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정보 >
- 제목 :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 감독 : 테오도어 멜피
- 배우 : 타라지 P. 헨슨, 옥타비아 스펜서, 자넬 모네, 케빈 코스트너, 커스틴 던스트, 짐 파슨스 외
- 개봉 : 2017.03.23
- 127분, 12세이상 관람가
- 영화 관련 정보
20세기 폭스사가 야심차게 준비한 [히든 피겨스]는 마고 리 셰털리의 동명의 논픽션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세인트 빈센트]로 가능성을 보여준 감독 '테오도어 멜피', 말이 필요 없는 음악계의 대가 '퍼렐 윌리엄스'와 '한스 짐머'가 음악을 담당하게 된다는 것이 알려진 이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던 이 영화는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9,550만 달러의 흥행성적으로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었고 영화를 본 전세계 네티즌들의 평도 고루 좋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 93%, 네이버 평점 : 9.36, 다음 평점 : 9.0)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3개부문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고,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 중에서는 가장 좋은 흥행성적을 보였다.
원작자 마고 리 셰털리는 이 이야기의 소재를 NASA 랭글리 연구소의 직원으로 근무했던 아버지를 통해 찾았고 원작을 영화로 각색한 작가 앨리슨 슈뢰더 또한 NASA에서 인턴으로 일한 경험이 있어 NASA의 분위기를 십분 반영한 실화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영화의 상당 부분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나, 네티즌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캐서린의 화장실 에피소드는 사실은 '메리 잭슨'이 겪었던 일화라고 한다.
< 상세 줄거리, 결말 >
※ 영화의 줄거리, 결말을 소개하며 중간중간 감상을 살짝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결말 부분을 밝힐 때 다시 안내해드릴게요!
캐서린, 도로시, 메리는 NASA에서 전산원(Computer)으로 일하는 흑인 여성들이다. 당시 미국 사회는 대내적으로 'Seperate But Equal'이라는 구호 하에 유색 인종과 백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분리해 유색인종은 지정된 장소만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차별이 공공연하던 시기였다. 대외적으로는 소련과 우주 프로젝트를 두고 누가 먼저 우주에 대한 지배권을 선점하게 될 것인가로 엄청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서 NASA역시 유인 우주선을 우주로 보내 무사 귀환시키는 것을 제1의 과제로 삼고 있었다.
도로시는 흑인 여성 전산원들 가운데 리더 격으로 일하고 있지만, 흑인 여성을 위한 영구직, 관리직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들으며 여성전산원의 백인 관리자 '비비안'으로 부터 부당한 대우를 견뎌오고 있다. 어느날 '메리'와 '캐서린'은 각자의 능력을 인정받아 엔지니어실과 'Space Task Group'(이하 STG)에 배치된다.
메리의 상사는 그녀에게 정식 엔지니어가 되는 것을 준비해보라고 말하고 흑인 여성은 엔지니어가 될 수 없지 않냐고 반문하던 메리는 그의 말에 힘입어 엔지니어가 되기 위한 절차를 준비하려 한다. 캐서린은 최초로 STG에서 일하는 유색인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동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저 적당히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는 식으로 온갖 정보를 가리고 검토할 자료를 넘겨주는 폴에 의해 그녀의 작업은 한정적이고 더딜 수 밖에 없다.
내가 이 팀에서 잘 버텨낼 수 있을까 힘들게 첫날을 보내고 집으로 온 캐서린은 아빠 없이도 씩씩하게 자라고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딸들을 보며 다시 힘을 내고, 가려진 정보만으로도 아틀라스 궤도를 계산해내며 본부장인 알 해리슨에게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유색인종과 같은 물을 마실 수 없다며 'Colored'물병을 사용해야 하고, 흑인 전용 화장실이 없는 건물의 특성상 화장실에 한번 가기 위해서는 1.6km를 오가야 하는 등 실력으로만 버티기에는 그녀의 주변 환경은 벅차기만 하다.
메리는 정식 엔지니어에 지원하지만 그녀의 지원서는 비비안에 의해 되돌려진다.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백인들만 들을 수 있는 대학의 수업을 들어야만 하는 규정이 신설된 것이다. 이렇게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메리는 법원에 탄원서를 넣어서라도 자격을 취득하려 한다. 도로시는 NASA가 컴퓨터 IBM을 들여 장차 전산원들을 없애고 기계로 대체할 계획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IBM사용법을 배워야 겠다고 생각한다.
※ 캐서린과 도로시, 메리는 각자 이루고자 하는 목표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까요? NASA는 유인 우주선을 무사히 쏘아올리고 귀환할 수 있을까요? 이제부터는 영화의 본격적인 결말이 나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여기까지만 읽고 영화를 감상한 뒤 나머지 부분을 읽어주세요!
어느날 캐서린을 찾던 본부장은 그녀가 매일 장시간 자리를 비운다는 점을 지적하는데, 캐서린은 그의 질책에 '이 곳에서는 내가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없고, 이 높은 힐을 신고 왕복 1.6km를 매일 종종 걸음으로 오가며 화장실을 다니고 있다. 이 사무실에서는 내가 마실 물조차 없다'며 꾹 참아왔던 울분을 터트린다. '프렌드십7' 발사를 앞두고 그 무엇보다 실력, 성과가 중요했던 본부장은 'NASA에서 흑인 백인 화장실 구분은 앞으로 없을 거라'며 화장실에 붙은 표지판을 망치로 쳐서 다 떼어낸다.
도로시는 도서관에서 IBM컴퓨터의 프로그래밍 언어 '포트란'에 대한 서적을 찾다가 '흑인 전용 구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도서관에서 쫓겨나지만, 쫓겨나기 전 몰래 포트란에 대한 책을 챙겨나와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메리는 늘 그녀의 편이었던 남편마저 엔지니어의 꿈을 접으라고 하지만 뜻을 꺾지 않고 법원에 탄원서를 접수하고 공판 날짜를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그녀들의 마을에는 흑인 대령 '존슨'이 이사오는데, 도로시와 메리는 사별한 캐서린을 그와 연결해주려고 하고, 존슨도 캐서린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한다.(처음에 존슨이 캐서린이 NASA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알고 '여성이 그런일을?' 이라는 반응을 보여 캐서린에게 퇴짜를 맞지만 곧 사과해 둘의 관계는 점점 진전된다.)
NASA의 프렌드십7 프로젝트(유인 우주선 발사, 귀환 프로젝트)의 날짜는 다가오는데 우주선을 무사 귀환시키는 문제는 여전히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우주선의 질량, 무게, 속도 등의 조건에 따라 귀환 포인트를 잡고 안전한 지점으로 착륙시키는 것이 관건인데 그 정확한 지점을 계산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캐서린은 이 프로젝트에서 귀환 포인트를 계산하는 일을 맡는데 정작 그녀의 계산은 늘 최신 정보가 업데이트 되지 않아서 곧 쓸모 없는 것이 되고 만다. 캐서린은 본부장에게 국방부 공식 회의 자리에 참석해 최신 정보를 듣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고민하던 본부장은 결국 그녀를 데리고 회의에 참석한다. 캐서린은 회의 자리에서 정확한 포인트를 소수점까지 계산해내며 많은 사람들 앞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다.
NASA에는 마침내 거대한 IBM컴퓨터가 들어오지만 그 기계를 프로그래밍할 사람을 찾지 못해 개점 휴업 상태로 있다. 도로시는 IBM장비실이 빈 틈을 타 책을 통해 공부한 프로그램을 실제로 적용해보고,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프로그래밍을 배워야한다며 흑인여성 동료들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메리는 재판장에 참석해 판사에게 '오늘 볼 그 어떤 심리보다 지금 나의 심리를 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내가 백인 학교에서 수업을 볼 수 있게끔 판결을 내린다면 판사님은 역사에 남는 1호 판례를 남기는 판사로 기억될 것'이라고 판사에게 호소하고, 결국 백인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권한을 얻어낸다.
캐서린은 존슨대령에게 프로포즈를 받고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행복한 순간을 보내지만, IBM의 정상작동으로 STG은 더이상 인간 전산원이 필요치 않게 되었고 본부장은 미안하게 됐다며 그녀를 전산원실로 돌려보낸다.
그리고 마침내 프렌드십7 발사 당일, 모든 미국인이 숨 죽여 발사를 기다리고 있는 시점에 STG은 IBM이 계산한 값에서 오류를 발견하고 급하게 다시 캐서린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캐서린은 발사 직전 귀환 포인트를 계산해 무사히 프렌드십7에 전달하고, 그녀의 도움으로 프렌드십7 프로젝트는 무사히 막을 내린다. 본부장은 그녀에게 '우리의 우주선이 달에 도달할 때까지 함께하자'고 제안하고 그녀는 '제 마음은 이미 달에 가있죠'라고 대답하며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도로시는 IBM프로그래밍 능력을 인정받아 동료들을 데리고 모두 프로그래밍 실에서 관리직으로 일하게 되고 메리는 무사히 백인대학에서 학위를 따낸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이 모든 영화 속 인물들이 실존인물임을 밝히며 그녀들의 사진과 업적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 짧은 감상평, 추천평 >
이 영화는 전세계인들에게 사랑 받을 수 밖에 없는 많은 특징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영화이다.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드러내되 경쾌한 영화 음악이나 연출로 적당히 고통스러운 장면을 가려서 관객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영화를 받아들일 수 있게 설계했다. 뿐만 아니라 세 여인을 둘러싼 에피소드들과 미국의 유인우주선 발사,귀환 프로젝트가 조화를 이루며 이어져서 1분 1초도 지루할 틈이 없다.
이 부분은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히기도 하는데, 확장성은 넓을지언정 당시 흑인들이 실제로 경험했을 고통, 부조리함을 지나치게 가볍게 묘사하고 그들 위에 견고하게 놓여있는 콘크리트 같은 천장이 너무 쉽게 부서지는 것 처럼 묘사했다는 점에서 비약이 심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런 비판을 감안하더라도 이 영화는 그 누가 보아도 '나쁜 영화, 재미없는 영화, 못만든 영화'라고 할 수는 없는 매력을 지닌 영화임은 분명하다. 그 어떤 자료화면, 책, 논문을 통해 1960년대 흑인들의 인권이나 미국의 시대상에 대해 배운다고 해도 이 영화한 편 보는 것만큼의 임팩트 있는 잔상을 남기지는 못할 것이다. 또한 영화를 이끌어 가는 세 흑인여성이 부조리를 대하는 태도, 용기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그녀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의 태도를 보면 다양한 사회문제에서 다수파에 속하는 사람들이 소수파에 속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의 모순이 보이는데 예를 들어 존슨대령의 경우 본인도 흑인이지만 '여성이 그런일을 합니까?' 식의 생각을 가진다는 점에서 '백인vs흑인'에서는 소수자에 속하지만 '남성vs여성'의 입장에서 다수자에 속해있는 사람이 보이는 사고의 한계를 보여준다. 백인여성 관리자 비비안은 도로시를 명백히 하대하지만 그녀 역시 '전산원'밖에는 될 수 없는 유리천장 하에서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다. 이 두사람은 본인이 소수자로서 당하는 대우에 대해서는 부당함을 느끼면서 또 다른 소수자를 부당하게 대하는 우리네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영화는 끝부분에서 도로시를 '반즈 부인'이라고 부는 비비안을 통해, 캐서린을 위해 커피를 타주는 폴의 모습을 통해 편견의 벽을 깨부순다. 영화는 영화일 뿐일걸까. 오늘날에도 인종차별, 빈부격차에 따른 차별 등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있는 편견의 벽은 존재한다. 우리가 지금 캐서린인걸까. 비비안일걸까. 우리 사회는 캐서린과 비비안을 키우고 있는 사회는 아닌걸까. 캐서린, 도로시, 메리의 영화는 끝이 났지만 내 눈 앞에는 여전히 '히든 피겨스'들이 보인다.
1960년대 미국의 시대상을 영화를 통해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우주계획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고, 냉전시대 소련과 미국의 라이벌 의식이 드러나는 시기, 그리고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여전히 극심했던 시기),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 드라마가 보고 싶으신 분들, 경쾌한 분위기로 삶에 대한 용기, 의지를 북돋아 주는 영화를 찾는 분들께 이 영화를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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