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학창시절을 돌이켜보아도 나만의 강박, 스트레스를 안고 때로는 시름시름 앓기도 하고, 때로는 주변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독설도 툭툭 내뱉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이라부 선생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공중 그네] 속 이라부는 거구에 다소 요괴같은 외모를 지닌(작가의 묘사를 바탕으로 내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보니 요괴가 그려졌다ㅎㅎ)신경과 의사로 그가 환자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비타민 주사 놓기'이다. 그리고 난 뒤 이렇다 할 처방을 하지않은 채 환자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처방을 대신한다.(서커스단원을 만나면 그가 하는 서커스 연기를 따라하고, 야구선수를 만나면 캐치볼을 하며 그의 행동을 미러링한다.) 하지만 이런 이라부의 엉뚱한 처방은 백발백중 환자의 환부로 내리 꽂혀 바이러스만을 쭈욱 뽑아낸다.

 

   백발백중 이라부선생의 처방을 꼼꼼히 뜯어보자.

   우선 나는 그의 치료 제 1단계가 '환자 스스로 아픔을 인정하고, 아픈 부위를 꾸욱 눌러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어떤 환자가 찾아오든 비타민주사라는 명목으로 주사를 놓는다. 주사를 놓는 간호사의 야한 옷차림, 진료실의 수상한 분위기 등이 맞물려 환자는 주사를 맞는 시점에는 몽롱함과 함께 '여기가 병원이 맞기는 한가' 하는 생각을 하며 힘이 쪼옥 빠지게 된다.

    그렇게 환자는 경계를 내려놓고 2단계 역지사지 치료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를 맞는다. 공중그네를 직접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환자가 '이 다음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상대에게 온전히 본인을 오픈하는 것'이 중요하구나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마침내 환자는 '아마도 자신은 닫혀 있을 것이다. 실은 사람을 무척이나 그리워하면서도 가까이 다가서려 하지 않는다. 친구가 늘어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라고 자신의 문제를 마주하고 스스로 처방을 내리게 한다. 

이라부는 이 과정에서 '보여주기/따라하기' 외의 그 어떤 행위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환자 마음의 문제 해결은 결국 환자로 인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이런 치료도 있는 거지, 뭘. 고름은 째서 짜버려야 빨리 낫는 법이야. 피도 조금 같이 나오긴 하지만.'

책의 첫 장에 이미 소개되는 이라부식 처방은 어디가 아픈지, 내가 아프긴 한건지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저기 당신, 주사 한대 맞구 가요~'하고 '잠깐 멈춤'을 지시한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당신, 잠시 멈추어 하루 한 챕터씩 [공중그네]의 에피소드를 읽어가며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을 위한 따뜻한 처방을 내리는건 어떨까.

'나는 정말 아프지 않은데, 그런 사람도 멈춰서 이 책을 읽어야 하냐고?' 그러면 어떤가. 다행히 이라부의 비타민 주사는 건강한 사람이 맞아도 웃음이 나오는 것 외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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