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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쓰기_해외 영화

[로맨스/코미디영화] 호프스프링즈(Hope Springs)_줄거리, 결말(스포), 감상평, 영화 리뷰

by 삐와이 2020. 8. 22.

 

[호프스프링즈] 영화 포스터, (이미지 출처 : Daum 영화)

 

< 영화 정보 >

 

- 제목 : 호프 스프링즈(Hope Springs)

- 감독 : 데이비드 프랭클

- 배우 : 메릴 스트립, 토미 리 존스, 스티브 카렐 외

- 개봉 : 2013.04.04

- 100분, 청소년관람불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통해 호흡을 맞춘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과 메릴 스트립 (이미지 출처 : Daum 영화)

 

- 영화 관련 정보

   이 영화의 감독 데이비드 프랭클은 [말리와 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 코미디 영화로 널리 알려진 감독으로 이번 영화의 주연배우 메릴 스트립과는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를 통해 함께한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메릴 스트립의 가장 세련되고 아름다운 모습을 찍은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는 패션잡지 편집장이라면 상대도 하지 않을, 펑퍼짐한 외모의 평범한 미국의 가정주부를 카메라에 담는다.

 

   전세계적으로는 1억 9백만불의 수익을 내고, 메릴 스트립을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렸지만 국내 흥행성적은 5만5천명으로 저조했다.(청불에 노년 로맨스를 주제로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관람객들이 매긴 평점은 국내 주요포털에서도 8점대로 높은 편이며 다수의 평자들이 두 배우의 연기를 극찬하고 있다.(다음 : 8.0, 네이버 : 8.5)


< 상세 줄거리, 결말 >

 

※ 영화의 상세 줄거리를 소개하며, 감상을 살짝살짝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결말 부분을 밝힐 때 다시 안내해드릴게요!

 

    흔히 볼 수 있는 옆집 아줌마 같은 케이(메릴 스트립)는 무뚝뚝한 남편 아놀드(토미 리 존스)와 31년째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이 각방을 쓴지도 이미 오래, 대화다운 대화도 없이 식사를 하고, 케이가 뒷정리를 하는 동안 아놀드는 골프TV를 보다가 소파에서 조는 반복적인 일상을 이어간다. 일과 골프 외에는 어떤 일에도 무심해 보이는(물론 이마저도 열정적이지는 않다.) 아놀드와 달리 케이는 여전히 아놀드와 관계를 회복하는 일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녀는 우연히 도서관에서 '당신이 원하는 결혼생활을 가질 수 있다'(You can have the marriage you want')는 제목의 심리상담가의 책을 발견하고 그의 상담 캠프를 찾아가 결혼생활에 전환점을 맞이하려 한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 한권으로 케이는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린다.(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아놀드 몰래 연금채권까지 정리해 부부 상담캠프 비용을 결제하고 호프스프링스로 향하는 비행기표까지 결제한 케이. 아놀드는 케이의 계획에 펄쩍 뛰면서 환불하라고 하지만 케이는 순순히 물러나지 않고 '당신이 가지 않으면 나 혼자 가겠다'고 말하며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고민하던 아놀드는 결국 케이의 뜻에 따라 비행기에 몸을 싣지만, 여전히 이 모든 상황에 불만이 가득하다.(비행기를 타야하는 것도, 그 이후 한참을 달려 나오는 작은 어촌마을에 상담소가 있는 것도, 그 마을의 레스토랑도 모든 것이 아놀드의 불평대상이다. - OMG 이 부분에서 나는 우리네 아버지들을 보는 것 같아 약간 소름이 돋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상담사 닥터 버닌(스티브 카렐)를 마주하는데 아놀드는 자신은 결혼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 하고('아니 우리 31년을 함께 했어. 이게 부부 생활이지 상담이 뭐가 필요해?'가 아놀드의 입장이다.) 케이는 상담사에게 담담히 남편과 각방을 쓰고 있고, 부부간에는 제대로 된 대화도, 스킨십도 없다고 털어 놓는다. 상담사는 차분히 두 사람의 부부관계에 대해 조금씩 깊이 있는 이야기를 꺼내고(섹스 한지 얼마나 됐나요? 주로 어떤 자세로 했죠? 등등) '오늘 밤에는 두 분이 나란히 누워 껴안고 자보라'는 숙제를 낸다. 아놀드는 부부간의 내밀한 이야기까지 파고들고 스킨십에 대한 숙제를 내주는 상담사에게 강하게 반감을 표한다. 호프 스프링스 행 후 불평, 불만만 늘어놓는 아놀드에게 실망한 케이는 '당신은 늘 나를 비참하게 해'라고 소리를 지르고 상담소를 뛰쳐나간다.

 

※ 과연 이곳에서의 일주일로 케이와 아놀드는 부부다운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이제부터 본격적인 결말이 나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여기까지만 읽고 영화를 감상하고 다시 나머지 부분을 읽어주세요!

 

   그렇게 케이는 혼자 마을의 작은 바를 찾아 바텐더와 대화를 나누며 속을 달래고, 아놀드는 마을의 등대박물관을 혼자 찾으며 마음을 정리한다. 그 날 밤 아놀드는 밤늦게 돌아온 케이에게 상담사가 내 준 숙제를 해보자고 하고 둘은 매우 어색하게 같은 침대에 눕고 팔을 어색하게 걸친 뒤 잠이 든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자연스럽게 서로를 안고 눈을 뜨고 두 사람은 오랜만에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다음날 둘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상담사를 찾아가고 아놀드는 마치 이 일로 인해 부부관계가 모두 회복된 것 처럼 군다. 하지만 상담사는 이번에는 두 부부의 성적 판타지, 그간의 부부관계에서 만족스러웠던 점과 불만족스러웠던 점에 대해서 집요하게 파고들고 오늘밤에는 서로를 애무해주라는 숙제를 낸다.

서로에 대한 마음의 거리만큼 소파의 양 옆으로 떨어져있는 케이와 아놀드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그날 밤 케이는 아놀드를 어색하게 만지고(이 때 아놀드의 대사가 우습다. '무슨 개새끼 만지듯 하는구만') 결국 이 상황이 불편한 아놀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상담사가 남긴 숙제를 하지 못한 채 각자 거실과 침실에서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상담사 앞에서 아놀드는 '부부간에 말 못할 이야기들을 꺼집어내서 멀쩡한 부부를 싸우게 만들 셈이냐고' 화를 내고, 둘은 서로에게 미처 말하지 못했던 마음의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아놀드는 사실 오럴섹스를 좋아하고, 대중적인 장소에서도 화끈한 사랑을 나눠보고 싶은 판타지가 있었지만 스킨십에 있어 케이가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 점점 아내에 대한 태도가 위축되었다는 점을 고백하고, 케이는 성적 욕구를 분출하기 위한 섹스가 아닌 사랑의 결실로서 섹스를 원했다고, 그간 당신이 준 선물들을 생각해보라고. 나는 살림살이가 아닌 나를 위한 선물을 원한다고 맞받아친다.


   상담사 앞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각자의 방법으로 노력을 시작한다. 케이는 아놀드를 위해 영화관에서 오럴섹스를 시도하는 발칙한 모습을 보이고(이 장면에 19세 딱지가 붙지만, 케이의 허술함 때문에 결국 실패하고, 야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상담사가 추천하는 [게이에게 듣는 섹스 팁]같은 책을 사서 보기도 한다. 아놀드는 '당신은 정말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냐고' 묻는 상담사의 말을 듣고 마을에서 가장 비싼 호텔 레스토랑을 어렵게 예약하고, 스위트룸을 잡는 등 케이를 위해 그간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엄청난 돈을 쓴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케이와 아놀드는 처음으로 서로 마주보며 활짝 웃는다. 박장대소하는 케이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아놀드의 노력으로 호텔 레스토랑에서 케이와 아놀드는 오랜만에 결혼 전 행복했던 일화 등을 꺼내며 부부다운 대화를 나누고 박장대소하며 행복해 한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 케이에게 아놀드는 호텔의 스위트룸도 잡았으니 오늘밤은 여기서 보내자고 말한다. 호텔 스위트룸은 로맨틱한 분위기를 위한 모든 것이 갖추어져있었고(딸기 초콜릿, 샴페인, 벽난로 등) 케이는 책에서 배운대로 적극적으로 아놀드에게 어필하고 둘은 그렇게 오랜만에 부부관계를 가진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눈을 감고 허공을 바라보는 아놀드를 본 케이가 '나를 봐'하고 아놀드의 시선을 본인에게 돌리는데 그 순간 아놀드의 표정도 굳고 행복했던 순간들도 물거품처럼 사라진다.(당신은 더이상 내가 매력적이지 않은거야....하고 눈물을 흘리는 케이가 너무 안타깝다.)


   그렇게 호프 스프링즈에서 함께한 일주일간의 상담은 끝이 나고 둘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둘은 다시 각방을 쓰고, 아놀드는 다시 골프TV를 보다 소파에서 잠들며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행동한다.(물론 전에 비해서는 직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하며 더 많은 대화를 시도하긴 한다.) 하지만 케이는 전보다 더 외롭고 더 비참해진 스스로를 견딜수가 없다. 그래서 케이는 아놀드에게 '나는 도저히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고 말하며 옷가게에서 함께 일하는 점원이 여행을 떠난 기간동안 그 집에서 고양이를 돌봐주겠다는 핑계로 잠시 집을 떠나있으려 한다. 케이가 집을 떠나기 전 날밤 각자의 방에서 잠자리에 든 두 사람. 갑자기 아놀드의 방에서 불이 켜지고 아놀드는 케이를 찾아간다. 그리고 진심으로 케이를 안고, 사랑을 나누고 두 사람은 같은 침대에서 잠자리에 든다.

리마인드 웨딩으로 남은 결혼 생활을 재다짐하는 두사람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다시 신혼처럼 불타오르고 싶다는 케이의 바램이 하늘에 닿은걸까. 아놀드는 이제 비쥬(볼 뽀뽀)정도로 출근 인사를 대신하지 않고 아침마다 진한 키스를 퍼붓는 남편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리고 영화의 크레딧이 오르고 보너스 영상에서 우리는 케이가 소원이라고 했던 해변가에서 리마인드웨딩을 올리는 두사람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게 된다. 그 자리에는 두 사람의 관계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상담사도, 그리고 두사람의 자녀들과 사위들,손자손녀들이 함께 한다. 당신과 함께할 여생이 짧다는 점이 내가 아쉬운 유일한 점이라는 케이의 대사가 여운을 남기며 영화는 끝이 난다.


< 짧은 감상, 그리고 추천멘트 >

 

   나는 스스로를 평범한 대한민국 가정에서 엄마, 아빠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즉, 두 분은 내게 더할나위 없이 좋은 부모였다. 하지만 두 분은 서로에게 좋은 남편, 아내였을까. 영화를 보는 중에 나는 케이의 모습에서 우리들의 엄마를 발견하고, 아놀드의 모습에서 우리네 아버지상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31년을 함께 산 부부에게 부부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더 이상 왜 필요해'라고 함께한 세월을 부부 생활의 증거라고 생각하는 남자와 '결혼했을 때는 아이가 있는 삶을, 아이를 키우면서는 아이들의 독립과 은퇴 후 알콩달콩 살아가는 삶을 꿈꿨는데, 막상 이 시기가 되니까 무엇을 꿈꾸고 무엇에서 행복을 느껴야할지 모르겠다'고 결혼생활의 허무함에 눈물을 흘리는 여자. 이 두 사람을 나와는, 우리 엄마아빠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올레TV 무료영화 파트를 뒤지다가 배우를 믿고 보기 시작한 이 영화는 이제 막 결혼이라는 제도에 발을 담근 나도, 케이와 아놀드처럼 올해로 31년째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엄마에게도 의미가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 된다. 우리나라는 미국만큼 상담제도가 정착되어 있지 않고 성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분위기가 아닌지라 상담을 받으러간다는 설정에서 어색함을 느끼기도 하고, 중간중간 '윽... 저런 부분까지?'하고 헛기침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이 영화는 중년부부의 '섹스'가 아니라 '서로를 위한 노력'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에 지구 반대쪽에 있는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 시사하는 바는 크다. 결국 결혼은 '자녀', '돈', '직업'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이 아닌 두사람의 끝 없는 노력이 있을 때만 행복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대게 무언가 끝나고 난 뒤, 가라앉고 난 뒤에야 '그것은 무엇이었구나.'하고 깨닫게 되는데, '신혼처럼 돌아가고 싶다'는 영화 속 주인공 덕분에 나는 지금 겪고 있는 신혼생활의 특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함께 식사를 하며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노동에 대해 끊임없이 감사를 전하고(밥 맛있다. 나는 복받은 남자야. 설거지 하느라 힘들었지? 같은...), 너의 행복을 위해 나의 시간,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삶. '신혼'하면 거창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았는데 결국 지금 내 삶을 이루고 있는 것 또한 아놀드와 케이부부가 마지막에 깨달은 삶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 삶에 당신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내 행복이 아니라 당신의 행복이 내 삶의 목표가 되는 것' 그것은 신혼부부, 아이가 있는 부부, 자녀를 독립시키고 난 부부 모두에게 통하는 행복 방정식이 아닐까.

 

   지금은 자신만만하지만 나의 결혼생활도 어느 순간 돌부리에 부딪혀 좌초될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갑판이 부서져 수리를 해야하는 순간도 올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나는 어디로 가야 다시 순항할지 아는 배의 공동 선장이 아닌가. 그런 때가 오면 쉼호흡 한번하고 남편과 함께 다시 이 영화를 감상해 보아야겠다. 닥터 버닌은 그 때의 우리에게도 시기적절한 숙제들을 내주리라 확신한다 :)

 

   결혼생활에서 권태기를 맞은 부부의 삶에 관심을 느끼시는 분들, 혹은 결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분들, '노년의 로맨스도 아름다울수 있는가'라는 명제에 대한 답을 찾고 싶으신 분들, 은퇴 후 배우자와 함께 할 삶을 계획하고 있으신 분들께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코미디'에 초점을 맞춰서 보려는 분들은 실망하실 지 몰라요! 중간중간 피식하지만 제가 볼 때는 전체적으로는 드라마 영화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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