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정보 >
- 제목 : 툴리(Tully)
- 감독 : 제이슨 라이트만
- 배우 : 샤를리즈 테론, 맥켄지 데이비스, 론 리빙스턴, 마크 듀플래스 외
- 개봉 : 2018.11.22
- 95분, 15세이상 관람가
- 영화 관련 정보
영화 [툴리]는 제이슨 라이트맨 감독과 디아블로 코디 작가가 3번째로 함께 호흡을 맞춘 여성영화로 주목받았다.(이전 영화들도 따뜻한 톤으로 여성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전달해와서 마니아 층의 호평을 받았다. 이전 작품은 [주노], [영 어덜트]가 있다.) 이 영화의 메인 주인공인 샤를리즈 테론은 작품의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 출연을 단박에 결정지었다고 고백하며 "이렇게 진솔한 작품은 드물다는 것을 엄마인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성애와 아이를 키우며 부모가 되어가는 모습들은 매우 사실적이고 깊이가 있으며 무척 생생하다."라고 인터뷰를 했다.
이 영화에 대한 샤를리즈테론의 열정은 그녀의 외모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할리우드의 대표 섹시스타인 샤를리즈 테론은 이번 영화를 위해 22kg이 넘게 살을 찌웠으며 모유수유를 비롯한 민감한 장면도 대역없이 모두 소화해냈다.(영화 시사회 자리에서 샤를리즈테론은 원래 몸무게로 나타나 모두를 놀라게 했다. - 나는 찌우는 것보다 이렇게 다시 빼서 또 다시 섹시스타가 된게 더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영화가 큰 흥행을 하지는 못했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의 평점은 8점 이상으로 높은 편이고,(다음 영화 : 8.4, 네이버 영화 : 8.93) 보통 영화 평점에 인색한 평론가들도 이번 영화에는 좋은 평가를 내린 경우가 많다.
< 상세 줄거리, 결말 >
※ 영화의 상세 줄거리를 소개하며, 감상을 살짝살짝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결말 부분을 밝힐 때 다시 안내해드릴게요!
프로틴 바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마를로는 셋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휴직을 신청한 채 두 아이를 돌보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 그 중 둘째 아이인 조나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다소 예민하고 발달 과정이 느린 아이로 추정되는데(자세한 병명이 나오거나 하진 않는다.) 마를로는 그를 위해 솔로 몸을 구석구석 닦아주기까지 하는 섬세한 엄마이다. 어느날 조나의 유치원 원장이 그녀를 호출하고, 조나의 특별함을 언급하며 1대 1로 전담 교육을 맡길 것을 정중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권유한다.(마를로의 오빠가 이 유치원을 후원하고 있어서 유치원 원장은 그녀를 모질게 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날 저녁 마를로는 가족모임을 하러 오빠의 집으로 향한다. 마를로의 오빠는 성공한 사업가로 아내, 아이와 함께 부유하게 살고 있다. 오빠는 몸도 마음도 지쳐보이는 마를로를 보며 출산선물로 야간보모(night nanny)를 고용해주겠다며 아이를 보모에게 맡기고 자신을 돌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마를로는 갓 태어난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길수는 없다며 오빠의 제안을 거절한다.
마를로는 셋째 아이를 출산하는데(흔히 출산 장면은 경이롭고 아이를 처음만나는 부모의 벅찬 감동이 함께 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 영화에서 출산 장면은 매우 건조하게 묘사된다. 마를로는 감동, 기쁨없이 심한 노동에 지친 얼굴로 출산을 받아들인다.) 곧이어 조나의 유치원에서 더 이상은 조나를 교육할 수 없다는 최후통첩을 받고 눌러왔던 화를 폭발시킨다. 더 이상은 이 모든 상황을 감당할 수 없었던 마를로는 오빠의 제안을 떠올려 야간보모를 부르게 된다.
밤 10시반 마를로의 집에 찾아온 보모는 마를로의 예상과 달리 20대후반의 발랄하고 젊음의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아가씨 툴리이다.('보모'하면 생각나는 이미지와 정반대의 그녀. 청바지에 배꼽티를 입은 채 등장하는 툴리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 '젊음'이 사람으로 바뀐 듯하게 보여진다.) 툴리는 마를로가 말하지 않아도 셋째 미아를 토닥이며 재우고, 심지어 툴리가 미뤄뒀던 집안일도 하나씩 해놓고 아침이 되면 사라진다.(이 장면에서는 한국 관객이라면 다들 우렁각시를 떠올릴 것 같다.)
마를로는 툴리의 도움으로 조금씩 삶의 여유를 되찾고, 아이들과 함께 웃고, 젊은 여자를 따라 조깅을 시작하며 몸을 돌보고, 건조했던 부부 관계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떻게보면 툴리는 미아가 아닌 마를로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려고 고용된 사람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어느 날 밤 툴리는 비상 시에는 아이 아빠도 있으니 둘이서 술이라도 한 잔 하러 가자고 마를로를 조르고 마를로는 툴리와 함께 오랜만에 결혼 전 살았던 브루클린으로 차를 몰고 떠난다.
※ 마를로와 툴리는 브루클린에서 어떤 일을 겪게 될까요? 이 영화는 마지막 부분에 엄청난 반전이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영화의 본격적인 결말이 나오니 영화를 안보신 분들은 반드시 영화를 먼저 보고 나머지 부분을 읽어주세요!
(이 영화는 2020년 8월 현재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감상가능합니다 :D)
오랜만에 툴리와 함께 젊은이들이 찾는 바에 찾아가 술을 마시고, 대화를 하고, 춤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마를로. 툴리는 마를로에게 '이제는 떠날 때가 된 것 같다'며 더 이상 보모 일을 계속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모든게 자리를 잡는 것 같았던 마를로는 이 사실에 혼란스러워 하고 취한 상태로 과거 룸메이트와 함께 지내던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기도 하고, 젖이 불어나 괴로워하며 술집 화장실에서 급하게 응급처치를 하기도 한다.
혼란스러운 밤을 보내고 툴리와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옆에서 말을 걸어주던 툴리는 어느 순간 잠이 들고, 마를로 또한 졸음 운전을 하다가 마주오던 차와 부딪힐 위기에 처한다. 차를 피해 급하게 핸들은 꺾은 덕에 마를로의 차는 강물에 빠지고 만다. 물 속에서 의식이 희미해져가는 와중에 마를로는 인어가 되어 본인을 구하러 오는 툴리를 보고 의식을 잃는다.(분명 사람이 물에 빠진 긴박한 상황인데 이 장면은 동화처럼 아름답게 그려진다.)
병실에서 깨어난 마를로. 남편인 드류는 의사로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된다. 마를로가 지속적인 과로, 수면부족에 시달려서 환상을 본 것 같다고 하며 의료보험 적용을 위해 드류에게 마를로의 원래 성(결혼 전)을 불러달라고 한다.(미국은 결혼을 하면 남편 성을 따르게 된다.) 마를로의 원래 성은 바로 '툴리'. 툴리는 실제 인물이 아니라 마를로가 만들어낸 20대시절의 본인이었던 것이다. (영화는 이 시점에 이르러 툴리가 한 것으로 추정된 일들을 하고 있는 마를로를 보여준다.) 마를로는 병실에서 툴리가 찾아오는 환상을 보게 된다. 그리고 마를로는 진심으로 툴리와 작별인사를 나눈다. 치료를 끝난 마를로는 퇴원해 집으로 돌아온다. 드류는 마를로에게 앞으로는 도망치지 않고 함께하겠다고 말하고, 조나는 평소처럼 브러시로 마사지하러 찾아온 엄마에게 이제 브러시는 필요없다고 말하며 엄마를 꼬옥 안아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 짧은 감상, 그리고 추천멘트 >
'Would you merry me?"뒤에 이런 일련의 현실들이 따라온다는 것을 알았다면 흔쾌히 'Yesssssss'라고 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영화의 줄거리에는 미처 담기지 않았지만, 이 영화는 엄마로 살아가는 삶, 육아의 삶을 우리 사회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TV나 영화가 다루지 않는 육아의 현실은 어떤 것인지를 담담하게 그려낸다는 점이 가장 특징적이다. 영화 속 마를로는 늘 멍하고, 지쳐있고, 그래서인지 모든 일에 조금씩 실수를 한다. 그런 그녀를 둘러싼 구성원들은 마를로에게 '엄마 됨'을 은연 중에 강조하고 '엄마라면 그러면 안되지'라는 냉정한 시선을 보낸다.
영화에 나오는 몇몇 에피소드, 대사들을 살펴보자. 조나의 일로 유치원에서 한 소리를 듣고 나온 마를로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카페로 향한 뒤 디카페인 커피를 시켜서라도 멘탈을 회복해보려 한다. 하지만 마를로의 옆에 서있던 할머니는 '디카페인 커피에도 카페인은 있다우.'라고 참견 하고, 카페 점원은 '그래도 주문하실 건가요?'하는 시선을 보낸다. 마를로의 하루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이를 위해 어떤 헌신을 해왔는지는 그들에게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그녀를 '마를로'로 보지 않고 '엄마'로 보기 때문이다. 흔히 '모성신화', '모성애신화'라고 불리는 '완벽한 엄마상'은 마를로를, 그리고 세상 모든 엄마들을 오늘도 옥죄고 있다.
정말 사랑해서 마를로와 결혼한 드류를 보자. 그는 여전히 마를로를 사랑하고, 아이들에게 다정하지만 '육아'에 있어서는 방관자에 가깝다. 이 영화에서 반전이 가능했던 이유도 돌이켜보면 드류가 야간 보모에 대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모가 와서 한거야'라는 말에 '그녀는 어떤 사람이야?'라고 궁금해하지도 않은 드류의 모습은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 아이를 맡길수 없다'고 버티는 마를로의 모습과 대조 된다. '모성 신화'라는 말은 있는데 '부성 신화'가 없다는 점도 마를로와 드류의 문제는 특수한 케이스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가상의 인물 '툴리'를 만들어내 세상 모든 마를로를 위로하고, 세상 모든 마를로의 마음을 대변한다. '여자들은 치유되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지만 자세히 보면 컨실러 범벅이다.'라는 내레이션, '20대는 축제같지만 30대는 새벽5시의 쓰레기차처럼 모퉁이를 돌아 다가온다.'는 마를로의 대사는 결혼, 아이로 인해 엄마들이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추측하게 해준다.
또 툴리가 첫 날 마를로에게 '나는 아기만이 아니라 당신을 돌보러왔어요. 당신과 아이의 행복은 별개가 아니랍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엄마들에게도 아이가 아닌 '스스로의 행복을 돌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나를 죽이고 싶잖아요. 나를 살려둬서 고마워요.'라는 툴리의 말은 곧 '엄마의 삶을,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맙다'고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엄마들을 향해 영화가 보내는 찬사가 된다.
형식적으로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드류의 마지막 다짐, 그리고 조나의 성장으로 마를로가 조금은 더 스스로를 돌볼 수 있기를, 그간의 마를로의 삶이 조금이나마 위로받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 세상 모든 엄마에게 찬사를!
'엄마의 삶', '육아'라는 과정의 실체를 보고 싶으신 분들, 섹시스타 샤를리즈 테론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 싶으신 분들,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한 성찰을 하고 싶은 분들께 이 영화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