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정보 >
- 제목 : 터미널(The Terminal)
-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 배우 : 톰 행크스, 케서린 제타존스, 스탠리 투치 외
- 개봉 : 2004.08.27
- 128분, 전체 관람가
- 영화 관련 정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톰행크스의 3번째 만남으로 주목받았던 영화 [터미널].(이전에는 라이언일병구하기, 캐치미이프유캔에서 호흡을 맞춘바 있다.) 이전 두 작품에 비해 흥행성적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도 볼 수 있는 톰행크스의 순수하고 어리버리한 모습, 특유의 낙천적인 모습이 돋보인 휴먼드라마로 관객들의 평은 좋은 편이다.(제작비 6천만달러, 전세계 2억 1900만 달러 흥행성적/ 다음 영화 평점 : 8.8, 네이버 영화 평점 : 8.95)
이 영화의 주인공 빅터 나보스키는 18년간 파리 샤를 국제공항에서 생활한 이란인 '메르한 카리미 나세리'(Mehran Karimi Nasseri)의 일화를 모티브로 삼아 만들어졌다. 나세리는 팔라비 왕조 반대 시위를 벌여 이란으로부터 추방되었다며 인근 유럽국가에 망명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세리의 최종 목표는 어머니의 고향인 영국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프랑스에서 영국행 비행기를 탑승했으나 중간에 여권과 서류가 든 가방을 분실해 그때부터 파르 샤를 드 골 국제공항에서 무려 18년간(1988년~2006년) 생활하게 된다.
나세리는 영화 속 빅터처럼 항상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공항에 피해가 가는 일을 하지 않아 공항 직원들로부터 호감을 샀고 공항생활을 일기로 써 [The Terminal Man]이라는 이름의 자서전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몸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입원하며 그의 긴 공항살이는 끝이 났고 현재는 자선단체의 도움으로 프랑스에서 살아가고 있다.
< 상세 줄거리, 결말 >
※ 영화의 상세 줄거리를 소개하며, 감상을 살짝살짝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결말 부분을 밝힐 때 다시 안내해드릴게요!
가상의 동유럽 국가 크라코지아의 국민은 나보스키(톰 행크스)는 여행 차 미국 존F케네디공항에 도착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입국심사장에서 환한 미소로 통과되는데 나보스키의 입국심사 컴퓨터에는 빨간 경고창이 뜬다. 그가 조국을 떠난 동안 쿠데타가 일어나 조국은 무정부 상태가 되었고 때문에 그의 여권, 비자는 효력을 상실한 것이다. 그는 공항 책임자 딕슨(스탠리 투치)으로부터 그의 입국심사가 거부됐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우리의 주인공 빅터는 영어를 거의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 때까지는 잠시 터미널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건가 하고 상황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미국으로 들어갈수도 조국으로 갈 수도 없게된 나보스키는 이 때부터 공항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공항TV에서 조국의 상황을 다루는 뉴스를 보고서야 나보스키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오열한다. 하지만 곧 현실을 직시하고 어떻게든 공항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려 애쓰기 시작한다. 공항의 시설 정비를 앞두고 있는 63번 게이트에서 짐을 풀고, 의자를 붙여 잠자리로 삼기도 하고 공항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굽타(쿠마르 팔라나)와 공항 입국심사원인 토레스(조 샐다나)와 친분을 쌓는 등 그럭저럭 공항 생활에 적응해간다.
승진을 앞두고 있던 딕슨은 공항 점검에서 가장 신경쓰이는 나보스키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그를 내쫓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 한다.(가만히 내버려두면 나보스키가 공항에서 도망을 쳐서 자기 소관이 아닌 경찰에게 인계되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다.) 공항에 버려진 카트를 수거해 보증금을 모아 햄버거를 사먹던 나보스키를 방해하기 위해 갑자기 카트 관리원을 채용하고, 대놓고 도망가라고 나보스키를 풀어주기까지 한다. 하지만 나보스키는 자신을 쫓아다니는 CCTV를 통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공항 밖으로 나가지 않고 다시 공항 안에서 생활을 계속하게 된다.
공항 내 전단지, TV등을 통해 한글자씩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토레스를 좋아하는 공항 내 식당에서 일하는 엔리크(디에고 루나)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먹을 것도 해결한다. 그러던 중 나보스키는 특유의 붙임성으로 구두 굽이 부러져 곤란한 상황에 처한 미모의 스튜어디스 아멜리에(케서린 제타존스)와 첫만남을 가지고 '나와 비슷한 상황인가보네요. 다음에 또 봐요'하고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와의 다음 만남을 기약하게 된다.
※ 빅터 나보스키의 공항살이는 계속될까요? 아니면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게 될까요? 이제부터 본격적인 결말이 나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여기까지만 읽고 영화를 감상하고 다시 나머지 부분을 읽어주세요! (2020년 08월기준 터미널은 넷플릭스에서도 시청 가능합니다.)
나보스키는 공항에서 어떻게든 일자리를 구하려 하지만, 무국적자인 그를 순순히 채용해 줄 곳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는 터덜터덜 63번게이트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려다가 완성되지 않은 공사현장을 보고 훌륭한 솜씨로 공사 마감을 한다. 완성된 공사 현장을 보고 감탄한 건설회사 팀장은 그를 경쟁회사 직원정도로 생각하고 시급 19불이라는 높은 비용을 주며 그를 고용한다.
그렇게 공항에서 친구도, 일자리로 구한 나보스키는 우연히 공항 내 소동에 휘말린다. 영어를 못하는 한 러시아남자가 아버지에게 줄 약을 사서 출국하려는데 의약품반출을 위한 서류가 없어서 약을 압수당할 위기에 처한 것. 공항에서는 급하게 러시아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급하게 그 통역사로 나보스키를 데려온다. 출입국허가소를 들락거리며 동물에게 쓰는 약은 신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나보스키는 러시아 남자의 사정을 듣고 위험을 무릅쓰고 이 약은 염소약이라고 속여서 통역하고 이 일로 나보스키는 공항 내 직원들에게 영웅이 된다. 딕슨이 이 모든게 나보스키의 농간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그를 몰아세우고, 더욱 더 그를 미워하게 된다.
아멜리에와 나보스키의 관계도 진전이 생긴다. 아멜리에는 필요할 때만 자신을 찾는 유부남과의 불안한 연애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다정하고 따뜻한 나보스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연다. 하지만 딕슨이 아멜리에를 찾아와 나보스키의 정체를 말하고 실망한 아멜리에에게 나보스키는 이 곳에 오게 된 이유를 진정성 있게 털어놓는다. 그의 아버지는 재즈 팬이었는데, 한 재즈그룹의 사진을 소중히 보관하며 그 사진 속 인물들에게 사인을 다 받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딱 한명을 남겨놓고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마지막 한 명의 사인을 받아 아버지의 못다한 소원을 이루어주고 싶어서 나보스키는 뉴욕으로 온 것이다. 나보스키의 진심어린 고백에 아멜리에는 나보스키와 키스를 나눈다.
그러던 중 공항 친구들이 나보스키를 찾아와 그의 조국에서 전쟁이 끝났고 이제 그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축하해준다. 축하 파티 중 아멜리에가 그를 찾아오고 유부남 애인에게 부탁해서 하루짜리 임시비자를 발급받았다고 나보스키에게 아버지의 꿈을 이루라고 말하고 사라진다.(운명을 믿어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그녀...) 하지만 임시비자로 뉴욕으로 가기 위해서는 공항 관리자인 딕슨의 허가가 필요하고 딕슨은 나보스키의 동료들의 비리를 알고 있다고 협박하며 당장 귀국하라고 강요한다.
그렇게 뉴욕으로 가는 꿈을 접고 귀국장에 힘 없이 앉은 나보스키를 위해 그의 친구 굽타는 귀국행 비행기를 막아서기까지 하며 그가 자기처럼 용기를 내서 뉴욕으로 가기를 응원하고, 이에 자극받은 나보스키는 마침내 공항을 나서기 위해 공항의 출입구로 향한다.(이 장면에서 뮤지컬 영화처럼 그를 응원하는 공항 내 많은 직원들이 나보스키에게 줄 선물들을 들고 그를 뒤따른다.) 공항 출입구에는 관리국 직원들이 입구를 막고 있지만, 이미 그들도 오랜시간 공항에서 선한 영향력을 보여준 나보스키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고 그를 막기는 커녕 외투를 벗어주며 잘가라고 배웅해준다.(이런 부하직원의 행동으로 딕슨도 무언가를 느꼈는지 그냥 그를 보내준다.)
마침내 뉴욕에 첫 발을 내딛는 나보스키. 그는 택시를 잡아타고 재즈바로 향하고 마지막 색소폰 연주자의 사인을 받는다. 그를 뉴욕으로 오게 한 과업을 끝낸 나보스키는 다시 택시에 오른다. 그리고 어디로 갈까요 묻는 기사의 말에 'I'm going home'(집으로 갑시다.)라고 말한다. 나보스키의 울컥하고 복잡미묘한 표정과 함께 관객들도 나보스키를 보내주게 된다.
< 짧은 감상, 그리고 추천멘트 >
어떤 영화는 다 보고 나면 지식을 남기기도 하고, 어떤 영화는 눈물을 남기고, 어떤 영화는 복잡한 머리 속을 비워 놓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무엇을 내게 남겼나. 누군가는 이 영화가 실제 있었던 일을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을 들어 우리 사회에서 요즘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난민 문제를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아멜리에와 나보스키의 짧은 로맨스가 인상적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아임 고잉 홈'이라고 복잡한 표정으로 말하는 톰행크스의 마지막 얼굴이 오랜시간 기억에 남았다.
'터미널'이라는 공간은 그간 많은 영화 속에서 로맨틱하고 설렘이 가득한 공간으로 그려졌다. 그 곳에는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벅찬 기대감에 가득한 사람들도 있고, 사랑하는 이들과의 만남에 행복하게 미소 짓는 사람들도 있다.(흔히 공항 만남 씬하면 '러브액츄얼리를 떠올리게 된다.) 영화의 종반부까지 우리는 이 영화를 다른 공항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듯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하게 된다. 낙천적이고 밝은 나보스키가 천년만년 그 터미널 안에서 행복할 수 있을 것 처럼. 하지만 나보스키의 마지막 대사를 통해 영화의 장르는 갑자기 '드라마'로 급변한다.
그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행복해보였던 나보스키의 모습이 집으로 간다며 울컥하는 모습과 겹쳐지면서 우리는 비로소 나보스키가 처했던 외롭고 공포스러웠을 현실을 깨닫게 된다. 그의 공항살이가 얼마나 많은 우연들과 사람들의 과분한 호의에 힘 입어 지탱되었는지도 뒤늦게 자각하게 된다.(그리고 돌이켜보면 그 둘 중 누구도 나보스키가 공항 밖으로 나가게 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행동을 한 사람은 없었다. 아멜리에가 구해준 1일짜리 임시비자가 유일한 도움이라 할 수 있다. 그에 대한 사람들의 호의는 딱 공항 안에서만 내게 실질적 피해를 끼치는 않는다면 너를 용인해줄게. 정도이다.) 실제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인물은 나보스키와 달리 정신이 이상해지고, 건강이 악화된 뒤에야 터미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도 세삼스레 무겁게 다가왔다.
어떤 영화는 이렇게 끝나고 나서야 다시 시작되는 영화도 있다.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고 어느날 문득 이 영화 속 나보스키의 마지막 얼굴을 떠올리며 나는 한없이 다정한 나의 집에 감사함도 느끼고, 괜히 내 도움이 필요한 곳은 없는지 주변도 돌아보고, 다 포기하고 싶어질 때는 말도 안되게 낙천적인 나보스키처럼 힘을 내 보기도 할 것 같다.
믿고 보는 톰행크스, 톰행크스의 휴먼드라마가 궁금한 분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밌는 소재의 영화를 보고싶으신 분들, 자녀들과 함께 볼 전체관람가 영화를 찾으시는 분들께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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